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et Management] 수익률 낮아도 안전이 최고
[Asset Management] 수익률 낮아도 안전이 최고
12월 23일 기준 한국 증시의 2011년 수익률은 -10.82%였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 49개국 가운데 11위의 성적이었다. 일본(-18.07%)은 23위, 홍콩(-18.36%)은 25위, 중국(-19.03%)은 28위에 그쳤다. 한국과 주식시장 구조가 비슷한 대만의 수익률은 -22.86%로 34위, 인도는 -36.57%로 45위에 머물렀다.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나라는 아일랜드(7.79%), 인도네시아(4.00%), 미국(0.50%) 등 3곳에 불과했다. 펀드 수익률도 엉망이었다. 예컨대 인도펀드의 수익률은 -33.55%로 최하위였다. 러시아펀드는 -28.43%로 꼴찌의 불명예를 피했다.
이처럼 수익률이 대부분 마이너스인데다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이 자주 출렁대자 투자자들은 더욱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마땅한 다른 투자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다 보니 신경을 좀 덜 써도 어느 정도 수익률을 기대하면서 웬만하면 원금을 지킬 수 있는 금융상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적어도 원금은 지켜야 금융시장이 살아날 때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상품으로 갈아타기도 쉽다.
다만 불행하게도 금융시장에서는 원금을 100% 보장하면서 예금금리보다 좀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찾기란 어렵다. 기초자산을 국채 등 채권으로 만들면 안전하긴 하지만 국채 금리가 매우 낮아 수익률을 은행의 예금 금리 이상으로 올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금융회사에서는 국채뿐만 아니라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회사채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거나 주식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려고 하는 게 일반적이다.
가장 안전한 상품은 국채만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다. 단, 국채만으론 은행 이자에 버금가는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국채보다 금리가 높은 지방채·공공채 등을 활용한다. 현대증권이 내놓은 채권상품으로 ‘경남지역개발11-11’이 있다. 이 상품은 만기 4년 11개월인 지역개발채권에 투자해 수익률 4.46%를 보장한다. 시중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팔아서 매매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세금은 채권의 표면이율에 매긴다. 이 채권의 표면이율은 2.5%여서 이자소득세가 매우 적다. 공모를 통해 매달 주기적으로 판매한다.
물가 오르면 수익률 더 오르기도금리가 높아도 물가가 더 오른다면 결국 밑지는 장사다. 2011년에는 물가가 줄곧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채권 중에서도 물가연동채권이 인기다. 안전하면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내서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이 판매하는 ‘저쿠폰신물가연동국채(물가연동국채 11-4호)’가 대표적인 상품이다. 국채를 활용해 원금과 이자 지급액을 물가 상승에 연동하는 상품이다. 동양종금은 2011년 7월부터 이 상품을 팔고 있다. 2011년 12월 말까지 1000억원어치 넘게 팔았다.
물가연동국채의 기초자산은 국채이기 때문에 은행 예금이나 우량 회사채 못지 않게 안전하다. 게다가 물가연동채권의 특성상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오를수록 중도이자와 만기원리금 수령액이 늘어난다. 물가가 오를수록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라서 물가가 올라도 실질 수익률이 떨어질 걸 걱정할 필요가 없다. 10년 만기 채권이지만 쉽게 사고팔수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중도에 팔 수 있다. 물론 중도 매도 때 금리가 크게 떨어진다면 채권 가격이 상승할 수 있어 추가 수익도 노릴 수 있다. ‘저쿠폰 신물가연동국채’는 표면금리(6개월 만기)가 1.5%다. 만기 때까지 물가상승분에 대한 추가 수익은 비과세여서 절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연간 물가상승률을 보수적으로 잡아 3%정도라고 할 때 투자수익률은 6% 중반, 물가상승률이 3.5% 이상으로 유지되면 수익률은 7%로 오를 수 있다”며 “현재 A등급 회사채 수익률이 4.5~5.5%, 5년 만기 국민주택채권이 4% 초반, 시중은행 금리가 4% 초반 수준인 걸 감안하면 물가연동채권의 수익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우량 회사채로 수익률을 높이는 상품도 있다. 대신증권의 원금 보존 추구형 상품 ‘하이공모주플러스10제1호펀드’는 투자금의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한다. 채권은 국고채와 통안채가 주종을 이룬다. 여기에 A나 AA 등급의 우량 회사채를 더해 수익성을 높인다. 투자금의 10% 정도는 공모주를 중심으로 일반 주식 등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노린다.
채권의 안정성과 파생상품의 수익성을 결합한 상품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미래에셋 세이프 ELT’가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확정 금리형’과 ‘원금 보장형’을 종합한 모델이다. 자산의 일부를 A등급 이상 우량 채권에 투자해 확정 금리를 보장하고, 나머지는 원금 보장형 파생결합증권(ELS) 등 파생상품에 분산투자하는 식이다. 일반적인 은행의 주가연동예금(ELD)과 유사한 구조다. 이 상품은 투자 설정액의 9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해 시중금리 수준의 이자수익을 얻고, 나머지 10% 정도는 파생결합증권에 투자해 초과 수익을 추구한다. 파생상품도 100% 원금 보장형 ELS상품이어서 원금을 잃을 위험은 없다. 추가 수익을 결정짓는 ELS는 1~3% 수준의 수익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총 수익목표는 ‘시중금리 + 1~3%’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지금처럼 시중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정기예금 금리에 만족하지 않고 주식과 연계된 추가 수익을 원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상품”이라며 “기존 (은행의) ELD는 코스피지수 30% 이상 상승 등 특정 조건에 도달하지 못하면 0~1% 수준의 최저 수익률만 지급하지만 ‘세이프 ELT’는 선별한 우량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시중금리 수준’ 이상을 기대수익률로 한다”고 말했다.
채권의 안정성과 주식의 수익성 결합주식 비중을 늘려 수익률을 올리면서 안정성도 추구하는 상품도 많다. 이들 상품은 주식에서 수익을 올리는 한편, 여러 금융기법으로 위험을 줄인다. 주식도 일반 주식보다는 공모주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주식을 선택한다. 대신증권은 안정형 상품이면서도 은행 금리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대신포르테알파30채권혼합펀드’를 내놓았다. 채권 70%에 주식투자 비중 30% 수준이다. 원금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공학기법과 헤지펀드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주식에서 오르는 종목은 사고 내리는 종목을 파는 ‘롱숏전략’, 통계적으로 확인된 방식에 따른 안정적인 주가 차익거래, 합병·공개매수·분할·파산 등을 겪는 종목에 투자하는 ‘이벤트 드리븐’ 등으로 주식 투자에서 가급적 안정적인 수익을 노린다. 최광철 대신증권 상품전략부 팀장은 “헤지펀드 방식을 활용하면 지수가 어느 정도 떨어져도 원금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의 ‘키움장대트리플플러스증권1호’ 채권혼합형 상품이다. 기초자산을 기민하게 조절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우량 채권을 40~60% 비중으로 편입하고 나머지를 국내외 공모주로 채운다. 채권에서는 큰 수익을 바라지 않지만, 공모주 운용을 전략적으로 병행해 고수익을 노린다. 시장이 불안해지면 채권 비중을 늘리고, 시장이 좋아지면 공모주 비중을 늘리는 식이다. 수익률 목표는 8~10%지만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다.
민석주 키움증권 금융상품팀장은 “공모주는 손실이 날 가능성이 작은 편이기 때문에 주식형 펀드 중에서 비교적 안정적”이라며 “일반 채권 혼합형 공모주 펀드와 달리 수익률이 훨씬 높은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조건 걸고 수익 내면서 원금은 지켜 주가지수 등에 따라 미리 약정된 수익률을 보장하면서도 원금을 지킬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 류의 상품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 상품들은 증권사의 판단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출시된다. 미래에셋증권이 2011년 12월 12일부터 16일까지 판매한 ‘미래에셋 제3017회 ELS’를 살펴보면 ELS 상품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1년 만기의 원금 보장형 상품이다.
이 상품은 만기 평가일까지 기초자산이 장중 가격을 포함해 한 번이라도 최초 기준 가격의 130%를 초과하면 4%의 수익을 보장한다. 가격이 100~130% 사이에 있으면 기초자산 상승률의 60%를 수익으로 지급하고, 만기평가 가격이 최초 기준 가격의 100% 이하라도 원금은 보장한다. 수익률이 낮은 대신 원금을 보장하는 게 특징이다.
현대증권의 ‘Up and Out Call ELS(원금보장 조건부 낙아웃형)’는 원금 보장형 ELS로 최대 17.5%까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1년 만기 상품이다. 코스피지수가 10% 상승하면 7%의 수익을 돌려주고 코스피지수가 25% 넘게 오르면 연 5% 수익을 추가로 지급한다. 심완엽 현대증권 투자상품부 차장은 “코스피 지수가 제한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가 선택할 만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주가지수를 연계한 원금 보장형 상품도 있다. 신한금융투자증권의 ‘원금보장형 ELS’는 코스피와 해외 지수를 연계해 만기일 지수가 설정일 때보다 150% 이상 오르면 4.4%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150% 미만이면 원금만 보장한다. 투자기간 1년의 ‘디지털 구조’다. 디지털형 상품은 최초 설정 때부터 만기 사이의 지수와 무관하게 만기일 지수만을 판단 근거로 따진다.
외환을 기반으로 만든 파생상품에도 안전형이 있다. 일정 부분만 원금을 보장하지만 대신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파생결합증권(DLS)은 1년 만기의 95% 원금 보장 디지털형 상품이다. 중국 위안화 절상률을 수익기반으로 한다.
만기평가일에 중국 위안화 가치가 2% 넘게 오르면 연 13.5%의 수익을 준다. 2% 미만이면 마이너스 5%의 손실(95% 원금 보장)이 발생할 수 있다. 심완엽 차장은 “위안화 가치가 오를 것에 투자하고 싶은 고객이나 중국 유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헤지형 상품으로 적합하다”고 추천했다. 위안화 가치는 꾸준히 오르고 있어 추세적으로 볼 때 투자할 만한 상품이다.
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sa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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