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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15개 매장 월 300 벌기도 힘들다

테이블 15개 매장 월 300 벌기도 힘들다



“지금 상황이 딱 20년 전과 비슷해요. 커피프랜차이즈들이 쉬쉬하고 있지만, 이미 폐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도 커피전문점을 창업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어요. 저라면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말리겠습니다.”



수익 3000만원 vs 300만원한 유명 창업컨설턴트의 말이다. 그래서 20년 전 신문을 찾아봤다. 이런 기사가 눈에 띈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던 커피전문점들이 최근 경기부진과 업체들의 난립으로 팔려고 내놓은 업소가 속출하고 있다. 안정된 수익이 보장된다는 매력으로 붐을 이루던 커피전문점들이 급증현상을 보이면서 출혈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상당수의 커피전문점 체인 본부들이 가맹사업부진으로 문을 닫는가 하면 매출 감소에 따른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커피전문점의 매물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1994년 4월 한 경제일간지 기사 내용이다. 이 기사가 나오기 2~3년 전에는 ‘커피전문점 인기 몰이’ ‘돈 되는 커피전문점 창업 붐’ 등의 기사가 봇물을 이뤘다.

1990년 대 초 국내에는 커피전문점 창업붐이 일었다. 깨끗한 매장에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셀프서비스로 가격을 낮춘 커피전문점이 늘기 시작했다. ‘자뎅’ ‘하이디’ ‘브레머’ ‘나이스데이’ ‘헤르젠’ 등은 젊은층의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높은 창업비용과 출혈경쟁에 따른 난립, 수익성 악화로 폐업하는 커피전문점이 속출했다. 요즘 상황이 딱 그렇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의 커피전문점은 1만2381개다. 2006년(1250개)보다 열 배로 늘었다. 커피전문점 시장 규모는 2조 5000억원대로 컸다. 커피전문점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우려에도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1만5000개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 확산을 주도한 것은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다. 1999년 스타벅스 1호점을 시작으로 다시 주목 받기 시작한 커피전문점은 2008년 이후 카페베네를 비롯한 국내 브랜드가 공격적으로 출점 경쟁을 벌이면서 시장이 급팽창했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1999년 이후 2011년까지 연평균 21%의 성장을 지속했다”고 분석했다.

직영점을 선호하는 외국계 커피점문점과 가맹점 방식의 토종 프랜차이즈 간 경쟁도 시장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커피 시장 자체도 커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커피수입량은 44%, 수입액은 211% 증가했다. 성인 1인당 커피소비량은 2009년 281잔(10g=1잔)에서 지난해 338잔으로 늘었다.



건물주 리스크도 감안해야하지만 커피전문점이 돈이 된다는 입소문이 돌고 창업 희망자가 몰리면서 시장에는 ‘포화’ ‘난립’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형 커피프랜차이즈들은 여전히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며 창업을 부추긴다. 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회사에 직접 창업 문의를 해봤다. 회사 관계자는 두 가지 제안을 내놨다. 새로 가맹점을 열거나, 매물로 나온 가게를 양도받으라는 것이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가맹점을 새로 낼 경우 가맹점주의 평균 부담금은 2억5000~2억7000만원 정도”라고 했다. 그는 “매장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인테리어 비용이 1억원 안팎, 주방설비와 커피 머신, 가구 비용 1억원 정도에 테이크아웃 용품 등을 포함한 비용”이라고 했다. 물론 여기에는 보증금이나 권리금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후 달콤한 설명이 덧붙었다. “우리가맹점이 700곳 정도 되는 데 서울 가맹점 평균 매출이 연 5억2000만원입니다. 이건 정부(공정거래위원회를 말함)에 공식적으로 신고하는 거에요. 순이익을 20%만 잡아도 월 800만원 이상은 남기시는 거죠.” 매물로 나와 있다는 매장도 문의해 봤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264㎡(80평, 1층) 크기의 매장이었다. 설명은 이렇다. “시설 비용은 따로 필요 없고, 보증금이 1억3000만원, 월세는 500만원이에요. 권리금이 다소 비싼데 3억 5000만원 정도 합니다.” 대략 4억 8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얼마나 될까. 이 관계자의 설명을 정리하면 이렇다. 월 지출은 재료비 1300만원, 인건비 500만원이다. 인건비는 정직원 3명과 아르바이트 4명으로 계산했다. 여기에 월세 500만원, 관리비 100만원을 계산하면 약 2400만원이다.

이 관계자는 “이 매장은 월 매출이 5500만원 정도 된다”며 “월 순수익은 3000만원 정도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 믿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한 창업컨설팅 회사에 이 프랜차이즈 관계자가 설명한 창업 비용과 기대 수익을 문의하자 전혀 엉뚱한 답이 나왔다.

이 관계자는 “실제 사례를 분석한 것”이라며 설명했다. 요약하면 이렇다.“프랜차이즈 측은 가맹점 오픈 비용을 2억 5000만원 정도라고 하는데, 말이 되지 않는다. 전기, 냉난방, 테라스, 인허가 비용 등이 모두 제외된 것이다. 여기에 보증금과 권리금을 포함하면 신촌·홍대 정도면 40평형에 적어도 4억~5억원은 든다. 이 정도 크기면 테이블이 15개 안팎 들어간다. 요즘 고객들은 커피만 마시고 가는 게 아니라서 회전율이 매우 낮은데 주중 3회전, 주말 4회전이라고 계산하면 아메리카노를 기준으로 월 매출은 2300만원 안팎이 된다.

여기에 3명이 12시간씩 근무한다고 최소로 잡을 때 인건비가 500만원, 운영비와 재료비가 400만원 정도 들어간다. 임대료는 1000만원 정도 한다. 지출이 2000만원 가까이 된다. 그러면 얼마 남나? 300만원 정도다. 이게 현실이다.”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더 중요한 얘기를 들려줬다. 이른바 ‘건물주 리스크’다. “가맹점을 내는 데 대략 4억원 정도 필요하다고 봅시다. 보증금 1억~1억500만원은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지만, 권리금과 인테리어를 포함한 초도 비용은 매몰 비용으로 봐야죠. 평균적으로 4억 정도 들어가는 규모의 커피전문점은 월 700만~800만원 정도 마진을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자기 인건비가 포함된 돈입니다.

이렇게 따지면 2년 정도 벌어야 겨우 권리금을 건질 수 있어요. 그리고 2년 정도 더 해야 투자비 뽑는 거죠. 그런데 보통 상가 임대 계약은 2년 정도 하잖아요. 만약 건물주가 2년 만에 상가를 비우라고 하면 어떻게 됩니까? 망하는 거죠.” 실제로 요즘엔 폐업하거나 매물로 나오는 커피전문점이 급증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점포수 상위권인 A사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30곳이 폐점했다. 지난 2년 간 4곳만 폐점했던 곳이다.

B브랜드의 경우는 지난해 300개 가까운 가맹점이 문을 열었지만, 가맹계약 종료나 해지, 명의 변경 건도 70건에 달했다. 이에 대해 한 대형 커피프랜차이즈 회사 관계자는 “폐업현황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장사가 안 돼서가 아니라 임대 재계약을 할 때 건물주가 임대료를 너무 올리거나 나갈 것을 요구해 불가피하게 폐점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임대료 문제가 아닌, 수익이 나지 않아 매물로 나오는 매장도 많다. 주요 점포거래 사이트에서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카페베네 등 매물로 나온 커피프랜차이즈 매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칼 빼든 공정위관련 민원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가맹점을 확대하기 위해 가맹점주에게 일정 액수 이상 수입을 보전해 주기로 약속한 것을 이행하지 않은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한 민원이 청와대에 접수돼 민정수석실이 직접 내사를 벌인 일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에도 가맹점 매장 확대 강요 등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10월 23일 국정감사에서 “커피 전문점이 최근 5년 사이 10배 늘어나 시내에만 1만3천개가 있다"며 "대형 커피전문점의 점포 확대 실태를 검토해 다음 달까지 완성될 예정인 모범거래기준에 관련 내용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관계자는 “원래 10월 중 발표 예정이었지만 가맹점 간 거리 제한, 인테리어 리뉴얼 기간 등 민감한 쟁점이 많아 시간이 걸렸다”며 “11월 중에는 커피전문점 모범거래기준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커피전문점 열고 싶다면-횡단보도에서 1m 멀어질 때 매출 0.1% 줄어커피전문점이라고 다 어려운 것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각 브랜드 1위 매장들의 매출은 하루 평균 700만~800만원에 이른다. 4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하루에 2000잔 정도가 팔린다. 월 매출로 치면 2억원을 넘어선다. 보통 커피전문점들이 평균 4000만~6000만원대의 월 매출을 기록하는 데 비하면 최대 5배가량 높은 수치다. 그렇다면 장사가 잘 되는 커피전문점은 어디에 자리잡고 있을까.

한국부동산연구원 신우진 연구위원 등이 쓴 논문(‘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입지특성이 매출액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매장면적과 횡단보도와의 거리, 유흥주점이나 대형마트의 유무 등이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 테라스, 주차공간, 무선인터넷, 1층 여부 등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작았다. 또한 예상과 달리 지하철역과의 거리도 매출액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종합병원, 종합운동장, 공항 등 특수한 입지에 위치한 점포의 매출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다른 조건이 모두 같을 경우 같은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끼리 비교해 보면, 매장면적이 1㎡ 넓으면 매출액은 0.5% 증가하는 반면, 가장 가까운 횡단보도까지 거리가 1m 멀어질수록 매출액은 0.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점포에서 반경 300m 내에 유흥주점이 1개 늘어날수록 매출액은 0.1% 늘어나고 지하철역이나 버스터미널 개수가 1개 늘어날수록 매출액은 4.4% 증가한다. 이 논문은 A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서울지역 117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분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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