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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공방 벌이는 ‘3대 자원 스캔들’] 나온다는 ‘자원’은 없고 ‘의혹’만 쏟아져

[진실공방 벌이는 ‘3대 자원 스캔들’] 나온다는 ‘자원’은 없고 ‘의혹’만 쏟아져

민주당 원혜영 의원이 9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C&K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미얀마 가스전, 이라크 쿠르드 유전. 이른바 ‘3대 자원 스캔들’ 리스트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은 정권 실세와 일부 정부 부처가 C & K와 KMDC라는 자원개발 업체에 특혜를 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국감 전부터 정·관가는 물론 관련 업계에 공공연히 나돌던 얘기다. 쿠르드 유전 개발사업은 수천억원의 투자비를 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정치권·공기업 관련 인사들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원 게이트’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감사원은 국감 이후 정부의 자원외교와 관련해 전면적인 감사에 나설 방침이다.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3대 자원 스캔들’의 핵심 쟁점과 풀리지 않는 의혹을 짚어봤다.



C & K, 외교부가 오버한 게 문제코스닥 상장사인 C & K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 특혜 의혹의 핵심은 ‘총리실과 외교통상부가 어디까지 개입했느냐’다. 원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은 정부와는 아무 관련 없이 진행됐다. 2007년 초순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김원사 교수가 이끄는 ‘한국-카메룬 합동지질조사팀’은 약 1만 캐럿의 다이아몬드 광맥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듬해 3월에는 카메룬 동남부 모빌롱 인근에 7억 캐럿 규모의 다이아몬드가 매장돼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김 교수는 카메룬 광업진흥공사와 국내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설립한 C & K마이닝의 요청에 따라 탐사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김 교수는 탐사가 끝난 후 2008년 10월 지병으로 사망했다).

C & K는 탐사가 완료된 2008년 10월께 국무총리실에서 관련 브리핑을 했다. 이후 정부 관계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2009년 5월 김은석 총리실 외교안보정책관(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이 카메룬을 방문했고, 이듬해 5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역시 카메룬을 찾았다. 당시 박 전 차관은 카메룬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C & K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 획득에 필요한 절차를 신속히 이행해 다른 한국 기업들이 좋은 본보기로 삼을 수 있도록 카메룬 정부가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박 전 차관이 방문한 시기에 카메룬 정부는 C & K에 대한 마이닝 컨벤션(개발권 협의 단계)을 진행 중이었다. 여기까지는 정부 당국자가 국내 기업을 돕기 위한 통상적인 자원외교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지난해 12월 17일 외교통상부는 “C & K마이닝이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며 “추정 매장량은 최소 4.2억 캐럿”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민간이 선도하고 정부에서 뒷받침하는 민간 자원개발협력의 바람직한 성공 모델을 창출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외교부의 이례적인 보도자료 발표 이후 모기업인 C & K인터내셔널의 주가는 급등했다. 외교부 측은 “카메룬 정부가 개발권 부여를 발표한 것을 근거로 자료를 냈다”고 밝혔다.

특정 자원개발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문제는 C & K조차 올 8월 열린 기업설명회에서도 확정 매장량을 발표하지 못했는데, 외교부가 앞장서 근거가 희박한 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총리실과 외교부 관료들이 C & K와 연루됐거나 주식을 취득해 막대한 차익을 봤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스캔들’로 비화됐다. 실제 외교부 발표에는 문제가 많았다. 외교부는 4.2억 캐럿이라는 추정 매장량의 근거가 UNDP(유엔개발계획) 조사와 충남대 탐사 결과라고 밝혔다. 그런데 UNDP 보고서에는 매장량 자료가 없는 것으로 국감에서 드러났다. 매장량이 부풀려졌다는 폭로도 나왔다. 민주당 김재균 의원은 국감에서 “카메룬 대사가 외교부에 보낸 비공개 문서에는 C & K가 2009년 5월 제출한 최초 탐사보고서에는 1800만 캐럿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외교부는 왜 느닷없이 기업 홍보자료를 대신 냈을까? C & K 측은 “외교부에 요청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외교부 측은 “아프리카 지역의 한국 기업 성공스토리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가에서는 다른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실세로 불리던 박 차관이 직접 챙기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외교부가 알아서 과잉 충성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준 차관의 한 측근은 “보도자료와 관련해 박 전 차관과 외교부가 논의한 것은 전혀 없다”며 “외교부가 괜히 나서서 일이 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10월 7일 감사원은 감사에 착수했다.



KMDC, ‘텅 빈 광구’ 개발권 왜 땄나3대 자원 스캔들 중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게 KMDC의 미얀마 가스전 특혜 의혹이다. 쿠르드 유전과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은 애초 알려진 만큼은 아니지만 자원이 매장된 것은 일부 확인됐다. 하지만 신생 자원개발 회사인 KMDC가 탐사 및 개발권을 따냈다는 미얀마 가스전 2개 광구는 정부 조사단이 파악한 결과 사실상 ‘비어 있는 광구’로 확인된 곳이다.

지난해 8월 9일부터 13일까지 지경부,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로 구성된 정부 조사단은 미얀마 양곤과 네피도 지역에 파견됐다. 미얀마 측이 제시한 유·가스전 광구의 사업성 진단 및 유망 광구 확보가 목적이었다. 본지가 입수한 당시 ‘정부 조사단 방문 결과 보고’ 결과는 매우 부정적이다. 보고서는 “미얀마 측이 제시한 유전광구는 대체로 탐사 유망성이 낮은 것으로 기술진은 판단했다”며 “다만 (미얀마) 에너지부 장관 면담에서는 향후 양국 간 협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를 약속했다”고 돼 있다.

하지만 KMDC는 올 1월 4개 해상 광구의 개발권을 획득했다. 이 회사가 개발권을 따낸 과정과 배경은 석연치 않다. 정부조사단 파견 넉 달 후인 12월 26일 박영준 전 차관이 미얀마를 방문했다. ‘4차 한-미얀마 자원협력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한 달 후 KMDC의 개발권 획득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국감을 통해 “이 회의에서 KMDC가 4개 해상 광구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미얀마 에너지청에 신청한 것에 대해 미얀마 측은 신속하고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정부와 정권 실세의 특혜 의혹이 명확하게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KMDC가 설립된 건 지난해 5월. 설립자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사조직이었던 ‘국민성공실천연합’ 대표를 지낸 이영수씨다. 자본금 16억원짜리 회사다. 물론 자원개발 경력은 전혀 없다. 이에 대해 박영준 전 차관은 “미얀마를 방문할 때 공개 모집한 6~7개 기업과 함께 갔고, (양국 간 회의에서) 같이 간 기업을 공평하게 소개했다”고 반박했다. 특혜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본지가 당시 회의 참석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지경부, 석유·가스·광물공사, 한국전력 관계자 외에 오랫동안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추진했던 대우인터내셔널과 넥스지오, 세동, BKB, DKHT 등 민간기업이 다수 참석한 것은 사실이다. 신생기업인 KMDC에서는 이근재 부사장이 참석했다. 박 전 차관은 “미얀마 에너지부 장관에게 KMDC를 소개했는데 그 나라 총리가 굉장히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더라”며 “현지 업체 관계자에게 조사를 부탁했더니 KMDC의 현지 파트너가 유력자라서 KMDC에 개발권을 줬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그는 “당시 유전개발국장 등을 불러 정치적인 게 있는 것 같아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원칙에 입각해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남는다. 왜 KMDC는 굳이 탐사 가능성이 작은 광구 개발권을 땄을까? 정부 당국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왜 KMDC의 조력자 역할을 했을까?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에서 가스전 사업에 성공했는데, KMDC가 획득한 광구가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아 나름대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KMDC 측은 “미얀마에서 개발사업을 이어간다는 입장은 이미 밝혔다”고만 말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업계에서는 “만약 의혹이 불거지지 않았다면 KMDC는 개발권 획득을 토대로 우회상장을 시도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최근 KMDC가 유비컴이라는 회사를 통해 우회상장을 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이에 대해 KMDC 관계자는 “KMDC와 유비컴 간 경영참여 또는 기업인수 협상이 매듭된 상황이 아니다”며 “10월 내에는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딴 C & K 역시 코코라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통해 우회상장한 바 있다.



쿠르드 유전은 협상 진행 중2008년 초 정부는 추정 매장량이 72억 배럴인 쿠르드 유전개발사업 지분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예상 지분 이익은 19억 배럴. 국내 1년 석유소비량의 2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당시 석유공사는 “3~4년 탐사해 예측대로 생산하면 하루 20만 배럴에 이른다”며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7%포인트 높일 수 있는 양”이라고 강조했다.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은 2008년 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쿠르드 바르자니 총리와 ‘한-쿠르드 협력증진’ 방안에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석유공사가 주도한 한국 컨소시엄은 지금까지 2억1100만 달러를 쿠르드 정부에 지급했다. 탐사비용은 1억9000만 달러를 썼다. 우리 돈으로 약 4400억원이다.

2010년 12월 말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 각료회의. 이날 압둘 카림 루아이비 이라크 신임 석유장관은 쿠르드 지역의 석유 수출을 곧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국정감사에서 탐사 시추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한나라당 이학재 의원은 “5개 광구 탐사시추 결과 원유가 없거나 발견됐더라도 애초 기대했던 매장량에 크게 못 미쳐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석유공사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 의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바지안 광구는 생산량이 기대치인 하루 15만~20만 배럴에 크게 못 미치는 200배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노영민 의원 역시 “1차 탐사단계 결과 추정매장량 72억 배럴의 43%인 31억 배럴”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 측은 “시추작업 초기 단계에서 사업 실패로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공사는 “2008년 계약 당시 5개 광구 탐사가 실패할 경우 6500만 배럴의 원유를 보장받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계약과 관련해 알려지지 않은 사실도 속속 드러났다. 계약 당시 석유공사는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으로 19억 달러를 쿠르드 정부에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2500만 달러만 집행했다. 이를 이유로 쿠르드 정부는 석유공사에 매우 불리한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 이학재 의원에 따르면 최근 석유공사는 쿠르드 정부의 요구에 따라 보장 원유 6500만 배럴 대신 생산광구 2개와 교환하고, SOC 19억 달러를 ‘SOC 7억 달러+현금 12억 달러 지급’으로 바꾸는 계약 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김성회, 김재균 의원 역시 비슷한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쿠르드 광구는 협상이 진행 중인데 이번 건(국정감사 폭로)으로 협상 내용까지 공개돼 비밀유지 계약 위반으로 광구권이 해지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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