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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경제자유구역 카지노 사전심사제 논란 - 투자 유치 조급증에 카지노 난립 우려

[Issue] 경제자유구역 카지노 사전심사제 논란 - 투자 유치 조급증에 카지노 난립 우려

송영길 인천시장이 5월 13일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미국 카지노업체와 투자 협약을 맺는 게 주된 방미 목적이다. 송 시장이 맨손으로 간 것은 아니다. 미국 카지노 자본이 솔깃할 만한 카드를 쥐고 있다. 세계 어떤 나라에도 없는 ‘카지노 사전심사제’다.



문광부 반대했다가 결국 수용사전심사제는 카지노 영업장 설립을 위한 정식 허가를 받기 전에 투자계획서만으로 심사를 해 경제자유구역 내에 카지노 영업을 내(內)인가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외국 자본이 5억 달러 이상 투자 계획을 갖고, 이 중 3억 달러 이상을 실제 투자한 후에 문화체육관광부에 영업허가를 신청해야 했다. 정부는 4월 26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경제자유구역 내 복합리조트(카지노, 호텔, 쇼핑몰, 컨벤션 등을 갖춘 복합 공간) 사전심사제 도입을 확정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 홍콩 등에도 없는 제도다. 정부는 “외국 투자자들이 인천국제공항 주변에 투자 의향을 표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규모 투자를 통해 특1급 호텔 등의 시설이 완공돼야만 카지노 허가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사전심사제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이홍열 경제자유구역기획단 산업물류투자팀장은 ‘외국에는 없는 제도 아니냐’는 질문에 “외국은 우리나라처럼 1급 호텔을 지어야 허가를 내주는 등의 조건이 없기 때문에 사전심사제 같은 제도가 필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 사전심사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경제자유구역 업무를 관할하는 지식경제부가 주도했다. 반면, 카지노 시장을 관리·감독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카지노 난립과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이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열리기 얼마 전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회의가 열리기 수일 전에 청와대에서 사전심사제를 도입하라는 오더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한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 투자 유치에 목마른 정부와 외국 카지노 자본의 집요한 로비 결과”라고 했다.

카지노 사전심사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시행령(경제자유구역특별법)만 바꾸면 된다. 현재 지경부와 문광부 실무자들이 테스크포스(TF)를 짜서 시행령을 고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TF 1차 회의 때 양 부처 간에 현격한 입장차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경부에서 외국 자본이 카지노 사전심사를 요청할 경우 요건만 맞으면 2주 내에 심사 여부를 통보를 해준다는 시행령 안을 제시해 문광부 쪽에서 강하게 반발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늦어도 9월 말까지 시행령을 고쳐 10월에 시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카지노만이 아닌 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 투자 유치를 위한 제도”라고 설명한다. 성공 사례로 드는 게 싱가포르다. 2005년 싱가포르 정부는 40년 간 금지해왔던 카지노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한 외신은 복합리조트에 대해 “복합리조트는 카지노 기반 개발을 위한 싱가포르인의 완곡어법(An Integrated Resort is a Singaporean euphemism for a casino-based development)”이라고 보도했다. 카지노에 대한 반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만든 단어라는 얘기다. 싱가포르에는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자본인 센즈그룹과 말레이시아의 겐팅 그룹이 각각 3조4000억원, 4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내국인 출입 허용도 요구할 듯현재 국내에는 영종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설립을 위해 글로벌 카지노업체인 시저스 엔터테인먼트가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접촉 중이고, 일본 오카다 홀딩스는 밀라노디자인시티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국내에는 17개의 카지노 영업장이 운영 중이다. 강원랜드를 제외하곤 모두 외국인 전용이다. 2010년 기준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은 1조57억원, 입장객은 195만명이다. 2010년 우리나라 관광외화 수입 대비 카지노 매출액 비중은 8.6%였다. 인천경제청은 협의 중인 복합리조트 투자가 성사되면 8조원의 투자와 5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문턱을 대폭 낮춘 사전심사제로 카지노가 난립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양일용 제주관광대 카지노경영학과 교수는 “서류 심사만으로 사실상의 카지노 면허권을 쥘 수 있기 때문에 센즈, MGM, 윈 등 라스베이거스의 대형 카지노 업체들이 대거 한국으로 몰려올 것”이라며 “6개 경제자유구역마다 외국계 카지노가 들어서면 카지노자유구역이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한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자본은 일단 외국인 전용으로 출발한 뒤 기회를 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오픈 카지노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센즈그룹의 아델슨 회장을 비롯해 MGM의 아지즈 회장, 윈리조트의 스티브 윈 등은 한국을 방문해 오픈 카지노 개방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국내에서는 정병국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이 내국인 출입 허용 검토 발언을 했었다.

사전심사제로 인한 분쟁 가능성도 크다. 송영길 시장은 최근 기자자회견을 통해 “(사전심사제는) 매우 합리적인 제도로, 투자유치를 위해 꼭 필요하다”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인·허가를 취소하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말처럼 간단하지가 않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걸리기 때문이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해당 투자국의 법령이나 정책 등으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국제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때 논란이 됐던 바로 그 조항이다.

한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국내 로펌에 문의한 결과 ‘설립 전 투자’를 ISD 중재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는 FTA 체결국이라면 사전심사제를 둘러싼 일체의 분쟁에 대해 ISD 중재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전심사제에 따라 심사신청을 했는데 거부된 경우, 사전심사제에 따라 적합통보를 받았는데 취소된 경우, 적합통보 받은 후 영업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 영업허가 받았는데 취소된 경우 등이 해당된다. 경제자유구역 투자 유치 실적으로 올리기 위해 외국 자본에 섣불리 사전 허가를 내줬다가 정부가 피소 당하고 손해를 배상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양일용 교수는 “경제자유구역은 외자 유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정부가 시행령을 바꾸려 한다면, 사전심사제도 자체를 매우 엄격히 하고 심사 과정에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논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열 팀장은 “ISD 논란은 사전심사제 제도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제도 취지에 맞게 시장의 걱정을 씻을 수 있는 방안을 담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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