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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Fund Review] 2010년에 만든 ‘스팩’ 노려라

[Weekly Fund Review] 2010년에 만든 ‘스팩’ 노려라

참 재미없는 장이다. 단기 등락만 반복했을 뿐 크게 보면 코스피 지수는 2000선만 맴돌고 있다. 수익률도 좋을 리 없다. 삼성전자 등 일부 종목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수익은커녕 손실을 보지 않았으면 다행이다. 이럴 땐 기대수익률을 낮춰서 전략을 짜는 게 상책이다. 시중 금리 이상만 노린다면 현재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스팩은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과 합병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다. 비상장 우량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촉진하고,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2010년 도입됐다.

장점은 많다. 일반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소액으로 기업인수합병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또 유망한 비상장기업들은 증시 상황에 구애 받지 않고 적기에 대규모 투자금을 조달하면서 상장할 수 있는 길이다. 우회상장에 따른 부작용도 해소시켜줄 것으로 보였다.

기대만큼 한땐 잘나갔다. 2010년 3월 3일 대우증권 그린코리아스팩이 국내 최초로 증시에 상장된 이후 스팩은 증시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으며 한때 100대 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상장 후에는 공모에 참여하지 못한 투자자가 매수에 나서면서 스팩 주가가 평균 약 40% 이상 상승하기도 했고, 미래에셋 스팩의 경우 공모가의 배이상 급등하는 과열양상도 나타났다. 개별증권사가 추진하는 최초의 스팩이란 점도 크게 작용했다. 보통 펀드도 1호 펀드가 수익률이 좋다. 그래야 향후 내놓는 펀드에도 돈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스팩 역시 1호는 증권사들이 어떻게 해서든 우량기업과 합병하지 않겠다는 기대를 모으며 선전했다.

분위기가 식은 것은 피합병법인의 최대주주가 3년 동안 지분을 매각하는 것에 대한 제한 조항이 신설되면서다. 현재는 이런 조항이 예외가 됐지만 한번 식은 열기가 다시 달궈지지 않았다. 합병 무산 사례도 찬물을 끼얹었다. 스팩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까지 갔었어도 주주들의 반대로 결국 무산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스팩 밸류에이션(가격산정)을 자율화하는 등의 부양책이 줄줄이 발표됐다. 그러나 기업이든 투자자든 이미 스팩에 대한 관심이 식어버린 뒤였다. 주가도 일제히 공모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그야말로 찬밥 신세다.



22개 스팩 중 인수·합병 목적 달성은 6개스팩은 크게 4단계로 구분된다. 발기인들이 상법상 주식회사 설립→공모를 통한 SPAC IPO 등 상장단계→합병대상기업의 구체적 탐색과 합병 실행단계→기업합병 성공 또는 실패 후 정리단계다. 결국 제대로 된 기업을 찾아서 합병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2010년 3월 대우증권 스팩 1호가 상장한 이후 지금까지 총 22개의 스팩이 증시에 상장됐다. 현재까지 합병상장에 성공한 스팩은 신영해피투모로우, 교보케이티비, 에이치엠씨아이비제1호, 이트레이드1호 스팩 등 4개뿐이다. 합병상장을 앞둔 현대드림투게더와 신한제1호 스팩까지 감안해도 M&A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한 것은 6개가 전부다.

스팩은 설립 이후 3년 내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면 해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2년 6개월 내 합병공시를 못하면 관리종목 지정과 함께 거래가 정지된다. 때문에 설립일이 2010년 3월인 대우증권스팩, 미래에셋스팩1호, 동양밸류스팩 등은 각각 9월 3일, 9월 12일, 9월 26일까지 합병을 공시하지 못하면 증시에서 퇴출된다. 아직 기간은 남았지만 지금 분위기로 보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투자 기회는 바로 여기에 있다. 스팩 입장에서는 우량 기업과의 합병이 최종 목적이지만 아직 스팩에 투자하지 않은 투자자라면 다른 수익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팩 설립 후 상장을 위해 IPO를 실시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공모자금의 별도 예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금의 95% 안팎을 증권금융에 예치하고 합병에 실패해 청산될 경우 그대로 돌려주게 되어 있다.

최근 들어 스팩 주가가 공모가 수준까지 회복한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스팩 투자를 고려한다면 공모가뿐만 아니라 이자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예치금에는 원금에다 투자기간 동안의 이자 연 3% 정도가 더 붙는다. 공모가에 대부분 도달했다 해도 2년 6개월간 쌓인 이자를 생각하면 불과 몇 개월 만에 채권 수익률 이상의 이자를 챙길 수 있다.

그럼 지금 투자할 만한 스팩을 골라보자. 우선 투자기간이 1년이 채 남지 않아야 한다. 2010년에 설립된 스팩이 여기 해당된다. 그리고 각각의 스팩이 설립되면서 공시한 이자율을 눈여겨봐야 한다. 2010년 설립되고, 현재 이자율을 공시한 스팩 중에서는 에스비아이앤솔로몬스팩이 연 3.7%로 가장 높다. 히든챔피언과 키움제1호, 동부티에스블랙펄, IBKS스마트SME 스팩 등이 각각 연 3.5%다. 하나그린과 대우증권 스팩1호는 각각 연 2.6%, 2.82%로 3%가 안 된다. 여기에 현재 주가가 얼마인지를 고려하면 된다.

대우증권 스팩1호의 공모가는 3500원, 이자율은 2.82%다. 그럼 반환예정가는 3652원이다. 4월25일 현재 주가가 3465원이니 세전 수익률은 5%가 넘는다. 미래에셋 스팩1호는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다. 공모가는 1500원, 이자율은 3.2%다. 따라서 반환예정가는 1566원. 현재 주가 1465를 감안하면 세전 수익률은 6.5% 안팎이다. 이들보다 투자기간이 좀 더 남아있는 스팩의 경우 잠재 수익률은 점점 높아진다. 에스비아이앤솔로몬스팩1호는 2010년 8월 24일에 상장됐다. 공모가는 1250원, 이자율은 연 3.7%다. 현재 주가는 1225원이지만 반환예정가는 1393원이다. 수익률은 14%에 달한다.

증시가 불안한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매력적인 투자처는 없다. 2010년 하반기 상장된 스팩의 경우 향후 투자 수익률은 더 좋을 수 있다. 공모주 청약이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 예치금 비율을 95~96%에서 100%까지 높아졌고, 그만큼 청산할 때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커졌다. 물론 투자에 유의할 점도 있다. 청산에 따른 수익률은 모두 그 시점까지 합병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만약 해당 스팩이 합병에 나선다면 주가는 어느 기업과 합병하는지, 그 기업의 가치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우량 기업과 합병해 주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물론 반대로 하락할 수도 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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