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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파키스탄 核

고삐 풀린 파키스탄 核


뉴스위크 특종: 입수한 위성 사진 통해 넷째 플루토늄 생산 원자로 건설 드러나… 그런데도 미국이 침묵하는 이유는?

아무리 평화로운 시절이라고 해도 파키스탄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요주의 대상이다. 하물며 지금처럼 위태로운 시기에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과 파키스탄 사이의 긴장과 상호 의구심이 전례 없이 높아진 현 시점에서 드러난 새로운 증거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핵프로그램은 거의 무한질주를 하는 듯하다.

뉴스위크가 단독 입수한 상용위성 영상으로 파키스탄이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약 225km 떨어진 쿠샤브의 핵시설 부근에서 새로운 원자로 건설에 박차를 가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그 영상으로 미뤄볼 때 파키스탄은 곧 넷째 원자로를 갖게 된다. 핵무기 프로그램에 필요한 플루토늄의 생산을 크게 늘린다는 뜻이다.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폴 브래넌 선임 연구원은 “파키스탄의 핵시설 증설 속도가 너무도 놀랍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 같은 시기에 미국이나 파키스탄 정부의 누구도 이와 관련해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당혹스럽다.”

이란(고농축 우라늄을 아직 생산하지 못한다)이나 북한(플루토늄을 생산했지만 아직 무기화 능력이 부족하다)과 달리 파키스탄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맹렬히 가속화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국방차관을 지낸 에릭 에델먼은 “머지않아 파키스탄이 프랑스를 능가할지 모른다는 얘기”라고 적설적으로 말했다.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파키스탄 관리들은 인도의 위협에 맞서려면 다른 방도가 없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인도는 향후 5년 동안 국방비로 500억 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단지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문제라고 말하면 현실과 동떨어진다”고 전 미 상원의원으로 비정부기구 핵위협방지구상(NTI)의 공동의장인 샘 넌이 말했다. “미국과 소련은 40년의 냉전을 치르면서 매번 위험한 고비를 넘길 때마다 교훈을 얻었다. 파키스탄과 인도도 위험한 상황을 겪으면서 교훈을 얻었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지금은 핵억지력이 예전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세계 전체가 관련된 문제다. 매우 위험하다.”

파키스탄이 핵분열 물질(폭탄 연료)을 축적하기 때문에 특히 위험하다. 파키스탄은 자국 안에서 우라늄을 채굴하고, 핵과학자 A Q 칸의 작업으로 시작된 농축 기술을 수십 년간 축적해 왔기 때문에 생산 잠재력이 매우 크다.

백악관은 논평을 거절했지만 핵문제에 정통한 미 의회의 한 고위 인사는 정보당국의 추정에 따르면 파키스탄이 탄두 100기 이상을 만들 핵연료를 이미 확보했으며 연간 8~20기를 제조할 능력을 갖췄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한마디로 세계에서 발전 속도가 가장 빠른 핵프로그램이다.”

세계의 지도자들은 흔히 일컬어지는 ‘고삐 풀린 핵(loose nukes)’을 특히 우려한다. 외부로 유출돼 통제가 불가능한 핵무기나 핵물질을 말한다. “핵분열 물질이 어떻게 취급되고 운반되는지 전혀 투명하지 않다”고 파키스탄・인도의 막후 외교에서 활발한 역할을 한 만수르 이자즈가 말했다. “그 양도 너무 엄청나다.”

오사마 빈 라덴이 파키스탄 군사 시설 안에서 최후를 맞았다는 사실, 그리고 파키스탄이 라슈카르-에-타이바 같은 성전주의 단체의 근거지라는 사실 때문에 우려는 더 커진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파키스탄의 증강되는 핵프로그램을 못 본 척해 왔다”고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섀런 스카서니 비확산 담당 선임연구원이 말했다. “이제 재앙으로 번지기는 시간 문제다.”

미 국방부의 한 관리는 뉴스위크에 “미국 정부는 파키스탄이 핵병기고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시방편 외에 테러리스트가 핵물질이나 무기를 손에 넣는 악몽의 시나리오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려는 미국 관리는 없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스티븐 해들리는 “공개적인 발언을 아낄수록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토론하지 않는다고 해서 신경마저 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파키스탄은 핵무기 덕분에 외교적으로 어느 정도 무사태평을 누린다. 핵은 정치적 도구로 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파키스탄은 미국과 유럽의 원조를 계속 받는다. 파키스탄의 핵물리학자 페르베즈 후드보이는 이렇게 말했다. “파키스탄은 서방이 쩔쩔맨다는 사실을 안다. 파키스탄이 무너지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는 점을 서방이 안다고 확신한다. 따라서 늘 구원받을 만한 입장이다. 그 한 가지는 우리가 아주 잘했다.”

파키스탄의 지도자들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전략적 필수품이라고 옹호한다. 인도만큼 국방비를 지출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핵무기로 그 간극을 메워야 한다는 논리다. 파키스탄 핵병기고를 관리하는 국가전략기획부의 칼리드 바누리는 뉴스위크의 e-메일 인터뷰에서 “유감스럽게도 근년 들어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여러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특히 인도의 군사력 증강과 미국 민간업체와 인도의 핵개발 제휴를 지적했다. 파키스탄의 핵물리학자 후드보이는 “대다수 파키스탄인은 핵이 성전주의자의 손에 넘어가는 시나리오가 서방의 조작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런 두려움을 부추겨 파키스탄을 압박하고 무력화하고 비핵화하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은 “우리 프로그램은 파키스탄의 모든 남녀노소에게 극도로 민감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무기는 적재적소에 잘 분산돼 있으며 안전하게 관리된다”고 덧붙였다. 핵병기고 보호에 미국이 역할을 하느냐고 묻자 무샤라프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역할? 미국의 도움? 전혀 없다. 우리의 독자적인 프로그램이다. …미국의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았고 간섭을 허용할 수도 없다.” 파키스탄은 육군 2개 사단을 동원해 그 ‘전략적 자산’을 지킨다. 병력이 약 1만8000명이다. 무샤라프는 “우리의 전략적 자산을 지키는 부대와 싸우면 아주 슬픈 결과가 나온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로선 백악관이 파키스탄과 암묵적 거래를 한 듯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을 도와주면 핵병기고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식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발끈하지만 논리적으로 이해가 간다”고 과거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테러와 대량살상무기를 담당했던 롤프 모와트-라슨이 말했다.””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미군이 주둔하고 미국이 그들에게 테러와 싸우라고 원조도 하지만 정작 미국이 막으려던 문제가 의도치 않게 더 악화된다는 사실이 얄궂을 따름이다. 아무튼 테러와 핵의 결합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쿠샤브에 들어선 넷째 핵시설은 이르면 2013년 가동될 예정이다. 아울러 파키스탄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제 미국은 외교적 곤경에 처했다. “파키스탄인들은 미군의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로 치욕을 당했다”고 샘 넌 전 상원의원이 말했다. “따라서 누군가를 압박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문제와 최근의 문제 때문에 우리는 상호 협력과 관계의 파국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한다. 양측 모두 심호흡을 하면서 열까지 센 뒤 협력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With RON MOREAU in Islamabad and FASIH AHMED in Lahore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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