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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골프 일본 열도 점령

한국 여자골프 일본 열도 점령



일본에서 활약하는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의 우승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총 35개 대회 중 절반인 17개 대회를 마친 현재까지 한국 선수 7명이 9승을 기록했다. 8명이 15승을 합작한 2010년보다도 더 풍성한 수확도 예상된다.

지난해 일본 상금왕 안선주를 제치고, 전미정이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상금 톱 10 중에서는 절반, 상금 톱 50중에서는 17명이 포진해 있다. 올해 일본 투어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는 지난해보다 3명 줄어든 21명이다. JLPGA에서 투어를 뛰는선수는 총 215명, 그중에 7월 6일 현재까지 상금을 수령한 선수가 140명인 것을 감안하면, 고작 10%에 불과한 한국인이 선두권을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 LPGA에서 일본으로한국 선수의 역대 일본여자골프 승수는 125승에 이르렀다. 2008년 이후 매년 10승 이상씩 거두고 있다. 1985년 구옥희가 투어 시드를 따고 진출해 그 해에만 3승을 올린 것이 한국 여자 선수의 일본 투어 우승사의 시작이었다. 구옥희는 2005년까지 일본에서 무려 23승을 올렸다.

그 뒤를 고우순, 이영미가 각각 8승, 원재숙이 6승을 거뒀다. 1980~90년대 미국 LPGA 투어 우승은 엄두도 못 내고, 일본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가끔씩 거둔 승전보가 국내 언론에 크게 소개되곤 했다.

하지만 박세리가 1998년 미국 LPGA투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활약하면서 모든 관심은 미국으로 쏠렸다.뒤이어 박지은, 김미현 등이 미국으로 향했고, 그들 역시 우승 전선에 합류했다. 한희원도 일본에서 1999년에 2승을 거뒀으나 이를 디딤돌 삼아 곧장 미국으로 진로를 바꿨다.

수많은 유망주들이 최고의 상금과 대회수를 자랑하던 미국으로 몰려갔고, 일본투어는 서서히 잊혀졌다.그나마 일본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선수는 이지희였다. 2001년 일본에 건너간 그 해 첫승을 올린 뒤 신인왕에 올랐고, 2003년 4승을 하면서 두각을 보인 후 매년 꾸준히 승수를 추가했다.

올해는 2승을 거둬 상금 랭킹 6위이며, 통산 17승째 기록 중이다. 한국에서는 10년 넘게 활약하는 선수가 보기 드물지만, 그는 벌써 일본투어에서 12년째 건재하다. 구옥희의 23승을 위협하는또 다른 선수는 2005년 진출한 전미정이다.

2006년 3승을 시작으로 2007년과 2009년 4승을 올리는 등 벌써 19승을 거두었다. 올해도 최근 니치이코레이디스오픈에서 2승째를 거둬 현재 상금 선두다. 구옥희에서 이지희, 전미정으로 이어지는 이 세 명의 선수가 59승을 거두었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LPGA 대회 규모는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대회 수만 줄어든 게 아니라 스폰서들도 줄줄이 빠져나갔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선수들의 득세, 그리고 최근 청야니가 등장하면서 미국 투어에서 미국 선수 우승이 가뭄에 콩 나듯 하다보니 LPGA 인기 자체가 시들해졌다.

한 때 골프천재로 주목받던 미셸 위, 예쁘고 귀여운 이미지로 주목받던 폴라 크리머, 섹시 코드 나탈리 걸비스 등 미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부진하자 팬과 스폰서들이 관심을 거두는 것이다.



올해 LPGA대회 수는 27개에 불과하다. 2년 전부터 LPGA는 가을이면 아시아 여러 나라를 돌면서 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는 첫 시즌을 호주, 태국, 싱가포르에서 열었다. 밖으로는 세계화를 외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미국 LPGA의 대회수를 그나마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는 선수들에게 상금을 나눠주지 않고 기부하는 RR도널리파운더스컵까지 생겨났다. ‘후진 양성을 위한 기금 마련 취지’라지만 프로 대회에서 상금을 뺐다는 건 그만큼 자금 여유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심지어 LPGA의 메이저로 오랜전통을 지닌 나비스코챔피언십도 메인 스폰서인 크라프트사가 손을 들면서 몇 년 후에는 없어진다는 얘기가오간다.

그에 비해 일본여자 투어는 상금이나 대회 수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미국 LPGA투어보다 많은 35개의 대회가 일본 내에서 열린다. 일본 투어는 한국 선수들에게 이동하기 편리할 뿐만 아니라 가깝다. 미국 투어처럼 먼거리를 오가는 불편함이 적다. 또한 언어 소통에서 크게 힘들지 않고 음식도 잘 어울린다.

또한 미국 투어는몇 년 전부터 한국 선수들에 대한 경계감 때문인지 대회 코스 전장을 꾸준히 늘렸다. 따라서 청야니와 같은 장타를 휘두르는 선수들에게 유리한 투어 세팅으로 변해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한국 선수들의 LPGA 우승이 줄어든 데는 장타자 중심의 코스 세팅도 한 요인일것이다.

그러자 미국 투어에서 뛰던 선수들이 대거 일본으로 흘러갔다. 2010년 한국 선수들이 일본투어에서 15승을 합작하던 해의 선두 주자는 안선주였다. 미국진출에 실패한 안선주는 그해 4승을 거두면서 신인왕과 상금왕을 꿰찼고, 지난해도 4승을 거두어 상금왕 2연패를 했다. 올해도 메이저인 J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진출 3년 만에 벌써 9승째다.

US여자오픈을 우승한 박인비도 미국에서 일본으로 무대를 옮긴 뒤 3년 만에 4승째를 거두고 있다. 오랜 미국 투어에서 우승하지 못한 이미나는 일본에서 상금 랭킹 7위에 올라 있다.


공한(恐韓) 신드롬 우려할 지경미국 투어를 뛰던 한국 선수들이 일본으로 거점을 옮길뿐만 아니라 국내파들이 해외를 진출할 때도 미국보다는 일본행을 택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한국에서 상금왕을 했던 이보미는 지난해 일본 투어와 국내 투어를 오가더니 올해 첫승을 거뒀다. 5월에는 초청 선수로 출전한 아마추어 김효주가 산토리레이디스오픈에서 마지막날 버디만 11개를 잡는 완벽한 플레이로 역전 우승했다.

JLPGA 투어에서 아마추어가 우승한 것은 2003년 미야자토 아이에 이어 세 번째다. 게다가 16세 332일로 미야자토 아이의 일본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고,대회 마지막날 최저타 신기록도 세웠다. 한국 아마추어로 일본 여자골프에서 우승하는 역사까지 한 번에 갈아 치운 것이다.

올 들어 17개 대회 중에 9개 대회 트로피를 한국 선수가 가져가고, 한 개는 중국의 펑샨산이 우승했으니 일본 선수는 올해 고작 7명의 우승자를 배출한 데 그쳤다.

이쯤 되면 일본 투어 내에서 한국 선수들로 인한 공한 (恐韓)증까지 생길 수 있다. 2년 연속 한국 선수가 상금왕을 차지한데 이어 올해도톱 10에 절반이나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아마추어가 일본의 각종 기록들까지 깨뜨렸다. 자국 대회에서 절반 이상을 외국인들이 우승하고 있는 이 상황을 일본인들이 얼마나 더 참고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본 스폰서들이 앞으로 계속 대회를 후원할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 스포츠에서 우승 경쟁을 하는 데는 국경이 없지만, 결과를 받아들이는 마음에는 엄연히 국경이 존재한다. 우리 선수들이 뛰어

난 활약을 벌이는 것을 기뻐하면서도 우려하는 심정도 거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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