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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하늘 높이 멀리 날다

세계의 하늘 높이 멀리 날다



최근 몇년 사이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 이용객이 훌쩍 늘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합리적인 소비를 선호하는 경향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 항공사 실적 집계 상위권에도 LCC가 포함되기 시작했다. 전 세계 주요 항공사별 수송실적에서 아일랜드의 LCC인 라이언에어, 미국의 LCC인 사우스웨스트가 각각 국제선과 국내선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영국의 이지젯도 국제선에서 3위의 실적을 거뒀다.

우리나라에서도 LCC가 빠르게 시장을 점유해나가고 있다. 국내 최초로 설립된 LCC인 제주항공은 2006년 취항해 37만명의 승객을 모았다. 2011년 5개 LCC의 국내선 수송실적은 869만명으로 늘었다. 수송부담률도 2006년 2%에서 2011년 41%로 대폭 늘었다. 취항 초기에는 국내선 수요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국제선 수송객도 늘어 2011년에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183만명을 기록했다.

기존 항공사가 부진을 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LCC의 성장이 더 두드러진다. 2010년과 2011년 사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수송실적은 -2.3% 성장을 기록했지만 LCC5개사는 32.5%나 늘었다. 특히 제주항공은 2011년 약 300만명을 수송해 LCC 중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도 만족이용객들이 LCC를 선호하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일반석 위주로 구성된데다 기내식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서비스 질은 낮지만 일반 대형 항공사보다 이용요금이 20~30% 정도 싸다. 제주항공은 취항 초반에 국내선 최저 만 원부터 판매하는 ‘얼리버드 운임제’를 내세워 타깃 고객의 관심을 모았다. 편리함과 안전성을 부각하기 위해 정시 운행을 지켰다.

유럽의 저비용 사업모델을 벤치마킹 하되, 높은 서비스 품질을 기대하는 고객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 것도 적중했다.호응에 힘입어 LCC 기업은 국제선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방콕, 홍콩,오사카, 기타큐슈, 마닐라에 이어 3월 30일부터 후쿠오카에 취항했다.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도 4월 30일부터 대만 쑹산에 신규 취항했고 부산에어는 3월 19일부터 중국 칭다오 노선에서 운항을 시작했다.2011년 국내선 수송실적 분담률이 42%인 반면 우리나라를 기점으로 하는 국제선에서LCC가 차지하는 비중은 7% 수준에 불과하다. 중·단거리 위주로 운항하기 때문에 취항지가 일본과 중국에 몰려있다는 점도 한계다.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올해 우리나라 LCC 최초로 베트남과 라오스에 정기노선을 개설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국내 5개 LCC기업은 올 하반기 신규 노선을 취항하고 기존의 노선을 증편하는 등 공격적인 시장을 공략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지금의 규모로 성장하기까지 LCC가 넘어야 했던 장벽도 만만치 않았다. 2006년 제주항공이 최초로 취항할 당시에는 국제선 참여를 규제하기 위해 ‘국내선 2년 2만회 무사고 운항’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등 후발주자가 시장에 나타난 이후에는 ‘1년 1만회 무사고 운항’으로 완화된 뒤 최근 규제가 철폐되긴 했지만 신생 항공사에게 규제는 곧 버거운 제약이었다. 정부는 리타 노선, 김포~숭산 노선에 대해 매각을 진행 중인 항공사에 주요 노선 운수권을 배분하기로 결정해 일부 LCC 기업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사실 유럽의 LCC인 라이언에어, 이지젯등이 세계적인 대형 항공사를 앞지를 수 있었던 것은 노선 개설이 자유롭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EU 지역이 항공자유화 되면서 자유로운 취항이 가능해진 것이다. 일부 아시아 국가는 LCC 기업을 육성, 지원하기 위한 대책들을 최근 몇년 사이 내놓았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정부는 2006년 3월 LCC 전용터미널을 설립해 카운터와 사무실임대료를 저렴한 수준으로 낮췄다. LCC의 원가 경쟁력을 높여줌으로써 성장하는 아시아 항공시장에 힘을 싣기 위한 조치였다.


일본 공항의 LCC 배려 정책우리보다 LCC 시장이 늦게 열린 일본의 대응도 눈에 띈다. 일본 정부는 2007년 ‘아시아 게이트웨이’ 계획을 공개하며 지방공항에 대한 규제를 대폭 철폐했다. 그리고 벽지의 공항에 들어오는 외국 항공사에게 해당 지자체가 이·착륙료, 시설 사용료 등의 감면혜택을 주기로 결정했다. 나리타공항과 간사이공항은 입주 항공사의 임대료와 이용료등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새 터미널의 내장과 설비를 간소화해 서비스할 예정이기도하다.

일본보다는 앞섰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LCC 시장이 가장 늦게 열린 편에 속한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세부퍼시팍은 1996년에, 아시아 최고로 평가받는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는 2001년 설립됐다.출발은 늦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짧은 기간내에 5개 LCC가 잇따라 취항하며 비중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LCC의 등장은 대형항공사 위주로 구성된 시장에서 독과점을 해소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가까운 시일 내에 동아시아 지역의 LCC가 국내 시장에 진입할 계획인 만큼 국내 LCC업계에서는 “정부의 규제보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5월 취항한 일본의 피치항공을 시작으로 에어아시아 재팬, 젯스타 재팬, 에어필 익스프레스, 중국 춘추항공 등이 연내 취항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의 항공자유화 확대와 LCC 지원책을 무기로 외국 LCC가 국내 시장을 넘보는 상황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각 항공사별 가격과 서비스 면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정부의 배려가 절실하다”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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