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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기름값 낮출 방안 모두 도입 일자리 창출 종합대책 곧 발표”

[Interview] “기름값 낮출 방안 모두 도입 일자리 창출 종합대책 곧 발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을 만나러 정부 과천청사에 간 8월 16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생발전(Ecosytemic Development)을 시장경제의 새 모델로 제시한 다음 날이었다.

지경부가 있는 과천청사 3동 현관엔 ‘산업강국, 무역대국 완성’이라고 쓴 현판이 붙어 있었다. 이 같은 현판은 과천청사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있는 1동에만 거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다(1동엔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란 현판이 걸려 있다).

이 불문율을 기재부 출신으로 기재부 제1차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최 장관이 깬 것이다. ‘실세 장관’ 최중경의 위상을 시사하는 한 단면이다. 지경부는 이 대통령이 내건 국정 화두인 공생발전을 실행해야 할 주무 부처다.

공생발전의 핵심 의제인 동반성장은 실물경제를 책임지는 지경부 소관이다. 6층 장관 집무실에서 최 장관과 마주앉았다. “공생발전은 주로 지경부가 챙겨야 할 사안 같다”고 운을 띄웠다.

“대통령께서 동반성장을 말씀하시고 대기업이 일자리 창출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이를 구체화하는 방안을 우리가 연구하고 있죠. 어제 나온 말씀이라 아직 방안을 밝힐 단계는 아닙니다.”



기름값을 내리기 위해 전국적으로 대안 주유소를 만들겠다고 지경부가 밝혔습니다. 정부가 이런 식의 대안 주유소를 만드는 건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석유시장은 정유 4사의 독과점 시장입니다. 지금은 정유사 간, 또 주유소 간 경쟁이 충분치 않습니다. 현재의 유통구조에서는 이들 정유사와 주유소가 마진 폭을 확대하더라도 견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죠. 그래서 기존 주유소와 품질은 같고 가격은 저렴한 알뜰 절약형 주유소(Economy Gas Station)를 만들려는 겁니다.”



자동차, 가전 등의 시장도 독과점적입니다. 그런 논리라면 산업 간에 형평성 문제가 있는데요?“국내 자동차 시장은 지금 유럽 차, 미국 차의 시장 점유율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한·EU FTA 후, 또 한·미 FTA 발효를 내다보고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국내에서 타깃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석유시장은 외국 정유사들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사실상 국내 4사가 독점체제를 구축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정유 공정 기술과 환경 기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죠. 전 세계 정유사가 쫓아오지 못할 만큼 독보적입니다. 형평성 문제에 대한 지적이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독과점의 정도에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산 휘발유가 들어올 수 있도록 환경기준을 완화하는 건 역차별 아닌가요? 무엇보다 국민 건강을 경시하는 발상 같습니다.“국민 건강이 최우선이죠. 국민 건강과 무관하게 높여 놓은 환경기준에 무역장벽적 요소가 있는지 살펴볼 겁니다. 마트형 주유소를 늘리려는 것도 아닙니다. 한마디로 독과점을 막겠다는 거예요. 기업형 수퍼마켓(SSM)이 전체 상권을 독과점해서는 안 되듯이 마트형 주유소가 할인점이 고객을 끌어들이는 미끼가 돼선 안 됩니다. 어쨌거나 기름값을 낮출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은 모두 도입할 겁니다. 현재 주유소를 하는 분들도 시도할 수 있는 방안들이죠. 이 점이 포인트입니다. 정부가 주유소 하는 분들이 쫓아올 수 없는 무슨 괴물을 만들려는 게 아니에요. 대안 주유소라는 말의 어감 때문에 그렇게 비춰진 감이 있는데, 모든 거품을 빼 기름값을 낮추겠다는 겁니다. 불요불급한 서비스 비용을 줄이고 유통 단계별 마진도 최소화하는 거예요. 알뜰형 주유소는 지금의 틀에서 벗어난 변종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자가 폴 주유소입니다.”



기름값을 내리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보나요? 할당관세 인하는 어떻게 봅니까?“이 문제는 주무부처가 기재부입니다. 유류세 인하는 유가가 130달러를 초과할 때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관세는 유가 상승에 따르는 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돌려드린다는 차원에서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우리나라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나요?“지난번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한층 튼튼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태로 우리 실물경제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거로 봅니다. 물론 이 사태가 미국 경제, 나아가 글로벌 경기까지 위축시킴으로써 우리 기업들의 수출을 둔화시키고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은 있죠. 그래서 그에 대비해 무역·투자동향 점검반을 만들어 해외 바이어, 외국인 투자, 원자재 가격 동향 등을 매일 점검하고 있습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8월 12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일신동 한 주유소를 방문해 셀프주유를 해보고 있다. 최 장관은 최근 기름값 인하 대책으로 대안 주유소 설립, 마트 주유소 확대 등을 제시했다.



전기요금은 인상합니까? 인상 방침을 확정한 상태에서 시기와 폭을 고르고 있나요? 인상 폭은 어떻게 되나요?“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줄이고 여름과 겨울이면 반복되는 전력난을 막기 위해 전기요금의 단계적 현실화는 분명히 필요합니다. 다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고유가 상황, 최근의 물가 상승세 등을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 추가 인상 방안이나 연동제 실시 계획을 밝히기는 어렵습니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기업에 일자리를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일자리 창출은 어떻게 돼 갑니까? 우리나라 대학이 산업계의 인력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고 보나요?“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우리 경제 최고의 현안입니다.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고졸 채용이 늘고 있지만 이런 노력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산업 현장의 인력수급 불일치 해소, 기술인력 우대 정책 등을 골자로 한 산업인력 종합대책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계획입니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생발전을 위한 중요한 전략이 동반성장이라고 강조했다. 동반성장 정책은 최 장관이 지난해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있으면서 그 틀을 만들었다.

동반성장의 주관부처를 공정거래위원회, 기재부, 지경부 가운데 지경부로 낙점한 것도 그다. 대기업의 문화를 바꾸는 것이 동반성장의 핵심인데 대기업의 속성을 잘 아는 곳이 지경부라는 이유에서다.



동반성장 정책이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까? 대통령은 대기업이 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 책임이 있다고 했는데요?“무리한 납품단가 인하, 구두 발주, 기술 탈취, 무분별한 사업영역 침투 등이 대기업이 고쳐야 할 거래 관행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납품단가 인하예요.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는 부품의 부실화,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 저하로 이어짐으로써 결국 기업 네트워크 전반의 경쟁력을 떨어뜨립니다. 대기업 오너들은 단가 인하 요구가 자기 회사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단적으로 구매 담당 임원의 실적을 평가할 때 납품단가 인하보다 동반성장 실적이 기준이 되도록 평가체계를 개편해야 합니다.”

정통 경제관료인 최 장관은 공무원 생활의 거의 대부분을 재무부 및 재정경제부(기재부의 전신)에서 했다.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을 지낸 그는 환율 전문가다. 국제금융국장으로 있던 2003년엔 고강도 환율 방어에 나섰다.

환율 하락을 막느라 막대한 실탄을 쏟아부었다. 시장은 “최중경에게 맞서지 마라”며 그에게 최틀러란 별명을 선사했다. 이 별명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에서 따왔음은 물론이다. 환율주권론자로 통하는 그는 환율 문제로 두 번 퇴진했다.

먼저 2003년 원화 강세를 저지하느라 역외선물환(NDF) 시장에 개입했다가 막대한 원화 손실을 입고 물러났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그의 퇴임을 비중 있게 다뤘다. 세계은행 상임이사로 나가 있던 그는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복귀한다. 결국 이 정부 출범 후 기재부 제1차관으로 친정에 돌아왔다. 그러나 다시 환율 문제에 발목이 잡혀 4개월 만에 하차했다. 두 달 후 그는 필리핀 대사로 나갔다.



환율로 물가를 잡는 정책에 대해 어떻게 봅니까?“우리나라는 에너지의 약 97%, 거의 대부분의 광물, 곡물의 약 75%를 수입합니다. 개방경제 체제에서 특정 국가에 한정된 물가 문제라는 건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물가 문제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없어요.”



물가를 상수로 봐야 한다는 건가요?“상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통제할 수 있는 변수도 아니라는 거죠.”



환율을 물가 조절 수단으로 쓰는 건 정책적으로 타당치 않다는 거군요.“경제이론상으로 그럴뿐더러 우리가 처한 현실에 적용해 보더라도 맞지 않습니다. 환율은 실물 부문에서 물가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산업 특히 수출 중소기업의 채산성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산업의 바탕이 흔들릴 수도 있어요. 금융 쪽에서는 원화가 절상되면 달러가 싸져 자꾸 빌리게 되고 그 결과 외채가 늘어납니다. 2005년 국제금융국장 시절 순채권이 1000억 달러가 넘었는데 대통령직인수위에 있을 때 보니 불과 3년도 안 돼 부채초과국을 향해 가고 있더라고요. 환율을 낮춘다고 물가가 내려가는 것도 아닙니다. 시장 가격이 억압돼 있는 상황에서는 환율을 떨어뜨려도 공급 사이드에서 그 효과를 흡수해버립니다. 설탕을 예로 들면 이미 가격 인상이 억제돼 있기 때문에 환율을 낮춰 봤자 생산·유통 단계에서 흡수되고 맙니다.”



기본적으로 고환율 기조가 바람직하다는 건가요?“그렇다기보다 우리 경제 체질에 맞는 적정 환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거죠. 물가만 생각해 환율을 낮게 유도했다가는 미래에 큰 주름살이 생깁니다.”



지금 환율이 낮은 편인가요?“환율 수준 자체에 대해서는 제가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재부를 반항의성 방문한 것으로 아는데 기업인 한두 명이 앓는 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그렇다면 그 소리를 경청해야 합니다.”



과거 환율 문제로 두 번이나 타의로 퇴진했는데요. 같은 상황이 다시 닥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겁니까?“소규모 개방경제(small open economy)에서는 소득, 물가 같은 대내 문제보다 환율, 경상수지, 외채 등 대외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둬야 합니다. 금리를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EU와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사실상 소규모 개방경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환위기 전인 1995~96년, 2003~2004년, 2008년 물가를 잡고 소득을 올린다고 했다가 어떻게 됐습니까? 대내 문제 해결에 치중한 결과 대외 문제가 곪아터졌지 않습니까?”

지난해 4월 필리핀 대사를 마치고 이임할 때 그는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에게서 시카투나 훈장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엔 필리핀 상원이 그의 대사 재임 시절의 업적을 높이 평가해 외국인의 공로를 기리는 코멘딩 레졸루션(공로포상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필리핀 의회가 외국인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결의안을 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 결의안은 최 대사의 치적을 12개 항에 걸쳐 구체적으로 언급했는데 특히 필리핀 정부가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MIC의 개념을 최 대사가 제시했다고 밝혔다.

5월 최 장관은 지경부에 산업자원협력실을 신설했다. 외국에서의 자원 개발과 인프라 건설에 우리 기업들이 참여하는 길을 넓히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하고 식량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을 넘겨주고 이들 나라의 자원 개발과 인프라 건설에 참여하는 산업자원 국제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산업자원협력실장은 이 정부 들어 유일하게 입법 절차 없이 생긴 차관보급 고위직이다.



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뭔가요?“올해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열 겁니다. 미국발 새 경제위기가 변수지만 상반기 무역 실적을 감안할 때 달성이 가능할 거로 기대합니다. 이제 우리 대기업들도 덩치가 큰 기업(Large company)에서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으로 이행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경영 투명성을 확보해 대기업의 당당한 파트너가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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