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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버핏이 극찬한 포스코마저 초비상경영

Issue - 버핏이 극찬한 포스코마저 초비상경영

국내외 경기 침체로 수요 줄어…세계 1위 아르셀로미탈 신용등급도 강등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철강회사(Incredible Steel Company).’ 세계 제일의 투자자로 꼽히는 워렌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지난해 3월 방한한 자리에서 포스코를 이렇게 평가했다. 기술력 등 기업의 내재적 가치와 성장 가능성 모두 높이 평가한다는 이야기였다. 버핏은 2010년에도 미국 오마하에서 만난 정준양 포스코 회장에게 “포스코는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버핏이 수년째 포스코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이야기다. 버크셔 보유주식 중 투자원금과 시가총액으로 모두 20위 안에 드는 규모다. 버핏은 깐깐한 안목으로 기업을 분석한 후 가치투자 원칙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포스코를 높이 평가

하는 게 말뿐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포스코마저도 요즘은 사정이 좋지 못하다. 버핏은 물론이고 포스코에 투자한 수

많은 주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5단계 중 최악의 상황”포스코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정준양 회장이 12월 5일 경북 포항 본사에서 열리는 혁신페스티벌(IF) 행사에서 초비상경영을 선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 내부에서 파악한 S1(최상의 상황)~S5(최악의 조건) 5단계 중 S5에 초점을 맞추고 비상경영을 넘어선 초비상경영에 나선다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새해를 앞두고 S5 단계에 맞는 효율적인 경영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계획은 12월에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간 포스코는 대내외 상황을 S3(경기부진 지속)와 S4(경기부진 심화) 단계로 파악하고 있었다. 이번 조치로 포스코는 사실상 ‘지금이 이겨내야 할 최악의 순간’임을 대내외에 선언하는 것이 된다.

세계 4위 철강업체로 국내 재계 6위(공기업 제외) 규모인 포스코의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부진했다. 포스코의 올해 3분기 영업 이익은 81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분기당 영업이익 ‘1조 클럽’에서 밀려났다. 포스코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7878억원, 2분기엔 1조648억원이었다. 각각 전년보다 42%, 39% 감소한 액수다.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와 무디스는 10월 들어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각각 A-에서 BBB+, A3에서 Baa1으로 하향 조정했다. 1년간 포스코의 주가는 20% 넘게 하락했다.

잘나가던 포스코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이전에도 위기를 암시하는 노란불은 켜져 있었다. 포스코의 전체 매출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의 31조6070억원에서 2011년엔 68조9350억원으로 2배가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조9190억원에서 5조4080억원으로 늘었지만 내실은 좋지 못했다.

최근 5년간 포스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8140억원에 불과하던 순차입금이 2008년엔 5조3120억원으로 급증했고 2010년 14조원, 2011년 20조원을 각각 넘어섰다. 부채비율은 2007년 44.4%에서 2008년 65.7로 오른데 이어 2010년 80.1%, 2011년 92.5%로 증가했다.

이는 포스코가 잇단 M&A로 공격적인 투자와 사업 확장에 나선 데서 비롯된 수치다. 보유하고 있던 현금성 자산을 소모하고 차입금을 늘리면서까지 사업을 키우다가 경기 침체란 역풍을 맞은 것이다. 실제로 포스코의 계열사 수는 2007년에 23개, 2009년에 36개였지만 올해는 70개로 크게 늘었다.

2010년에 7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던 포스코는 이후 시설과 광산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M&A를 계속하면서 보유 현금의 3분의 2를 소진했다. 탄탄한 재무구조가 장점이었지만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세계 철강경기 불황까지 겹치자 위기가 심화됐다.

포스코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07년 15.6%에서 2011년 7.9%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연결기준 5.6%에 그쳤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부동산이나 전자부품 등 주력인 철강업과는 시너지가 적은 사업에 투자하면서 ‘불경기에 무리하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나왔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연비 과장 사태도 악재포스코는 “사업 다각화가 눈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 관점의 백년대계를 모색한 것”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입장이다. 포스코측은 “3년간 국내외에서 철강 분야에 16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등 주력사업에서도 노력을 이어왔다”며 “세계 철강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소재와 에너지 등 신사업 육성을 모색한 것도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초비상경영으로 급한 불 끄기에 전념하겠지만 사업 다각화라는 큰 틀의 노력은 지속하겠다는 이야기다.

현재 포스코는 계열사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플랜트 부문 계열사인 성진지오텍과 포스코플랜텍의 합병 등 19개 계열사를 7곳으로 합하는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다. 박기홍 포스코 부사장은 “투자 목적이 완료됐거나 자본잠식이 다 된 계열사 10곳 이상을 연말까지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테인리스 코일을 판매하는 계열사인 포스코AST와 포스코NST는 내년 1월 합병한다.

철강포장재 부문 계열사인 포스코엠텍의 자회사 리코금속과 나인디지트는 흡수·합병이 결정됐다. 이들 구조조정 대상 계열사는 지난해에 적자를 기록했거나 자본 일부가 잠식 상태에 빠져 개선이 시급하다. 포스코는 이밖에도 국내 일부 전기로 열연공장 생산량을 줄이고 해외사업 재점검에 나서는 등 초비상경영을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다.

세계 철강산업의 끝을 모르는 불황과 이로 인한 수요 부진, 공급과잉 현상은 국내 다른 철강업체들도 겪고 있는 문제다. 최근 3년간 철강 생산용 철광석과 석탄 가격은 60∼70% 오른 반면 철강재의 판매가격은 20~30% 떨어졌다. 수요가 급감하면서 공급과잉이 빚어진 탓이다. 경북 포항에 위치한 철강산업단지에서는 넘쳐나는 재고로 인해 300여개 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열연과 냉연, 후판 등의 주력 제품들은 모두 판매가 부진하다. 중소규모의 철강업체 한 관계자는 “요즘처럼 막막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마저 흔들리는 판에 뾰족한 수가 보이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계열 철강사로 현대·기아차 매출 비중이 높은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는 최근 미국에서 터진 현대·기아차 연비 과장 사태로 매출에 타격을 입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올해 상반기 매출 가운데 현대하이스코로 투입된 물량 비중은 20%가 넘는다.

현대하이스코는 상반기 매출채권 중 46%가 그룹사 물량일 만큼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자동차용 냉연강판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현대·기아차가 북미 등 해외 주요거점에서 실적이 악화될 경우 고스란히 연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는 충남 당진에서 3고로와 2냉연공장의 설비 증설을 계속하고 있다. 생산량은 늘리는데 자칫 공급과잉이 더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현대차그룹에 납품해 얻는 매출 비중이 3% 내외로 높지 않고 다른 글로벌 업체들과 많이 거래해 이번 사태로 타격을 입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외에도 현대차그룹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철강사들의 경우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주력 품목인 봉형강 부문에서 국내 건설경기 부진으로 중국 수입산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마진 하락이 추가로 예상된다.



내년 세계 철강 수요 소폭 늘 듯동국제강도 포스코처럼 최근 수년간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나빠진 회사다. 2007년에 94.4%였던 부채비율은 2011년 177.7%로, 차입금 의존도는 34.4%에서 40.3%로 각각 높아졌다. 동국제강은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자 6월에 포항제강소의 1후판공장을 폐쇄했다. 범용 후판을 생산하는 1후판공장의 설비가 낙후됐으며 연간 생산능력이 70만t으로 생산성도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비상경영을 선언한 동부제철도 상황은 좋지 못하다. 동부제철은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84% 감소했고 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이 회사는 10월부터 모든 임직원(1700여명) 임금의 30%를 삭감했다. 내년 3월까지 6개월 동안 이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동부제철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9개월 동안 전 임직원의 임금 30%를 삭감한 전례가 있다.

동부제철은 2009년 충남 당진에서 1조500억원을 들인 전기로 제철사업이 건설·조선 경기 불황과 철강 공급과잉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익성이 악화돼 당장에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자 인건비 감축이라는 칼을 빼든 것이다. 동부제철은 4월과 6월에 각각 300억원, 50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등 현금 유동성도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의 이런 위기는 이미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대형 업체라고 예외는 아니다. 무디스는 11월 6일(현지시간) 세계 1위의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의 신용등급을 기존 Ba1에서 Baa3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글로벌 경제 둔화로 아르셀로미탈의 경영 사정이 계속 어려워지고 있으며 부채 규모는 늘고 재무상황은 악화됐다.”

무디스의 성명 내용이다. 아르셀로미탈은 전신인 미탈이 인도계 철강사로 미국의 1위 철강업체인 ISG(인터내셔널스틸그룹)와 우크라이나의 크리보리즈스탈,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철강(2006년 당시 세계 2위)과 합병한 회사다.

이 회사는 올해 3분기에 7억9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매출액도 전년보다 18.5% 줄어든 197억 달러에 머물렀다. 반면 순부채는 9월 기준으로 전년보다 12억 달러가 증가한 232억 달러를 기록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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