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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와 불황 동시에 녹인다

추위와 불황 동시에 녹인다

11월의 첫날부터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며 초겨울 날씨를 보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겨울은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자주 받아 추운 날이 많고 기록적인 한파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크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런 현상은 추위가 돈벌이 기회가 되는 ‘웜비즈니스(Warm Business)’ 업계로선 반가운 일이다. 웜비즈니스의 주축은 패션과 난방업계다. 패션업계는 첨단 소재와 기능으로 추위를 막는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난방 관련 업계도 절전이 기본인 제품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기후변화, 경기 한파, 고유가 시대 에너지절약 등 사회·경제적 변화가 맞물려 새로운 ‘불황형 비즈니스’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웜비즈니스의 겨울철 섬유·의류 업종 규모는 2조 3628억원, 난방 관련 업종 규모는 1조 6222억원(2009년 기준)으로 추산된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사무실 실내 온도를 직접 챙긴다. 구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에너지 절약은 평소 행동변화에서 시작된다”며 “철저하게 실내온도를 관리하고 웜비즈 복장을 지속적으로 확산시키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회사에서뿐만 아니라 퇴근 후 가정에서도 에너지 절약 노력을 이어나가야 한다”며 “임직원의 노력이 모이면 에너지 부족 해결은 물론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는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린 올 여름부터 전사적인 에너지 절약 활동을 전개해 약 20억원의 절감 효과를 거뒀다. LG전자는 7월에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환경전략실이 주관하고 본사 경영 지원 부문과 각 사업장이 참여해 발족한 ‘전사 에너지 절약 태스크’를 8월까지 가동해 다양한 활동을 추진했다. 그 결과 두 달간 애초 예상한 전기사용량 대비 약 10%를 절감했다.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본 LG전자는 에너지 사용이 증가하는 여름철뿐 아니라 동절기에도 이를 운영할 계획이다. 동절기 세부 운영 계획은 11월 중순 발표된다.



대기업도 ‘웜비즈’ 강조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에너지 절감에 팔을 걷어붙였다. 정회장은 11월 3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범경제계 절전실천 사회적협약식에 참석해 “국가 차원의 전력절감 목표에 적극 부응하고 포스코의 본원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포스코패밀리 차원에서 전력절감을 추진해야 한다”며 에너지 절감활동을 강조했다.

포스코 행정지원그룹에 따르면 실내온도 관리만 잘해도 포스코는 연간 112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포스코는 동절기에 포스코 본사, 포스코센터, 포항·광양 제철소 내 사무동 등 건물의 실내온도를 20℃ 이하로 유지하고 내복 입기, 층간 이동 시 계단 이용, 사무실 내 개인별 난방기구 사용금지 등 생활 속 에너지 절감활동을 실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에너지 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정부는 겨울철 전력난 방지를 위해 실내 난방온도 20℃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겨울철 실내 온도를 1℃ 낮추면 7%의 연료가 절약된다. 국토해양부는 각 가정에서 겨울철 난방온도를 24℃에서 20℃로 낮추면 연간 27만원이 절감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전체에서 겨울철에 난방온도를 1℃씩만 낮추면 연간 3289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겨울철 에너지 절약은 옷을 따뜻하게 입는 것에서 시작한다. 환경부는 ‘온(溫) 맵시’ 공익광고를 통한 에너지 캠페인을 시작했다. 편안하고 따뜻한 옷차림을 통해 사무실이나 실내의 난방온도를 낮춤으로써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캠페인이다. 환경부 측은 “난방온도를 2.4℃ 낮출 수 있는 내복 착용이 전국적으로 실현된다면 연간 약 7750억원의 난방에너지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간 344만t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면서 “올 겨울은 현명한 온(溫)맵시 스타일로 건강하고 따뜻하게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12월은 기온이 큰 폭으로 내릴 때가 있고, 내년 1월 기온은 평년보다 낮을 전망이다. 이어 올 겨울철(2012년 12월~2013년 2월) 기온이 평년(-3~8℃)보다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에는 첫 얼음 관측시기가 평년보다 이르게 나타나면서 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면적이 감소하면서 올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추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고유가 시대의 에너지 절약 움직임과 경기 한파에 이어 겨울 한파까지 가세하면서 웜비즈를 중심으로 파생된 ‘웜비즈니스’가 주목 받고 있다. 실내온도를 제한하면서 에너지 절약을 습관화하자는 최고경영자의 결정에 따라 LG전자, 포스코 등 대기업과 공기업에서는 여름의 쿨비즈에 이어 겨울의 웜비즈룩이 사내 전반에 퍼졌다.

일본에서부터 시작된 ‘웜비즈’는 난방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일하기 편하면서도 따뜻하고 멋진 비즈니스 스타일을 뜻한다. 특히 올해는 의류에 국한됐던 웜비즈가 발열 소재로 겨울 시장을 대비하는 섬유업체와 난방기 시장 등 연관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미쳐 ‘웜비즈니스’로 범주가 넓어졌다.



겨울 한파에 패션계 4분기 매출 탄력최근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대형마트 등에는 내복과 방한·난방용품 등 판매가 크게 늘었다. 이른 추위에 섬유와 의류 업계는 웜비즈니스 준비에 한창이다. 섬유업체는 겨울 시장을 겨냥한 보온발열 섬유로 불황 타계를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추위가 길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보온발열 섬유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보온성뿐만 아니라 흡한속건(땀을 빠르게 흡수한 뒤 배출시키고 빨리 마르게 하는 것) 등 기능을 더욱 강화해 겨울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해에 비해 빨리 찾아온 겨울 추위를 가장 반기는 곳은 의류업계다. 의류시장은 소비심리가 위축돼 매출이 감소한데다 SPA(제조·유통일괄화의류) 가격 할인 등 경쟁이 심화돼 영업환경이 좋지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올해 매출이 부진했지만 패션매출은 대부분 가을·겨울에 나온다”면서 “올 겨울 날씨가 4분기 매출을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 패션 매출의 견인차는 의외로 내복이다. 가을비가 내리고 날씨가 쌀쌀해지자 전통 시장과 대형 유통점에서는 내복이 부쩍 잘 팔리고 있다. 동대문과 남대문시장의 내복 도매상들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30% 올랐다고 밝혔다. 롯데마트에서는 10월 22∼30일 내복 판매가 전주보다 275%, 전년 동기 대비3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 내복 매출은 23.5%, 스타킹은 22.1% 각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갑자기 추워져 내복을 찾는 고객이 급증했다”며 “올 겨울이 춥다는 예보로 내의 물량을 작년보다 20% 늘렸다”고 말했다. 의류업계는 올 겨울 발열내의를 중심으로 내의 매출이 지난해 겨울보다 20~30% 더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히트작인 발열내의 ‘히트텍’ 판매가 올해 67%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0년 110만장, 지난해 300만장에 이어 올해는 500만 여장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서울지역 체감온도가 영하로 내려간 11월 1일, 추위 관련 방한상품의 매출 신장률을 공개했다. 신세계 측은 “갑작스러운 추위가 찾아온 10월 30일~31일 이틀간 겨울 상품의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면서 지난주 같은 요일 대비 패딩점퍼는 31%, 모피는 52%, 머플러는 29% 매출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여성들의 대표적인 웜비즈 상품인 레깅스와 스타킹도 패션성을 보다 가미해 핫팬츠나 스커트에 어울리면서, 보온과 스타일까지 살려줄 수 있는 기하학적 패턴을 사용하는 등 더욱 화려한 스타일로 변모하는 추세다. 특히 직장 남성들의 웜비즈 패션으로 자리 잡은 가디건, 조끼, 니트류는 단품에서 벗어나 보온성은 물론, 정장이나 캐주얼과 잘 어울리는 스타일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 남성우 남성스포츠 팀장은 “계속되는 불황으로 부담스러운 난방 비용과 예년보다 더 추울 것이라는 올 겨울 전망에 윔비즈 상품에 대한 고객의 관심도 더욱 커질 것”이라며 “다양한 웜비즈 상품을 고객들이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쇼핑기회를 자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운 날씨와 겨울철 의류 매출은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다. 윤제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추운 날씨일수록 판매가와 마진율이 큰 겨울철 의류 매출이 늘어나게 된다”면서 “의류업체 실적 개선으로 연결되는 만큼, 강추위가 예상되는 이번 겨울의 수혜업종은 단연 섬유·의복 업종”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5년 이후 섬유·의류 업종의 월간 수익률을 보면 11월과 12월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혜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한 휠라코리아와 글로벌 브랜드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의 겨울 매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민주 현대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의류 회사의 영업환경은 더욱 치열해지면서, 백화점 채널 유무는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면서 “백화점 채널을 확보한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한섬이 웜비즈니스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난방용품도 본격적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10월 22~30일 롯데마트에서 가정용 난방용품은 전주보다 48.7%,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23.5% 더 많이 팔렸고, 사무실용 미니 난방용품 판매는 전주보다 75.2% 증가했다. 이마트에서는 전기매트(36.2%)와 전기요(13.5%) 판매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홈플러스(10월 24∼31일)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기장판은 15%, 히터는 25% 더 많이 팔렸다.



전기요와 전기매트, 난방기기 시장 선점난방용품은 전기세 부담과 고물가 영향으로 절전형 상품이 인기다. 롯데마트는 올해 절전형 전기요와 매트 물량을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리고 온수매트 등 차별화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전기료 인상을 감안해 석유나 가스히터를 찾는 손님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홈플러스 손현정 생활가전 바이어는 “석유히터 종류를 작년 2종에서 올해 9종으로 늘렸다”며 “비(非)전기히터 판매가 지난해보다 약 2배가량 늘 것 같다”고 말했다.

난방 트렌드는 지난 10년 사이 가정용 난방기구의 소비 경향이 가스에서 전기로 변화한 게 특징이다. 난방방식은 공기 난방에서 바닥 난방으로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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