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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AND royals] 왕실에서의 첫 1년

[ENGLAND royals] 왕실에서의 첫 1년


케이트는 왕자비로서의 일상생활에서도 세기의 결혼식에서처럼 우아하고 멋진 모습 보여



VICTORIA MATHER 요즘은 1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던가? 하지만 케임브리지 공작 부인(케이트 영국 왕자비)에겐 그렇지 않다. 장차 영국의 왕비가 될 케이트가 왕실에서 보낸 첫 1년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그녀는 지난해 4월 29일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알렉산더 매퀸의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윌리엄 왕자와 결혼식을 올렸다. 우아함에 전통적인 미를 더하고 섹시함을 배제한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최근 역사상 왕실 결혼식의 어떤 신부보다 더 멋졌다(knocked the spots off any royal bride in recent history). (반면 신부 들러리로 나선 그녀의 여동생 피파 미들턴은 섹시한 드레스로 눈길을 끌었다.) 우리가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우리는 케이트가 반짝이며 찰랑거리는(tossy) 아름다운 머릿결을 지녔다는 사실을 안다. 1년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다만 지금은 그 머릿결이 한층 더 찰랑거리고 아릅답게 보인다. 우리는 또 그녀가 도시 전체를 밝힐 만큼 환한(that could power the electricity grid of entire cities) 미소를 지녔다는 사실을 안다. 이 역시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요즘은 그녀처럼 치아에 세라믹 라미네이트(치아의 겉면에 세라믹 재질의 판을 접착해 치아의 형태와 심미성을 회복시키는 치료법) 시술을 받는 게 모든 젊은 여성의 꿈이 됐다. 우리는 케이트가 멋진 몸매를 지녔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다만 그녀가 할리우드를 방문했을 때 옆에 서 있던 니콜 키드먼이 더 살쪄 보이자 그 몸매가 얼마나 멋진지 절실히 느꼈다. 우리는 이제 왕자비가 된 그녀를 캐서린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걸 알지만 우리에게 그녀는 여전히 케이트다.

케이트는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잘해내고 있다. 사실 그녀의 훌륭함은 어떤 행동을 해서라기 보다는 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그녀는 남편 윌리엄 왕자보다 더 주목 받으려(upstage) 하지 않는다. 또 시할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나 새 시어머니 콘월 공작 부인(찰스 왕세자와 재혼한 카밀라 파커 볼스)보다 더 앞에 나서려 하지도 않는다. 케이트는 늘 이들보다 한걸음 뒤로 물러나 있다. 여전히 환하게 미소 짓지만 이목을 끌려고 하진 않는다(not limelight-hogging). 최근 그녀는 여왕, 카밀라와 함께 런던의 포트넘 & 메이슨 백화점을 방문했다. 옅은 청록색에 금색 장식을 곁들인 투피스를 입은 여왕은 마치 포장한 선물처럼 화려했고, 짙은 네이비색과 흰색 줄무늬가 들어간 코트형 원피스를 입은 카밀라는 얼룩말 같았다(44쪽 사진). 하지만 몇 발짝 뒤에는 옅은 청색의 단순한 코트형 원피스를 입은 케이트가 서 있었다. 마치 “전 왕실의 새내기일 뿐이에요”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듯했다. 케이트는 핸드백조차 들지 않았다. 그녀에겐 시녀(ladies-in-waiting)도 스타일리스트도 없다. 그저 겸손한 자신감(modest confidence)이 있을 뿐이다. 화목한 가족(친정)과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이 있다는 데서 나오는 자신감이다.

케이트는 이런 태도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두 가지 생존전략을 완성했다. 하나는 ‘투명 망토(cloak of invisibility)’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다이애나(전 왕세자비)와의 차별화(being Not Diana)’ 전략이다. 투명 망토(케이트는 ‘해리 포터’를 읽고 자란 세대다) 전략은 영국 왕실과 언론의 합의 덕분에 가능했다. 언론은 왕실의 요청을 받아들여 윌리엄과 케이트가 신혼 살림을 차린 웨일스 지방 앵글시 섬의 농가 위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또 케이트가 주부로서 살아가는 일상을 뒤쫓지 않는다는 데 동의했다. 결혼식 4일 뒤 집 근처 수퍼마켓에서 쇼핑 카트를 밀고 가는 그녀의 사진이 보도된 적은 있다. 하지만 그 후론 단 한건도 없었다. 웨일스 주민들의 협조가 큰 도움이 됐다. 윌리엄은 ‘웨일스의 윌리엄 왕자(Prince William of Wales)’니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윌리엄과 케이트는 시간이 날 때면 동네 극장에 가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 집에서 벽난로를 피워놓고 DVD를 보거나 TV를 보면서 저녁 식사를 한다. 윌리엄의 동생 해리 왕자는 이들의 생활이 재미 없어 보인다(seems a bit staid)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언젠가 영국의 왕이 돼 공적인 삶을 살아가야 하는 윌리엄에게 이런 생활은 폭풍 전의 고요(the calm before the storm)와 같다. 지금 이들 부부의 모토(watchword)는 ‘평범함(normal)’이다. 길지 않은 이 기간 동안 최대한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버크셔에 있는 케이트의 친정 집에 갈 때면 완전히 평범한 삶 속으로 숨어들 수 있다. 다이애나에겐 이렇게 돌아가 쉴 만한 평범한 가족이나 집이 없었다.

‘다이애나와의 차별화’ 전략 성공은 왕실과 윌리엄 왕자(결코 호락호락한 성격이 아니다)의 세심하다 못해 거의 강박적인 노력의 산물이다. 왕실과 주변의 모든 사람이 케이트는 ‘다이애나가 받지 못했던 도움과 충고’를 받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들은 다이애나와 케이트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간과했다. 다이애나는 결혼 당시 열아홉 살이었지만 케이트는 서른 살의 완전한 성인이다. 게다가 케이트는 좋은 교육을 받았고 균형잡힌(well rounded) 사고를 지녔다. 또 다이애나처럼 수줍어하지도 않고 명랑한 성격이다. 무엇보다 케이트는 남편을 깎아내리기보다는 그에게 힘을 실어주려 한다. 이스트 앵글리아의 트리하우스 칠드런스 호스피스에서 첫 연설을 할 때 그녀는 먼저 자신을 후원자로 받아준 그 자선단체에 감사를 표했다. 나지막하고 예쁜 목소리에 말투도 우아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이렇게 말했다. “윌리엄이 이 자리에 오지 못해 유감입니다. 왔으면 좋아했을 텐데요. 윌리엄은 팀워크를 통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대단한 업적을 이룩하셨습니다.”

팀워크는 이들 부부에게 매우 중요하다. 윌리엄의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 부부에게 믿음이 간다. 그들이라면 왕실을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다.” 윌리엄과 케이트는 조지 5세 국왕과 메리 왕비(많은 사람이 이들을 따분하고 고루하다고 여겼지만 안정되게 왕실을 이끌었다)에 비견된다.

평범한 중산층 출신인 케이트가 왕자비로 “적합하지(do)” 않다고 여긴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여왕 모후의 자서전을 쓴 역사학자 윌리엄 쇼크로스는 케이트의 자질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또 데일리 메일의 칼럼니스트 아만다 플라텔은 케이트에게 ‘기다리는 케이티(Waitey Katy)’라는 별명을 붙였다. 플라텔은 그녀가 왜 윌리엄 왕자가 청혼할 때까지 직업을 갖지 않고 기다리기만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데일리 텔리그래프의 패션 편집장은 “왕자비는 영국의 다른 30세 여성들과는 취향이 매우 다른 듯하다”고 말했다. 그 편집장은 [그녀가 케이트와 비교한 사만다 캐머런(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부인)이 유행의 최첨단을 달릴지(fashion-forward)는 몰라도] 최신 유행과는 거리가 먼(fashion-backward) 영국의 보통 사람들이 케이트의 고전적인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감지하지 못했다. 영국인들은 할리우드에서 알렉산더 매퀸의 드레스(그리스 건축물의 기둥을 연상케 하는 고전적인 스타일)를 입은 케이트의 모습이 매우 멋지다고 생각했다. 영화배우 겸 작가인 스티븐 프라이는 “클라크 게이블과 마릴린 먼로의 기억을 되살리는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만다가 백악관 만찬에서 입었던 드레스는 식탁보 같다고 생각하는 영국인이 많았다.

영국 패션업계에서 ‘케이트 효과’의 가치는 10억 파운드에 이른다(지난해 5월 오바마 대통령 내외가 버킹햄궁을 방문했을 때 케이트가 입었던 라이스의 원피스는 1분에 한벌씩 팔렸다). 우리는 대중적인 패션과 고급 패션을 가리지 않는(mixing High Street with high fashion) 그녀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케이트는 친정 어머니와 옷을 같이 입으며, 켄징턴 가든에서 강아지를 산책시킬 때 테니스화를 신는다. 또 첼시에 있는 피터 존스 백화점(중산층이 애용하는 곳이다)에 스스럼없이 들르고, 키키 맥도노(준보석을 사용해 가격이 합리적인 장신구점)에서 구입한 귀걸이를 착용한다. 보통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케이트는 마치 옆집 아가씨 같다. 그것도 친근감이 느껴지는 옆집 아가씨 말이다.

패션 기자들은 케이트가 의상을 고를 때 패션뿐 아니라 왕실의 일원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헤아리지 못한 듯하다. 왕족들이 옷 입는 방식은 일반인과 다르다. 케이트가 런던 이슬링턴의 한 학교를 방문했을 때 진바지를 입고 갔는데 학생들은 그녀가 왕자비처럼 보이지 않아 몹시 실망했다. 케이트는 그런 실수를 두번 다시 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패션 모토는 ‘적절하게(appropriate)’다. 그녀가 후원할 자선단체를 결정했을 때(순전히 스스로 조사하고 판단한 결과였다) 세인트 제임스궁의 공식 발표 내용은 이랬다. “왕자비는 왕자께서 이미 시작하신 일에 도움이 될 만한 기관을 후원하기로 결정하셨습니다.”

케이트가 후원하기로 한 자선단체는 액션 온 어딕션(마약 중독자 후원 단체)과 이스트 앵글리아 칠드런스 호스피스, 아트 룸(아스페르거 증후군 환자 후원 단체), 국립 초상화미술관, 그리고 스카우트다. 그녀는 앵글시의 집에서 가까운 스카우트 지부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홍보 전문가 마크 보로스키는 “케이트가 스카우트의 스카프 고정 고리(woggle)를 착용한 걸 보기 전엔 스카우트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다”고 말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케이트는 왕실 생활 첫 1년 동안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꿈을 이룬 듯하다. 우선 첫 출발이 순조로웠다. 캐서린 미들턴이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웨딩 카에서 내리던 그 순간부터 그랬다. 신부의 아버지는 딸의 떨리는 손을 잡고 웨스트민스터 성당의 중앙복도를 걸어내려 갔다. 단순하고 깔끔한 차림의 신부 어머니에 비하면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쓴 카밀라는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 꼭대기에 얹힌 요정처럼 보였다. 또 신부 들러리로 나선 여동생은 아름다운 자태로 화제를 모았고 남동생의 성경 구절 낭독은 훌륭했다. 미들턴 가족 전체가 영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줬다.

그리고 결혼식과 이후의 모든 일들이 요란스럽지 않게(low-key) 절제된(understated) 방식으로 치러졌다. 세이셸 군도의 노스 아일랜드로 간 신혼여행에서 윌리엄 왕자 부부는 값비싸고 호사스러운 빌라가 아니라 해변가의 평범한 숙소에서 묵었다. 올해 부활절엔 프랑스 쿠시빌로 스키 여행을 다녀왔는데 이 역시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가족 휴가 여행이었다. 케이트의 여동생 피파는 어떨까? 마가렛 영국 공주(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여동생)나 리 래지윌(재클린 케네디 전 미국 퍼스트 레이디의 여동생) 등 유명한 언니를 둔 여동생들의 전철을 밟게 될까? 피파가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지면 확실히 도움이 될 듯하다. 어쩌면 그녀는 노섬버랜드 공작의 후계자인 조지 퍼시와 결혼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케이트의 어머니는 공작과 결혼한 딸을 둘이나 두게 된다. 딸들을 좋은 집안으로 시집 보내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는 ‘오만과 편견’(제인 오스틴의 소설)의 베넷 부인보다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두게 되는 셈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신부 케이트, 고전적인 케이트, 할리우드의 케이트, 스포티한 케이트 등 다양한 모습의 케이트를 봐왔다. 마치 여러 버전의 바비 인형을 보는 듯하다. 윌리엄 부부는 캐나다 여행 당시 서로 다른 팀에 합류해 조정 시합을 한 적이 있다. 영국 일간지 더 선의 왕실 담당 사진기자 아서 에드웨즈는 당시 케이트에게 “왕자께서 승리를 확신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자 그녀가 “그렇게는 안 될 걸요(He wishes)!”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남편에게 져줬다. 다이애나의 거식증(anorexia)과 폭식증(bulimia), 자학행위(self-harming) 등을 폭로한 전기작가 앤드루 모튼은 “캐서린은 마치 왕자비로 타고난 듯(as if to the manner born) 그 역할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영국 언론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케이트의 흠을 들춰내려 한다 해도 “그녀는 때때로 너무 높은 하이힐을 신는다”는 정도가 고작일 것이다. 케이트가 그만큼 책잡힐 만한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필자는 베니티 페어의 객원기자이자 CBS의 영국 왕실 담당 해설가다.

번역 정경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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