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은 상위 30%에 오른 펀드 골라라
3년은 상위 30%에 오른 펀드 골라라
주식 투자로 억만장자가 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투자철학은 장기투자다. 그는 “10년 이상 보유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단 10분도 들고 있지 말라”고 말한다. 주식에 돈을 묻었으면 믿고 기다리는 게 최고의 투자법이라는 얘기다.
실제 투자자들을 보면 주가가 조금만 반짝 오르면 차익을 얻기위해 팔고,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판다. 2008년으로 시계바늘을 돌려보자. 당시 주가는 금융위기 여파로 대폭락한 뒤 바닥권에서 맴돌았다. 한때 2000선을 넘보며 승승장구했던 코스피 지수는 2008년 10월말에는 1000선까지 무너졌다. 2008년 140조원에 달했던 주식형 펀드 잔액은 1년 새 24조원이 빠졌다. 그러나‘펀드는 묵혀야 제 맛.’ 그런 상황에서도 환매하지 않고 장기 투자한 펀드 수익률은 코스피 수익률(20.72%)을 웃돌며 선전했다.
강소 기업 투자로 웃다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08년부터 최근 5년(8월 2일 기준)간 10억원 이상 설정된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수익률 30%가 넘은 펀드는 총 7개다. 이 중 가장 높은 수익을 낸 주식형 펀드는 골드브릿지자산운용의 ‘GB원스텝밸류증권투자신탁1(주식)’ 펀드로 89.7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6.37%)보다 5배 정도 높은 수익률이다.
마이에셋자산운용의 마이트리플스타증권투자신탁[주식] Class는 88.27%로 그 뒤를 이었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코리아소수정예증권투자신탁과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그룹증권투자신탁, 삼성퇴직연금액티브증권자투자신탁, KB퇴직연금증권투자증권 등도 5년 수익률이 40%를 웃돌았다.
이들 펀드가 이렇게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장기보유’다. 금융위기부터 유럽 재정위기까지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등 변동성이 컸던 시장에서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기 때문이다. 또 대형주보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강소 기업에 투자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마이트리플스타’는 성장주 40%, 전환주30%, 기대주 20% 비율로 나눠 투자한다. 대부분 펀드가 지수를 추종하거나 소수종목에 집중하는 데 반해 이 펀드는 성장가능성이 엿보이는 주식만을 골라 집중하는 한편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4월 초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현대차·기아차·STS반도체·에스엠·삼성전기·호텔신라 등의 성장주를 주로 담고 있다.
또 곧 성장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종목 등을 골라낸다. 대표적인 게 송원산업이다. 송원산업은 플라스틱 산화 방지재 제조업체로 마이트리플스타는 2009년 초 주가 4000원대 초반에 투자해 현재4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GB원스텝밸류증권투자신탁’은 주식비중을 70% 수준으로 낮췄다. 다른 주식형 펀드의 주식 투자 비중이 평균 90%인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대신 나머지 주식 투자 부분은 신규 상장 공모주로 채웠다. 다른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를 줄인 것이다. 공모주는 채권 투자의 안정성과 초과수익을 노리는안정적인 수익을 추구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청약을 통해 확보한 공모주가 올랐을 때 단기 매도하고 채권에서 나오는 고정금리를 더해 연 10%대의 꾸준한 수익률을 추구하는 식이다.
‘삼성코리아소수정예펀드’도 소수 우량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향후 시장을 이끌 25개 안팎의 핵심 종목에 투자한다. 또 최소 3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턴어라운드 기업을 담고 있다.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대부분의 펀드들이 대형주 위주 소수 종목에 투자해 수익을 내지만 대형주는 롤러코스터 장세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단점”이라며 “내재가치 대비 상승여력이 높은 중소형주 비중을 높였던 것이 변동성 장세에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3년 이상 마이너스 펀드는 정리해야하지만 무조건 오래 묵힌다고 펀드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만은 아니다. 녹색성장주에 투자하는 우리부울경우량기업플러스증권투자신탁 1[주식]C1은 3년 누적 수익률이 -10.69%다. 부산과 울산 등 경남 지역에 있는 조선, 기자재, 풍력 관련 중소형 기업에 50% 이상 투자했지만 주가가 부진하면서 장기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펀드 수익률은 투자전략과 운용철학에 일관성 갖고 유지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은 계속 바뀌기 때문에 펀드 투자 시기에 따른 종목 선택에 대한 신중함도 필요하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펀드리서치 팀장은 “펀드 투자도 시기에 맞는 전략이 있는 만큼 지금처럼 유럽 이슈로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성장형보다 배당주 등 안정형 펀드 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3년 넘게 마이너스가 난 펀드라면 정리하고 다른 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좋은 투자 대상을 골랐다면 그 기업을 직접 ‘경영’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연구원은“펀드투자 시기에 따른 종목에 따라수익률 여부가 달라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시간을 갖고 투자하느냐다”고 말했다.
사실 국내에서는 펀드를 장기간 투자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지 않다. 금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펀드 투자자들의 투자기간은 그리길지 않았다. 1∼2년이 23.2%로 가장 흔했고 대부분 펀드투자자들이 적절한 투자기간을 2∼3년이라고 봤다.김 팀장은 “국내 펀드 투자기간은 해외에 비해 다소 짧은 편”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이 주기적으로 충격을 받는 모습을 보이다 보니 사람들이 ‘한 번씩은 뺐다 넣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장기투자할 펀드는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가장 먼저 ‘돈이 들어오는 펀드’를 골라야 한다. 돈이 빠져나가는 펀드는편입된 주식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펀드 수익률도 나빠질 수 있다.여기에 펀드 규모가 1조원에 가까울 정도로 몸집이 이미 커져 있는‘공룡펀드’는 피하는 것이 좋다. 몸집이 큰 펀드는 주식을 사고 팔 때 주가에 영향을 미쳐 제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꾸준한 성과를 내는 펀드를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일시적으로 월등히 고수익을 내는 ‘반짝 1등’ 펀드보다는 3년 정도 상위 30% 내에 들면서 꾸준히 시장평균 수익률을 내는 펀드가 좋은 펀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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