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사상 최저치 성장률 목표로 안정 강조
[World] 사상 최저치 성장률 목표로 안정 강조
해마다 3월 초 베이징에서는 아주 특별한 정치 행사가 열린다. 중국 최고 정치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최고 국정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그것이다. 두 회의를 합쳐서 이른바 ‘양회’라고 부른다. 이번 회의는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4세대 지도부 체제 하에서 치러지는 마지막 행사였다. 또한 올해가 12·5 계획이 본격적으로 착수되는 해라는 의미도 있다. 이번 양회는 ‘정치·경제개혁 추진을 통한 안정 속의 발전’을 화두로 던졌다. 경제부문에서는 경제성장 방식의 전환, 산업구조 선진화, 민생안정을 핵심으로 하는 12·5 계획의 정책기조가 반영됐다. 이번 양회에서 발표된 주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올해 중국경제를 조망해봤다.
◆ 거시경제 : 경제성장률 7.5%, 물가상승률 4%올해 중국의 정책방향인 ‘온중구진(穩中求進)’에서 보듯이 안정적인 경제성장이 최우선 과제다. 3월 5일 정부업무보고에서 원자바오 총리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7.5%, 물가상승률은 4%로 제시했다. 7.5%라는 수치는 중국이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최저치다. 이는 경제발전 속도의 완화, 산업구조 업그레이드라는 정책의지가 투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실물경제를 중시하는 정책과 ‘중소기업 프렌들리’ 정책도 잇달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 방식 역시 과거 수출 드라이브 위주에서 ‘내수와 민생, 친환경’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될 전망이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올해 역시 성장률 8% 이상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들은 앞으로 내수확대와 소비진작 정책이 쏟아질 것에 대해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한편 경쟁심화와 비용 상승이라는 악재에 대해서도 미리 대처하는 기민함이 요구된다.
물가상승률 억제라인 4%는 주민소득의 실제 성장이 경제성장과 보조를 같이 하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수입원자재 가격 폭등 등 국제적인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연간 목표 달성은 크게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중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넓어짐을 의미한다. 물가가 안정되면서 그동안 지속됐던 긴축정책 역시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올해 신규 대출 규모는 약 8조 위안에 달해 3년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 산업 구조조정 : 에너지 절감, 친환경, 차세대 정보기술, 문화산업3월 14일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이 과도한 에너지 의존형 경제구조에서 탈피하고 심각한 환경오염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에너지 자원 절약과 생태환경 보호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정부는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7대 신흥전략산업의 육성을 내세웠다. 7대 산업은 ‘에너지 절감과 환경보호, 신소재, 신에너지차, 차세대 정보기술, 첨단장비제조, 신에너지, 바이오산업’을 말한다. 여기서도 녹색성장, 저탄소 경제, 에너지 절감은 핵심적인 키워드이다. 향후 투자 규모만 8조2300억 위안(한화 약 1480조원)에 달한다. 중국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앞으로 녹색산업의 투자 확대와 각종 에너지 절감 정책이 잇따라 발표될 전망이다. 녹색시장에 거대한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림자도 있다. 중국에 진출한 화공분야 기업이나 에너지 과소비형 기업, 환경오염 관련 기업의 경우 공장이전이나 최악의 경우 공장폐쇄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각별한 주의와 상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산업이 IT 분야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차세대 정보통신기술 발전, 인터넷 인프라 건설 확대, 사물통신의 결합 추진 등을 강조했다. 인터넷 쇼핑 등 전자상거래 분야는 또 한번의 도약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결제시스템, U-CITY, U-헬스케어 분야에도 새로운 시장이 펼쳐질 전망이다. 문화산업, 특히 모바일 콘텐트, 애니메이션, 온라인게임 등도 유망하다.
◆ 부동산 : 안정화 정책 지속양회 기자회견에서 원자바오 총리는 ‘부동산시장 안정화 정책의 퇴보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생각은 여전히 현재 부동산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에도 집값이 생각만큼 잡히지 않고 있다는데 정부의 고민은 깊어 간다. 가장 큰 이유는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도시화 바람 때문이다. 대대적인 도시화 추진 정책이 집값을 끌어 올리는 견인차가 되고 있다. 대도시 부동산 가격은 어느 정도 불씨가 잡히고 있지만 지방의 경우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정부는 처방전으로 공급확대 카드를 꺼냈다. 앞으로 보장성 주택 700만 호를 건설하고 분배·관리제도도 개선할 생각이다. 이를 통해 서민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시킨다는 방침이다. 부동산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도 시작될 전망이다. 부동산에 과도하게 몰린 자금을 중점 육성대상 산업분야로 골고루 퍼지게 한다는 방침이다.
◆ 위안화 : 환율보다는 국제화위안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핫 이슈가 될 것이다. 위안화 환율은 지난해 11월 미 달러화의 강세로 조정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초 이후 지속적인 절상추세를 보였으나 연말에는 절상과 절하가 교차되면서 변동 폭이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위안화 환율이 이미 균형수준에 근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위안화 환율정책 역시 평가절상과 절하를 유연하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다. 올해 예상되는 위안화 환율 절상 폭은 3~5% 내외이다. 그러나 위안화 키워드는 지난해 ‘평가절상’에서 올해에는 ‘국제화’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 통상 : 수입 확대올해 중국 대외무역 정책의 큰 가닥은 ‘수출 급락 방지, 수입 확대’이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수입 확대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끊임없는 위안화 절상요구와 무역마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시장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수출업계의 채산성 악화를 우려해 평가절상의 대체정책으로 수입 확대를 택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올해 양회를 통해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천더밍 상무부장은 양회 기자회견에서 지속적인 수입 확대 계획을 밝혔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전통적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구조를 감안할 때 중요한 정책전환을 나타내는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
자동화설비 등 자본재, 반제품 수입신용대출확대, 중소 수출업체용 기계설비 등에 대한 다양한 수입 장려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관세율 인하도 주요 이슈 중 하나다. 이미 730종 수입상품에 대한 관세인하 조치가 발표되었다. 잠정세율과 소비세제 개혁을 통해 소비재수입을 확대할 경우 일각에서 제기되는 해외 과소비를 줄일 수도 있다.
중국의 수출입 증가율 10% 가이드라인 제시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 2년간 중국의 무역성장률은 20~30%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목표치가 10%선으로 제시되면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크든 작든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중국의 대외수출이 둔화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현재 한국의 대중 수출의존도는 24.1%에 이른다. 미국과 일본을 합한 비중 17.3%보다 6.8%포인트 높다. 그만큼 중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장이며 중국정부의 정책변화와 교역액 증감은 우리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1분기 현재 기준으로 볼 때 올해 연간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14.9%에는 못 미치겠지만 10% 정도는 가능할 전망이다. 금액으로는 1500억 달러다. 1분기 조정기를 지나면 중국의 신성장 동력 추진과 내수소비 활성화 조치 등으로 대중국 수출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 내다보는 중국의 올해 수출증가율 역시 15~20%에 이를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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