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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 담뱃값 기습 인상 너무해!

외제 담뱃값 기습 인상 너무해!


‘신고’만 하면 끝인 외국 업체의 담뱃값 인상 문제 있다 … 소비자와 잎담배 생산농가 모두 불만

여기 배추, 소주, 담배가 있다. 소비자 물가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품목은 뭘까? 대개는 “배추”라고 답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답은 담배다. 담배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소주의 10배, 배추의 5배다. 그래서 담배는 통계청이 2005년에 선정한 소비자물가지수 산정품목 489개 중 14번째다.

한국인은 한 해 약 900억 개비 약 10조원 어치의 담배를 피워댄다. 시장점유율로 보면 KT&G가 58.5%를 차지하고, 나머지 41.5%를 외국계 담배회사 BAT코리아(던힐, 켄트, 보그 등 생산), JTI코리아(마일드 세븐, 셀렘 등 생산), PM코리아(말버러 등 생산) 등 3개 업체가 나눠 가진다. 그중 BAT코리아는 약 18%로 점유율 2위다.

그런 BAT코리아가 4월 28일 담뱃값을 슬그머니 인상했다. 이 회사는 갑당 2500원이던 가격을 2700원으로 200원(8%) 올렸다. JTI코리아도 5월 4일 200원 인상한다. 이들 회사는 “물가와 원자재값 인상”을 표면적인 이유로 들었다. 물론 이 두 회사의 담뱃값 인상은 2004년 500원을 올린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국내 담배업체의 한 관계자는 “외국업체들의 담뱃값 인상이 과거 관행과는 다르게 이뤄졌다”고 말한다. 그는 “그동안 담뱃값 인상은 정부의 제세기금 인상요인이 있을 때 일제히 이뤄졌다. 이번처럼 업체 내부 사정으로 인상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홍성용 한국담배소비자협회 사무국장도 “두 개 회사의 8% 가격인상은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체 담뱃값에서 세금 1565원, 유통마진 228원을 뺀 제조원가 707원(마진 포함)에서 인상률을 따져보면 35%의 인상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담배업체의 담합 가능성도 제기한다. 홍 국장은 “두 업체의 재무구조가 서로 다른데도 동일한 가격을 인상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담뱃값은 ‘가격 신고제’로 정해진다. 담배 제조업체가 담뱃값을 정한 뒤 이를 정부에 신고하면 된다. 하지만 물가를 의식한 정부는 그동안 담뱃값 인상을 허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2009년 담배 부과금 인상을 추진했다가 ‘서민 증세’라는 반발에 못 이겨 백지화하기도 했다. 담뱃값이 그만큼 서민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증거다. 하지만 정부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외국업체들은 법적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이번 담뱃값 인상을 결정한 듯하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2005년 대비 2010년 담뱃잎의 가격이 약 60%, 인건비가 30% 상승하면서 최근 2년간 영업이익이 34%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0년 260명으로 출발했던 직원수가 영업조직과 사천공장 직원을 포함해 약 1100명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JTI코리아 측도 이번 담뱃값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04년의 가격 인상은 정부의 담배세금 인상에 따른 가격 조정이었지만 2004년 이후 원자재, 포장재, 제조와 인건비가 큰 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업체들과 비슷한 입장인 KT&G와 PM코리아는 “현재로서는 가격인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담뱃값 기습인상(또는 계획)에 엽연초생산협동조합중앙회(이하 연협중앙회)도 분통을 터뜨렸다. 연협중앙회는 4월 26일 대전에서 BAT코리아의 담뱃값 인상 규탄집회를 열고 가격 인상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연협중앙회는 “담뱃값 인상의 명분으로 내세운 수익성 악화는 허구이며 국부유출”이라고 비난했다. 연협중앙회는 BAT가 2010년 밝힌 사업보고서에서 총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을 98%라고 밝혔지만 KT&G는 40.1%, PM코리아는 38%였다. BAT코리아의 당기순이익은 2009년 323억원, 2010년 122억원이었다. 그러나 이는 상대적으로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원가를 다른 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했기 때문이라고 연협중앙회는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0년 당기순이익 전부를 100% 지분을 가진 모회사 BAT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결국 이번 가격 인상도 대주주에 대한 안정적인 배당금 지급을 위한 게 아니냐고 연협중앙회는 지적했다.

BAT코리아와 PM코리아는 각각 경남 사천과 양산에 생산공장을 두고 원자재를 100% 외국에서 들여와 가공해 판매한다. 특히 BAT코리아는 2002년 공장 설립 당시 “한국산 엽연초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일정한 담배 맛을 내려고 블렌딩 작업을 하는데 애연가의 입맛을 맞추려면 외국산 잎담배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국내 잎담배를 전량 수매하는 KT&G는 “우리는 민간기업이라 잎담배를 전량 수매할 의무는 없지만 수입산에 비해 가격이 비싼 국내산을 전량 수매한다”고 설명했다. 잎담배 농민과 더불어 성장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국산 잎담배 가격은 kg당 6.72~7.26달러인 반면 미국산은 3.75~3.97달러, 중국산은 1.07~1.85달러, 인도산은 0.99~2.35달러 수준이다. 외국 담배업체들은 수익만을 추구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담배판매인회중앙회는 4월 말 패널인사이트에 의뢰해 소비자 3400명을 대상으로 담뱃값 인상에 따른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담뱃값이 100원 인상될 경우 18%, 200원 인상 시에는 30%, 300원 인상 시에는 45%가 “피우는 담배를 바꾸겠다”고 응답했다. 담뱃값이 100원 오를 때마다 약 15%의 고객이 이탈한다는 얘기다. 애연가 가운데 BAT코리아의 담배를 피웠던 고객들의 반응은 더욱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이들 고객의 38%가 담뱃값이 200원 오를 경우 “피우는 담배를 바꾸겠다”고 답했다. 타사 제품으로의 전환 의사를 밝힌 BAT코리아 고객 중 51%는 KT&G, 32%는 PM코리아, 16%는 JTI코리아를 선택했다. 조사를 담당한 판매인회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조사로 외국업체들의 가격 인상에 따른 고객 불만을 읽을 수 있다”며 “서민 경제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BAT와 JTI 측은 문제없다는 생각이다. 이미 한국 소비자가 자사 제품에 중독됐기 때문에 그 정도의 가격 인상에 기호품을 바꾸지 않으리라 자신하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소비자의 대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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