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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ce Korea] “다 너 때문이야!”

[Romance Korea] “다 너 때문이야!”

한 선수가 우측 터치라인을 따라 공을 몰고 빠르게 내달린다. 공격수가 패널티 라인 안쪽으로 돌파해 들어가며 패스를 받는다. 상대편 수비수가 패스를 받은 공격수 뒤에 붙어 공을 빼앗지만, 바로 처리하지 못하고 주춤대는 사이 또 다시 공을 빼앗긴다. 실점 위기다. 필사적으로 태클하는 수비수가 그만 공이 아닌 공격수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만다. 옐로우 카드와 함께 패널티킥이 선언된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조별 예선 중 한국과 나이지리아 경기의 한 장면이다. 나이지리아에 패하면 한국의 16강 진출이 무산되는 중요한 시합이었다. 이 경기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미드필더 김남일(36) 선수는 잘못된 태클로 나이지리아에 패널티킥을 내줬다. 나이지리아의 키커는 가볍게 골을 성공시키며 2:1로 지던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다행히 경기는 더 이상의 실점 없이 2:2로 끝났다. 한국 대표팀은 최초로 월드컵에서 원정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경기가 새벽 5시를 넘어 끝났는데도 한국은 축제 분위기였다.

그러나 단 한사람만은 그 분위기를 즐기지 못했다. 바로 김남일 선수의 부인 김보민 KBS 아나운서(35)다. 그녀의 미니홈피에는 김 선수의 실책을 비난하는 글들이 폭주했다. 경기 직후인 6월 23일 하루에만 약 65만 명이 김 아나운서의 미니홈피를 방문했다. 당시 MBC의 주말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로 큰 인기를 누리던 가수 가인(26)의 미니홈피 접속자수가 일주일에 70만 명 가량이었다.

외국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도 선수가 실수하면 그들의 WAG(wives and girlfriends)에게 비난이 쏟아진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실책을 범한 공격수 이동국(34) 선수의 경우도 그랬다. 그는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골키퍼와 1:1 상황을 맞이하고도 득점에 실패했다. 1점 차로 지고 있는 중에 생긴 천금 같은 기회였기에 그의 실책은 아쉬움을 더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이 선수의 부인 이수진(33)씨의 미니홈피에 비난이 쏟아졌다.

최근 가장 많이 화제가 된 부부는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의 김태균(31) 선수와 김석류(30) KBSN 아나운서다. 야구 관련 방송에서 활동하는 김석류 씨는 야구팬들 사이에서 ‘야구 여신’으로 불릴 만큼 많은 인기를 누렸다. 그녀는 2010년 5월 발간한 책 ‘김석류의 아이러브 베이스볼’에서 “야구선수와 연애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야구 관련 방송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불과 세 달 뒤 두 사람의 결혼 발표 소식이 흘러나왔다. 배신감을 느낀 야구팬들은 김 아나운서의 미니 홈피에 비난을 퍼부었다.

공교롭게도 그 무렵 김 선수의 성적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2010년은 김태균이 일본에 진출해서 맞이하는 첫 해였다. 김 선수는 개막 후 6월까지 4개월간 18개의 홈런을 기록하면서 한국 야구팬들을 흥분시켰지만 7월부터 폐막인 10월까지 단 3개의 홈런을 치는 데 그쳤다. 그의 성적은 2011년이 돼서도 나아지지 않았다. 시즌 초반 부진하다가 허리부상으로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서 공백이 길어졌다. 급기야 같은 해 7월 김 선수는 가족들이 지진을 두려워한다는 이유로 소속팀 지바 롯데와의 계약 해지 의사를 밝혔다. 많은 야구팬들은 김선수의 이같은 부진을 김 아나운서 탓으로 돌렸다. 과거 김선수의 팬이었다는 김윤수(33)씨는 “김태균이 소속팀의 만류를 뿌리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데는 분명 부인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며 “(김 아나운서가) 운동선수의 아내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WAG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 안정환(37)씨의 부인 이혜원씨는 2009년 중국의 한 포털사이트에서 ‘세계 스포츠스타 부인들 중 성형미인 1위’로 선정됐다. 성형논란이 계속되자 이씨는 “사람들이 왜 죽음을 택하는지 알 것 같다”며 괴로워했다. 2011년에는 프로야구팀 기아 타이거즈의 최희섭(34) 선수의 부인 김유미(30)씨가 허리 통증으로 경기를 쉬던 최선수와 함께 다른 팀 경기를 봤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가 비난을 샀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일반인이라도 유명 인사와 결혼하면 스타 못지 않은 관심의 대상이 된다. 또 자연스럽게 경기 실적이 서로의 평판에 영향을 미친다. 일간스포츠의 김우철 기자는 “바쁘고 수입이 많은 스포츠 스타는 자신들과 비슷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연예인들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운동선수가 뭇 남성들의 흠모 대상인 연예인과 연애한다는 사실은 팬들에게 부러움을 사면서 선수의 부진을 탓할 좋은 구실이 된다. 건국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팬들은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둬서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진한 선수를 직접 비난할 수 없거나 그럴 만한 근거가 없을 때 WAG를 대신 비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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