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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게 샀지만 문제 없다”

“비싸게 샀지만 문제 없다”

이관훈 CJ 대표(오른쪽에서 셋째) 가 6월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CJ그룹 대한통운 인수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통운 인수를 바탕으로 그룹 물류사업을 2020까지 20조원 규모로 키워 글로벌 7대 전문물류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M & A(인수합병) 시장의 이슈였던 대한통운 우선협상대상자로 CJ그룹이 선정됐다. 대한통운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은 6월 28일 대한통운 인수 후보군이 제출한 인수의향서를 검토한 결과 포스코-삼성SDS컨소시엄보다 인수 희망가를 높게 쓴 CJ의 손을 들어줬다. 매매계약은 7월 중순 성사될 전망이다.

CJ는 이번 딜에서 인수 희망 가격으로 주당 21만5000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총 인수금액은 2조3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 후보였던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은 대략 1조5000억원 내외 수준을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CJ가 월등한 가격 차이를 내세워 부담스러울 만큼 비싼 가격에 대한통운을 인수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되자마자 CJ와 대한통운 주가는 급락했다.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당일 CJ는 9.8%, 대한통운은 14.9% 급락했다. CJ의 자금조달 능력과 M & A 이후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낸 것이다.

CJ는 지난해 부채비율 75%로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대한통운 인수에 필요한 자금조달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CJ는 삼성생명 지분과 유휴 부동산 매각 등으로 8000억원 넘게 마련할 계획이다. 또 CJ GLS는 CJ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해 5000억원을 조달하고 외부 차입으로 5000억원을 더 끌어모을 계획이다. 이관훈 CJ 사장은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6월 29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대한통운을 인수해 2020년 매출 20조원 규모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키울 것”이라는 비전을 내놨다. 인수자금에 대해서는 “50대50 투자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CJ제일제당과 CJ GLS가 절반씩 부담할 것”이라며 “인수가격이 올랐지만 재무 안정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증시에서는 CJ 인수 부정적 평가시장에서 CJ를 불안하게 보는 이유는 통상 물류회사의 마진율이 높지 않아서다. 거금을 들여 인수자금을 댔지만 물류회사의 영업이익률로는 본전을 뽑기 쉽지 않아 CJ가 밑지는 장사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대한통운은 올해 매출 목표를 2조2834억원으로 잡았다. 영업이익은 1255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5.5% 수준이다. 물류회사 가운데 항공택배 쪽은 10~20%대 영업이익률을 보이지만 대한통운은 육상·해상 물류 전문이어서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금호아시아나가 항공물류 사업이란 대한통운과 아시아나항공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대한통운을 매물로 내놓았다는 관측도 있다. 외국계 항공물류사에서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미정씨는 “세계적 물류망을 갖춘 외국계 기업이 국내 항공물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해외 항공 택배업을 금호도 하지 못했는데 CJ가 새로 시작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CJ는 대한통운의 영업이익률보다 3PL(제3자 물류업)로 대표되는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한통운과 CJ GLS는 물류사업과 연관성이 높아 어떤 식으로든 시너지 효과를 높일 방안을 모색할 공산이 크다. CJ는 대한통운 인수 관련 기자회견에서 “현재 CJ GLS와 대한통운을 합병할 계획이 없지만 시너지 효과가 있다면 중장기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CJ는 대한통운을 보다 경쟁력 있고 글로벌한 전문 물류기업으로 키울 욕심이다. 국내외 대기업을 대형 화물주로 끌어들이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국내시장에 머물고 있는 택배사업 영역도 해외로 넓힐 계획이다. CJ GLS와 대한통운은 택배사업 일부를 제외하면 사업영역이 겹치지 않지만 둘 다 운송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물류업은 서비스별로 특송 등의 택배, 우편, 복합서비스로 나눌 수 있다. CJ는 특히 복합서비스에 해당하는 3PL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3PL은 상품에 대한 기획에서부터 배송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물류회사의 형식이다. 물류회사는 개인 상품을 배송하는 1PL, 기업 물류를 전담하는 2PL, 생산품 자체를 전담하는 3PL로 단계별로 발전한다. 현재 고안된 최종 단계인 3PL은 유통기획사와 비슷하다. 3PL은 CJ가 가진 유통과 대한통운의 운송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유력한 분야다. CJ에서 3PL 회사를 만들면 대한통운 인수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CJ가 이 사업에 자신감을 드러냈을 가능성이 크다.

제품 생산력과 기획력, 자금력이 있는 CJ는 3PL 사업 중 2PL 부분을 통째로 대한통운에 위탁할 수 있다. 장기간 물류 쪽 노하우를 쌓은 대한통운은 물류비용을 줄여 전체 3PL 사업의 기본 토대를 뒷받침할 수 있다. CJ가 높은 인수가격을 써낸 건 이런 이유도 있다. 3PL 사업을 하려면 정기적으로 왕복 운행하는 수송 경로를 확보해 지역 간 최적화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신생 물류기업이 이를 확보하긴 어렵다. 장기간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세계적 물류사와 경쟁 부담 CJ는 대기업 물류전담회사(2PL)에 해당하는 CJ GLS를 이참에 3PL로 확대·발전시킨다는 복안이다. 동종 2PL 회사에는 한국물류, 삼성전자로지텍,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 글로비스, 용마유통 등이 있다. 국내 2PL 회사는 모기업 물량을 주로 담당하고 있어 비교적 견조하게 사업을 꾸려 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더 크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CJ는 이번 딜을 기점으로 CJ GLS가 먼저 치고 나갈 발판을 만들어줬다.

다만 예상처럼 3PL 사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국내에선 아직 보편적이지 않아 기업 고객이 많지 않다. 더구나 3PL이 현재 대세여서 세계적 대형 물류사들이 이미 시장 깊숙이 들어와 있다. CJ가 새로 3PL 회사를 내세워 세계 시장에 진입하는 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이다.

1968년 민영화한 대한통운은 국내 1위 물류업체다. 전 주인인 동아건설이 해체되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인수합병 시장에 빈번히 매물로 등장했다. 이 때문에 대한통운은 스스로 3PL로 확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왔다. 한편 이번 인수전에 포스코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했던 삼성SDS는 대한통운 건과 별개로 물류사업 진출을 노리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산업과 연계한 물류 IT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번 딜은 CJ의 승리로 끝났지만 물류업을 노리는 대기업의 경쟁은 시작일지 모른다.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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