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브랜드가 디지털옥외광고에 열광하는 이유[허태윤의 브랜드스토리]

연말 백화점 인파 북적...'미디어파사드' 경쟁 효과
해운대, 광화문 등 자유표시구역 선정...K-DOOH 기술 발전 기대

시민들이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파사드를 촬영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허태윤 칼럼니스트(한신대 교수)] 지난 주말, 명동을 지나는 차 안에서 멈칫하게 된 순간이 있었다. 거대한 백화점 외벽을 뒤덮은 화려한 디지털미디어파사드(프랑스어: Façade)가 시선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마치 라스베이거스의 유명 호텔 앞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스마트폰으로 이 장관을 촬영하고 있었다. 신세계, 롯데, 현대 등 국내 대형 백화점들이 경쟁적으로 디지털옥외광고(DOOH)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파사드를 확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DOOH는 단순 광고 수단을 넘어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이자 미디어로 자리 잡고 있다.

코엑스가 보여준 자유표시구역의 성공

연말연시 이들 백화점 미디어파사드의 집객 효과는 실로 놀랍다. 최근 업계 통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들은 크리스마스 미디어파사드 점등 이후 방문객이 급증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의 경우 점등 후 저녁 시간대 방문객이 직전 주 대비 30% 이상 증가했으며,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신세계스퀘어’는 점등 후 열흘간 무려 20만명이 방문해 전년 대비 5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미디어파사드가 도시의 새로운 관광 콘텐츠이자 상권 활성화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음을 입증한다. 

특히 코엑스 일대는 DOOH의 잠재력을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다. 2018년 K-POP 스퀘어 미디어가 설치된 이후, 삼성동 코엑스 일대는 하루 평균 10여만명이 오가는 서울의 핵심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인해 교통 정체가 잦아졌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DOOH의 노출 시간을 늘리는 긍정적 효과로 이어졌다. 특히 퇴근 시간대 삼성동 사거리에서 평균 15분가량 정차하는 운전자들에게 코엑스 미디어타워는 ‘도심 속 엔터테인먼트’로 자리 잡았다.

더불어 이 일대의 DOOH는 전 세계 명품브랜드들은 물론, 글로벌 브랜드들의 각축장이 됐다. 이 일대가 글로벌 브랜드들의 쇼케이스로 활용되면서 한류 관광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했다. 코엑스 미디어타워의 광고 단가는 초기 대비 3배 이상 상승했다. 주변 상권의 임대료도 20% 이상 상승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DOOH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회피 불가능한 노출'이라는 특성에 있다.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 전통적인 4대 매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한 디지털 매체의 경우, 소비자가 선택적으로 콘텐츠를 회피할 수 있다. 하지만 도시 공간에 설치된 DOOH는 자연스러운 동선상에서 필연적으로 접하게 되는 매체다. 여기에 동영상이라는 역동적인 표현 수단까지 더해져, 광고주들에게는 매력적인 옵션이 되고 있다.

또한 아나모픽(디지털 3D 착시기술)증강현실(AR)·키네틱아트·스마트 도시기술 등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DOOH의 표현 영역이 획기적으로 확장됐다. 3D 홀로그램이나 인터랙티브 광고를 통해 행인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과 연동된 AR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의 발전은 DOOH의 효과 측정을 한층 정교화했다. 실시간 유동 인구 분석, 날씨·시간대별 통행량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래매틱 바잉(Programmatic Buying)이 가능해져, 광고주는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가장 효과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모바일 데이터와의 연계를 통해 DOOH 노출 후의 소비자 행동 변화까지 추적할 수 있게 된 것은 획기적인 변화다.
지난 1월 1일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카운트다운 축제가 열린 모습.[사진 AFP/연합뉴스]

NEW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등장

2025년은 한국 DOOH 산업의 대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말 행정안전부가 부산 해운대·서울 명동 관광특구·광화문광장 등 3개 지역을 추가로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인 DOOH 광고가 등장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해당 지역들을 ▲뉴욕 타임스퀘어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오사카 도톤보리와 같은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육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들 지역은 브랜드들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더불어 K-DOOH의 기술이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DOOH는 이제 더 이상 보조적인 광고 수단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 빅데이터와 결합하며 진화하는 DOOH는 도시의 새로운 얼굴이자, 브랜드와 소비자를 잇는 혁신적인 소통 채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거리를 걸으며 만나는 모든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단순한 스크린이 아닌, 도시와 사람을 잇는 살아있는 미디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DOOH는 이제 미디어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리테일 미디어로서의 진화, AR 기술을 통한 혁신적인 소비자 경험 제공, 빅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타기팅(targeting)까지. 이 모든 변화는 DOOH가 단순한 광고 매체가 아닌, 디지털 시대의 핵심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오비맥주, 대리점에 '연대보증' 강요...공정위, 시정명령 부과

2카이스트 교수부터 금융사 모델까지...'지드래곤' 하나금융그룹 새 모델로

3 尹, 14일 헌재 정식변론 출석 안 해..."신변안전 우려"

4북한군 포로 “참전 아닌 훈련인줄”...원하면 한국행 가능할까

5 국정원 "북한군 생포 확인...우크라와 정보 지속 공유"

6"러 파병 북한군, 포로되느니 죽음을"…동료 숨져도 '오직 전진'

7트럼프 취임식에 15억 낸 현대차..."트럼프·정의선 회동 추진"

8설 차례상 비용 얼마 들까..."마트 40만원·시장 30만원"

9브랜드가 디지털옥외광고에 열광하는 이유

실시간 뉴스

1오비맥주, 대리점에 '연대보증' 강요...공정위, 시정명령 부과

2카이스트 교수부터 금융사 모델까지...'지드래곤' 하나금융그룹 새 모델로

3 尹, 14일 헌재 정식변론 출석 안 해..."신변안전 우려"

4북한군 포로 “참전 아닌 훈련인줄”...원하면 한국행 가능할까

5 국정원 "북한군 생포 확인...우크라와 정보 지속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