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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변방 사투리도 인식하는 TV 개발

中 변방 사투리도 인식하는 TV 개발



요즘 세계 TV 업계가 중국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한국과 일본보다 기술력이 떨어지지만 무섭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세계 TV시장 점유율은 11.5%로 2008년(7.4%)보다 4.1%포인트 올랐다. 디스플레이서치는 2014년 중국이19%로 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을 바짝 추격하고 한국을 위협할 것이란 전망이다.8월 31일(현지시간) 독일 IFA에서 권희원 LG전자 사장은 “중국 업체들이 빨리 따라오고 있는 것은 고민스러운 부분”이라며 “기술 격차가 금방 좁혀질 것 같지만 (그래도) 삼성과 우리가 도망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한국이 중국을 압도하는 기술력을 보유했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경계도 잊지 않았다. 몇 해 전만해도 잠재적 경쟁상대로 거론조차 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안경 쓰지 않고 3D TV 시청도이번 IFA에서도 중국 업체들은 향상된 기술력을 선보였다.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1위였던 하이센스는 41인치 TV에 ‘울트라D’라는 기술을 접목해 주목을 받았다. 이 기술은 2D 화면을 3D로 전환해 안경을 쓰지 않고도 3D로 볼 수 있게 한다. TCL은 베젤 두께가 10mm로 한국이나 일본 업체들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46인치 스마트 TV를 선보였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2 올해의 아시아 유망 상장기업에 이름을 올린 하이얼은 안구 인식 기능이 있어 3D로 동작을 인식하는 스마트 TV를 선보였다. 화질 등에서 뒤떨어졌지만 이전보다 기술 격차가 많이 줄었다는 평가다. 현장을 본 국내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가 2~3년 이상 있는 것으로 봤지만 일부 제품군에서는 1년 이하까지도 좁혀진 것 같다”고 말했다.

13억 인구의 거대한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TV 수요 국가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LCD TV 판매량이 4452만대로 북미와 서유럽을 눌렀다. 세계 LCD TV 수요의 20%를 차지했다. 2014년엔 시장 규모가 572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홍창표KOTRA 부장은 “중국 정부가 2008년에 4조 위안 규모의 경기부양대책을 발표하면서 실시한 가전하향 정책이 중국 TV 시장의 비약적성장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가전하향 정책은 중국 농촌 주민들이 TV를 구입할 때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를 부양할 목적에서다. 수요가 늘자 중국 TV 업체들도 수익을 내고 투자를 계속하면서 기술을 고급화하는 추세다.그중 스마트 TV가 인기다. 디스플레이서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내 스마트 TV 판매량은 324만대로 세계 1위였다. 중국 업체들이 스마트 TV 신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하이얼은미국 실리콘밸리의 IT 업체인 뉴로스카이와 사람 뇌파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스마트 TV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국영 업체인 창홍은 스마트 TV용 독자 운영체제(OS)인 ‘슈안유안ʼ을 개발해 음성과 동작 인식 기능을 추가했다. 중국 각 지역의 사투리도 인식할 만큼 정교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이센스는 1억 달러 규모 펀드를 조성해 스마트 TV용 애플리케이션 라인업 구축에 나섰다.TV 판매량의 절반이 스마트 TV인 스카이워스는 다양한 콘텐트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여는 등 소프트웨어도 강화하고 있다. 스카이워스는 올해 들어 매월 10~20%씩 매출성장세를 보이며 중국시장에서 1위를 노리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스마트 TV 수요가 많아져 업체들이 연구개발을 강화하다보니 기술력이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 내수 TV 시장의 스마트TV 비중은 30%에 이르렀다. 일본(36%)보다는 낮지만 다른 선진 시장인 서유럽(29%),북미(18%)는 앞선 것이다. 지금까지는 저가 TV가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고부가 스마트TV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중국 TV업계 성장 전략의 다른 한 축은 대형화다. 중국 업체들은 대형 UD TV 시장에도 가세해 한국과 일본을 공략하고 있다. 스카이워스와 콘카가 대표적이다. 두 업체는 10월에 일본의 소니, 도시바와 같은 크기인 84인치 초대형 UD TV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두 업체는 LG디스플레이의 UD 패널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LG디스플레이만 유일하게 세계 패널 시장에서 84인치 UD 패널을 양산하고 있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과 크기 면에서 자국 소비자를 매료시킬 수 있는 84인치 UD TV로 한국 업체의 55인치 OLED TV 공세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중국은 완제품뿐 아니라 디스플레이에서도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폭발적인 수요에 신난 중국 TV 생산업체들이 자국 내 패널 구매비중도 늘리고 있어서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96억800만 위안(1조71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94.5% 증가했다. 3분기엔 2008년 이후 4년 만에 사업만으로 흑자를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BOE는 베이징 공장이 작년 12월부터 8.5세대(가로 2200, 세로 2600㎜)의 40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을 양산하는 등 공장 3곳을 풀가동하고 있다.

LCD 패널은 시세가 장기간 하락해 채산성을 장담하기 어렵지만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실적을 올리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와 정부 지원이 무기다. 중국 재정부는 올해 4월부터 LCD 패널의 수입 관세를 기존 3%에서 5%로 인상했다. 32인치 이상 대형 LCD 제조 분야에서 다른 나라를 견제하면서 자국 업체를 보호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는 BOE가 살아나는 등의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리동셩 TCL 회장은 공식석상에서 “5%의 수입 관세도 여전히 낮다”고 말했다.


삼성·LG 중국에서 LCD, 한국에서 OLED 만들어세계 TV 시장에서 점유율 30%대를 넘나드는 삼성과 LG도 중국에서만큼은 각각 8%, 6%에 그치고 있다. 중국이 내수를 등에 업고 지금처럼 기술력 강화와 패널 자급률 확충에 힘을 쏟는다면 수 년 후 한국의 라이벌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홍창표 부장은 “중국인들의 국산품 애용 마인드가 대단하다”며 “기술 격차를 줄인 중국은 한국에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수 규모가 커 글로벌 경기 불황에도 영향을 적게 받고 오래버틸 수 있는 게 중국의 이점”이라며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가 변수”라고 덧붙였다.국내 업계는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중국의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 내 패널 전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우리 업체들이 생산단가 절감과 관세 부담 해소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에 본격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5월에 중국 강소성 소주공업원구에 8세대(2200·2500㎜) LCD 공장 Fab동착공식을 갖고 중국 투자를 본격화했다. 애초 7.5세대(1950·2250㎜)에 투자하기로 했던 내용을 8세대로 변경하고 한국과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변화하는 중국 TV 시장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였다”며 “LCD 모듈에 부과되는 관세를 절감하고 현지 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도 2014년 양산을 목표로 중국 광저우에 8세대 LCD패널 공장을 짓고 있다. 급성장한 중국 TV 시장에서 현지 맞춤형 전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과 LG는 국내의 LCD 생산라인을 OLED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LCD 패널은 중국에서, OLED 패널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략이다. 수익성이 떨어진 LCD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국내 라인은 OLED로 돌려 효율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OLED TV로 기술격차를 더 벌리고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게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는 효율적인 대응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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