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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시티사업 어떻게 될까
첨단 유통센터 인허가 비리에 기우뚱

파이시티사업 어떻게 될까
첨단 유통센터 인허가 비리에 기우뚱

경부고속도로 양재IC를 빠져나오면 곧바로 19층 복합쇼핑몰 하이브랜드가 나타나고 바로 그 건너편에 대형 화물터미널 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휑하게 펼쳐진 9만6107㎡ 크기 땅에 낡은 5층짜리 옛 터미널 건물이 한쪽에 서 있다. 이 땅이 이명박 정부 최고 실세들이 포함된 인허가 비리에 휩싸여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 부지다. 단일 복합유통센터 프로젝트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총사업비만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한 파이시티 개발 계획에 따르면 기존 5층짜리 옛 건물은 헐고 지하 6층 지상 35층짜리 오피스빌딩 2개동과 연구개발시설 1개동을 짓는다. 오피스빌딩 최고 높이는 158m나 된다. 또 5~6층 높이의 백화점·쇼핑몰 건물과 화물터미널 건물도 각각 1개동씩 들어선다. 모두 5개 건물에 전체 면적 75만8606㎡ 크기의 복합유통센터로 탈바꿈 하는 것이다.



강남의 새로운 대규모 오피스타운 기대이 땅 주변엔 현대·기아자동차 사옥과 엘지전자 연구개발센터, 코트라, 서울교육문화회관 등이 있고, 코스트코, 농협하나로클럽, 양재화훼단지 등 유통시설도 있다. 이 일대가 대규모 업무 유통단지로 개발되는 것이다. 신분당선도 뚫리면서 대중 교통여건도 좋아져 사업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계획대로 건설되면 이 지역은 강남의 새로운 대규모 오피스타운으로 변신할 것”이라며 “인허가만 빨랐다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급보증을 선 건설사가 망하지만 않았다면, 파이시티는 가장 성공한 프로젝트도 될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사업을 추진한 시행사 ㈜파이시티는 2004년 1월에서 2006년 7월에 걸쳐 저축은행 등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부지를 매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업 전망은 낙관적이었다. 2007년이면 인허가가 끝나고 곧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토지 매입이 끝나고 선정한 건설사(대우자동차판매·성우종합건설)의 지급보증을 통해 2007년 우리은행, 농협 등으로부터 862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그런데 인허가가 예상과 달리 늦어졌다. 2007년에 끝날 줄 알았던 건축계획 승인은 2009년 11월에야 마무리됐다. 금융부담은 하루에만 수억원씩 늘었다. 연 17%의 고율로 불어나 원리금은 1조원이 넘었다. 청와대 등에 전방위적으로 로비자금이 뿌려졌다고 밝혀지는 시기도 이때다. 익명을 원한 한 개발업체 대표는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나면 하루도 속이 편할 날이 없다”며 “어떻게든 인허가를 빨리 받고 용적률 등 좋은 조건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로비의 유혹이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고 2009년부터 은행권이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적극적으로 회수하기 시작했다. 이 여파로 ㈜파이시티의 지급보증을 선 건설사 대우차판매·성우종합건설이 2010년 4월과 6월 차례로 워크아웃에 들어간다. 시공사 보증이 사라지고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결국 그 해 8월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법원에 ㈜파이시티에 대에 파산신청을 한다.

우여곡절 끝에 ㈜파이시티는 지난해 1월 법정관리를 받기 시작했고, 채권단은 대출금을 모두 출자전환 했다. 사업 시행권과 부지는 모두 채권단에 넘어갔다. 그리고 법정관리 계획에 따라 지난해 7월 포스코건설을 새 시공사로 선정하면서 사업이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포스코건설은 시공사 참여의 조건으로 파이시티의 건물들을 하나씩 ‘선매각’을 하자고 제안해 받아들여졌다. 선매각은 건물을 짓기 전에 미리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마련한 돈으로 땅을 사기 위해 빌린 금융권 자금을 갚고 공사비를 충당하는 것이다.

파이시티 법정관리인은 이를 위한 자산매각 주간사로 한국토지신탁(이하 한토신)을 선정했다. 그리고 한토신은 최근 판매시설의 우선매수협상자로 STS개발을 선정하고, 오피스 1개동을 스스로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예정가격은 판매시설은 9200억원, 오피스건물이 4565억원이다. 파이시티는 업무시설과 판매시설의 매각 계약금 4000억원이 들어오면 30%는 채권단 변제용으로, 70%는 공사대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판매시설에는 이미 신세계백화점, 홈플러스, CJ 등이 입점하기로 했다. 오피스빌딩은 한토신이 임대사업을 할 계획이어서 계약까지 무난히 진행될 전망이다. 한토신 관계자는 “땅이 부족한 강남권에서 나오기 힘든 대규모 사무공간이 될 것이므로 희소성이 높다고 생각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파이시티의 법정관리인이나, 포스코건설, 한국토지신탁 등은 이번에 터진 인허가 비리와 사업 추진은 별개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새 시공사를 선정하고 선매각을 진행하는 모든 과정은 법정관리 계획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토지와 사업시행권을 모두 채권단이 가지고 있어 사업추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도 “인허가 비리는 현 사업주체와는 관계없는 일이어서 사업이 타격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업단계별로 법원의 검증을 받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토신은 현재 아직 팔리지 않은 오피스 1개동(4565억원)과 연구개발센터(4565억원) 등의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연구개발센터는 인수희망자가 나타나 꽤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물류시설도 내달부터 공개적으로 매각 희망자를 찾는다. 포스코건설은 물류·창고시설을 제외한 4개동이 모두 팔린 뒤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들 건물은 착공 후 35개월 이내 완공한다는 게 포스코건설의 목표다. 계획대로라면 대략 2015년 말께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인허가 비리에 얽혀 있어 정부와 전국민의 관심의 대상이 된 만큼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안팎의 예상이다. 한 대형건설사 개발사업 담당 임원은 “인허가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사업계획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터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당분간은 건물이나 점포 분양을 꺼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시도 인허가 과정 재조사실제로 서울시는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 문제점이 있었는지 내부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만약 토지의 용도가 상업시설로 바뀌는 등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 현재 사업 계획은 다시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내부 감사 결과 밝혀진 북한산 콘도 인허가 문제를 근거로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토신 관계자는 “건물과 상가를 빨리 선매각 해야 착공을 할 수 있는데, 최근 붉어진 인허가 비리 사건이 계속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계약결정을 미루거나 취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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