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정유·철강업종 반색
화학·정유·철강업종 반색

한국 시간으로 6월 7일 저녁 8시, 중국 인민은행이 기습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중국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1년 만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기존 3.5%와 6.56%에서 3.25%와 6.31%로 인하했다. 대출금리 하한선도 기준금리의 0.9배에서 0.8배로 낮췄다. 대출금리만 소폭 인하하거나 대출금리 하한선을 내리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들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시장이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놀란 것은 그동안 중국 정부가 보였던 모습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 침체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지만, 중국은 오히려 긴축 정책을 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였다. 중국은 2007년까지 30년 동안 연평균 7%의 경제 성장률을 일궈왔다.
그리고 이후 5년 동안 해마다 10%대 성장률을 기록한 ‘성장 공룡’이다. 중국은 무서운 성장속도를 과시하면서 재작년 2위였던 일본을 제쳤고, 이제 1위인 미국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은 중국의 총생산이 2020년 초 미국의 총생산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에도 중국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다수의 선진국이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으로
금리를 내렸지만, 당시 중국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반대로 금리를 인상했다.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 불길이 번지면서 중국도 긴장한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올해 2월, 5월 세 차례 지급준비율을 인하한 이후, 3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내렸다.
인하 폭도 예상보다 컸다. 이번 금리인하는 세계 경기 흐름이 그만큼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지속되고 있고, 미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돼 중국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진 것이다. 수출과 산업생산 등 일부 지표들의 결과가 부진했다는 점도 중국이 긴장한 원인이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의지를 확인한 것이다. 지나치게 빠른 성장을 제어하려 애쓰던 중국이지만,일정 수준 이하의 성장은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태도를 밝힌 것이란 분석에서다. 조선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 인하로 중국 정부의 경제성장률 8% 유지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도 “그 동안 중국 정부가 고수해온 ‘신중한 통화정책’과 ‘선제적 미세조정’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통화 완화 기조로의 전환을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이 같은 입장 전환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 부양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금리 인하는 단발성에 그칠 수 있지만, 지준율 인하 등 경기 부양을 위한 카드가 꾸준히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동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다시 예년 수준인 3%대로 올라설 것으로 보여 이번 인하는 단발성인 조치로 보인다”면서“다만 중국은행들의 신용활동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중국 금융당국이 추가적인 지준율 인하 조치를 실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연구원은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 이하로 떨어지고,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8%를 크게 밑돌거나 유럽 이슈와 미국 경제지표 부진이 지속되면 3분기 중 한차례 더 추가 금리 인하카드를 내놓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중국 정부는 금리인하 외에도 대출금리 추가 소폭 인하나 신규프로젝트 관련 대출에 대한 우대금리 적용 등도 부양책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돈을 푼다는 소식에 한국도 덩달아 신이 난 분위기다. 가까운 나라 중국에 물건을 더 많이 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수출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진 한국에게 중국은 중요한 고객이다. 1990년만 해도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0.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4.1%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30%에서 10%로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이 된 것. 이 때문에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는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요즘처럼 미국과 유럽이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만큼 한국은 중국에 더욱 기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국이 모처럼 내놓은 경기 부양책이 한국에 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위기 해결을 위해 정책 공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금리인하 효과는 중장기적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그 효과가 경기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임 연구원은 “이번 인하로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분명히 강해질 것”이라면서 “그러나 완만한 경기회복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 증시에도 큰 그림에서 볼 때 호재”라고 말했다. 이번 인하로 전통적인 중국 수혜주로 꼽히는 화학·정유·철강업종에 숨통이 트일전망이다.
이들 업종의 주가는 최근 어려운 업황에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 중에서도 화학업종에 관심을 둘 것을 권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중국의 GDP컨센서스와 한국 화학업종의 이익 컨센서스는 동행하는 흐름을 보여왔다”면서 “2분기 경기 저점에 대한 인식이 강해질수록 화학업종의 이익도 어느정도 바닥을 다질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 관련주 수혜 전망중국 정부의 초점이 내수 부양에 맞춰져 있는 만큼 소비 관련주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투
자에서 소비로 이행하는 과정에 서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제한적인 재정정책, 통화정책은 한국의 소재, 산업재 기업보다는 중국 로
컬 브랜드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소비가 증가한다고 할지라도 현지화되지 못한 한국 브랜드가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신차 출시 효과로 이윤을 유지하면서 매출이 성장하고 있는 기아차 등 자동차업종과 스마트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삼성전자와 같은 IT 업종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인하는 중국 부동산 경기와 소비에 긍정적일 것”이라면서 “중국 관련 소비주로 꼽히고 있는 파라다이스, 호텔신라, 오리온 등에 관심을 두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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