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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프로야구단 가치평가 - 야구단 원천은 선수 선수에게 연봉 주는 건 팬

2012 프로야구단 가치평가 - 야구단 원천은 선수 선수에게 연봉 주는 건 팬

남다른 ‘야구 열정’을 보이는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 그는 8개 프로야구팀 구단주 가운데 가장 자주 경기장에 나타난다. 그가 서면이지만 언론에 모습을 보이기는 처음이다.



10월9일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 결과는 1대 2. 홈구장 잠실에서 이틀 연속 패하자 두산 팬들은 탄식했다. 아쉬워하는 팬들을 뒤로하고 박정원(50) 두산 지주부문 회장(두산 베어스 구단주)가 조용히 일어나 경기장을 나섰다. 게임에 져서일까. 표정은 굳어있었다. 하지만 두산 베어스 관계자는 “이겼더라도 별다른 말 없이 경기장을 떠났을 분”이라고 말했다. 행여 선수들에게 부담이 될까 이기든 지든 경기장에서는 항상 같은 표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2009년 두산 베어스 구단주에 취임한 박 회장은 선수들을 세심하게 배려한다. 원정경기를 가면 1인실에 묵는지, 저녁 메뉴가 무엇인지 묻는다. 가끔 구단 사무실로 보약 꾸러미가 배달되기도 한다. 선수뿐 아니다. 2009년 김경문 당시 두산 베어스 감독이 취임했을 때 감독 전용 차량을 혼다 어코드 3.5로 바꿔준 일화는 언론에 여러차례 소개됐다.

김 전 감독이 지난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사퇴 할 때도 그는 “시즌 도중에 사람을 자르는 법은 없다”며 끝까지 붙잡았다고 한다. 김진욱 신임감독이 취임하자 감독 전용차가 랜드로버로 바뀌었다.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를 즐겨 타는 김 감독의 취향을 고려한 배려였다.

구단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속속들이 챙길 수 있는 것은 박 회장 자신이 야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는 야구장에 와서 직접 경기를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요한 경기에 한 번씩 얼굴을 내미는 수준이 아니다. 경기장 관계자는 “올 시즌만 스무 번 넘게 오셨다”고 귀띔했다.

박 회장은 “야구는 야구장에서 직접 보는 것이 가장 재미있지 않으냐”며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두산의 홈 경기는 꼭 잠실야구장 관중석에서 관람한다는 그는 포스트 시즌엔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야구장을 찾는다.

“물론 직접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는 것이 가장 즐겁죠. 꽉 찬 관중이 뿜어내는 응원 열기를 느끼는 것도 좋습니다.” 인상적인 경기는 집에 와서 하이라이트를 다시 챙겨본다. 중요한 경기에 못 왔을 때는 김승영 두산 베어스 사장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관전평을 보내곤 한다.



대학 선수 때 포지션은 ‘편한 2루수’무엇이 박 회장을 그라운드로 이끄는 걸까. “아버지 손을 잡고 동대문 야구장을 드나들면서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그는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박 명예회장은 두산의 경기를 거의 다 봤다고 할 만큼 재계의 소문난 야구광이다. 일흔을 넘긴 지금도 잠실구장을 찾는다. 하지만 박 회장이 결정적으로 야구에 빠진 계기는 따로 있다. “70·80년대 고교야구 열기가 대단했어요. 당시 광주일고·경북고·선린상고 같은 ‘야구 명문’이 이름을 떨치면서 고교야구가 큰 인기를 끌었죠.

그때부터 야구의 참맛을 알았습니다. 거의 모든 선수의 이름을 외우고 야구경기를 보러 다녔어요.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라 어머니께 자주 혼이 났죠.” 고려대에 입학해서는 야구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어 야구 동아리에 가입했다. 야구시합에 나가고 친구들과 야구 이야기를 하는 것이 스무 살 박 회장에겐 큰 즐거움이었다. 선수 때 포지션은 2루수. 2루수는 발이 빠르고 순발력이 좋은 선수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엉뚱한 이유를 댄다. “2루수가 참 편했습니다. 아마추어 선수들 중에 (공을) 밀어치는 선수가 거의 없어서 수비하기 좋거든요. 그래서 끝까지 2루수로만 선수생활을 했어요.”

1982년 두산(당시 OB)이 프로야구 팀을 창단하면서 그의 야구에 대한 애정은 더욱 깊어졌다. 박 회장의 마음을 아는 듯 OB베어스는 프로야구 원년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후 두산 베어스는 95년, 2001년에 우승을 차지했다. 2005·2007·2008년에는 한국시리즈에서 삼성(2005), SK(2007·2008)에 져 아깝게 2위에 머물렀다. 김경문 감독이 지난해 자진사퇴해 위기를 맞았지만, 2군 코치였던 김진욱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맞아 올해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결국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 발목을 잡혔다. 그럼에도 내부에서는 “잘 싸웠다”는 분위기다. 김태준 두산 베어스 부장은 “신임감독 첫 해에다 정수빈, 손시헌 등이 부상을 당해 어려운 상황인데도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 역시 경기가 끝나고 김승영 사장에게 “수고했다”는 문자를 보내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이겠지요. 하지만 항상 1등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성적이 뛰어나도 팬들이 외면하는 구단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박 회장은 성적만큼 중요한 것이 스포츠맨십이라고 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이기기위해 노력하되 지더라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한다.

“우리는 두산 팬들에게 100%의 승률을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야구장에서 재미와 감동은 보장합니다. 그래야 팬들이 선수들의 플레이에감동하니까요. 팬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팀을 자랑스러워하면 구단의 가치는 자연스레 높아집니다.” 박 회장이 ‘야구장 관람’을 즐기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팬들의 반응을 살필 수 있다는 것이다.



100% 승률 아닌 재미·감동 보장두산 베어스의 홈 경기 입장객 수는 2003년 42만5782 명에서 꾸준히 늘어 2009년 10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는 정규 시즌까지 151만3456명의 두산 팬이 잠실구장을 찾았다. 박 회장은 “두산 베어스는 창단 때부터 선수들에게 연봉을 주는 건 팬들이라고 강조했다”며 “두산 선수들은 다른 팀 선수보다 좀 더 일찍 나오고 더 늦게까지 남아 팬들에게 사인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는다. 특히 어린이 팬들에게 야구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고 말했다.

두산 베어스는 매년 홈 경기 최종전에 모든 선수들이 관중석에 있는 응원단상에 올라가 감사 인사를 한다. 시즌이 끝나면 팬들을 야구장에 초청해 선수와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팬과 구단의 관계는 점점 끈끈해졌다. 2007년 두산 베어스가 한국시리즈에서 패배하자 두산 베어스 동호회 회원들이 성금을 모아 ‘괜찮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광고를 냈다.

2010년 10월 한국시리즈 행이 좌절됐을 때는 두산그룹이 신문에 ‘보여드린 노력에 비해 보여주신 사랑이 너무나도 큽니다’라는 광고를 냈다. 김태준 부장은 “세월이 지나면서 노력과 경험이 체계화돼 마케팅 활동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마케팅이 ‘데이 이벤트’다.

두산 베어스는 2009년부터 매달 특정 목요일을 ‘퀸즈 데이’로 정하고 여성 관중에게 입장권을 할인해준다. 금요일은 ‘직장인의 날’이다. 술자리 대신 야구장을 선택한 직장인 관중에게 선착순으로 캔맥주 무료 시음권을 제공하고, 추첨을 통해 다양한 경품을 증정한다. 가족 관중을 대상으로 한 ‘베어스 데이’에는 팬 사인회를 연다.

선수를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두산 베어스는 경기도 이천에 있는 훈련장 베어스파크를 리모델링한다. 새 훈련장은 호텔 수준의 숙소와 최신 장비를 갖출 예정이다. 박 회장은 “야구단 운영의 원천은 선수”라며 “선수들이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젊고 실력 있는 신인선수를 키워내는 능력은 두산 베어스의 최고 강점으로 꼽힌다.

박 회장은 “무명이긴 하지만 실력을 갖춘 선수를 선발해 제대로 육성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종욱·김현수·손시헌 등 두산을 대표하는 많은 선수가 ‘화수분(河水盆) 야구’의 주인공이다. 박 회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며 “모자라는 부분을 외부에서 보충해서라도 전력을 키우겠다”고 선수 영입을 위한 과감한 투자 의지를 밝혔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의 광고 카피에서 보듯이 두산은 사람을 키워 사업을 성장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사람을 키우는 ‘2G(Growth of People, Growth of Business)’전략을 추구합니다. 야구단 운영철학과 기업경영철학이 서로 다르지 않지요.”



기업 경영과 야구단 운영 철학 같아박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 미국 보스턴대에서 MBA를 마치고 85년 두산산업에 입사했다. 92년에는 ‘밑바닥부터 시작하라’ ‘남의 밥도 먹어봐라’는 두산그룹의 전통에 따라 일본 기린맥주에서 근무했다. 93년 오비맥주 부장으로 두산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그는 이후 두산상사BG 사장, 두산건설 부회장, 두산건설 회장을 거쳐 올해 5월 두산 지주부문 회장에 올랐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그의 역할에 대해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을 보좌하면서 그룹의 컨트롤 타워를 이끈다”고 설명했다.

1896년 설립된 두산은 고(故) 박승직 창업주(1세대)를 시작으로 고(故) 박두병 회장(2세대)에 이어 박용곤 명예회장, 고(故) 박용오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 박용만 회장(3세대)까지 116년을 이어왔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 회장과 동생 박지원 두산건설 부회장은 두산의 대표적인 4세대 주자다.

박회장이 그룹 지주부문 회장으로 임명됐을 때 재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유다. 박 회장이 삼촌인 박용만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후계자로 나서는 준비단계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두산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전통 때문에 나온 말일 뿐 취임한 지 불과 몇 달이 지난 지금 할 얘기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인화’ 중시해 ‘팀플레이’ 강조박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두산타워 33층에는 ‘근자성공(勤者成功)’이라고 쓰인 액자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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