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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s 2013 the euro - 손에 잡히지 않는 미래

issues 2013 the euro - 손에 잡히지 않는 미래

유로존은 와해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영국은 유럽연합에 계속 남을까


2012년이야말로 유럽연합에 평화상을 수여할 적기라고 노벨상 위원회가 정말 믿었을까? 그랬다면 심사위원들이 귀머거리거나 장님이거나 아니면 사악한 유머감각이 발동했음에 틀림 없다.

새로 나오는 개선안마다 정밀검사에서 탈락하고 만다(With each new fix that fails to withstand closer inspection). 따라서 유로가 구제될 수 있을지 갈수록 불확실해진다. 그리고 유로를 구제하려는 노력 때문에 유럽이 분열되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더 분명해진다. 유럽 각국 정부의 신경이 지금 만큼 날카로웠던 적은 없었다(Never have tempers in European capitals been more frayed than now).

약 3년 전 그리스의 사실상 파산으로 위기가 촉발됐다. 에게해의 그 반도국가에서 퍼져나간 위기는 유로존(유로화 사용권) 17개국 전체를 집어삼켰다. 유럽연합 27개국 정부들 사이에서 이처럼 불화가 컸던 적은 없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던 프랑스-독일 ‘커플’까지 프랑수아 올랑드가 니콜라 사르코지를 물리치고 프랑스 대통령에 오른 이후 사이가 나빠졌다(even the supposedly indissoluble Franco-German “couple” has been at loggerheads).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이 유럽인들에게 이보다 더 미움을 샀던 적은 없었다. 격분한 스페인 시위대가 EU를 ‘제4제국(Fourth Reich, 히틀러 시대의 독일이 제3제국이었다)’이라고 성토한다. 사람들은 브뤼셀이 실현 불가능한 단일통화 체제를 구상해 놓고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터무니 없는 비용을 요구한다고 비난한다.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다.

그리스로부터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그리고 아일랜드에 이르기까지 각국 유권자들이 긴축정책에 반발해 정치인들을 자리에서 몰아내고 있다. 그 압박을 이기지 못해 주류 정당들에 균열이 생긴다. 부상하는 과격 운동단체는 우파뿐이 아니다. 젊은 유권자들이 그리스의 준 마르크스주의 정당 시리자, 이탈리아의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이끄는 ‘모비멘토 5 스텔레(Movimento 5 Stelle)’로 몰려들고 있다. 그들은 은행가, 긴축정책, 브뤼셀, 그리고 정치계급 전체에 저주를 퍼붓는다.

카탈루냐는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지만 현재 420억 유로의 적자를 기록한다. 그 지역이 스페인 정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최근 선거에서 분리주의 정당들에 몰표를 줬다. 시위대는 흠잡을 데 없이 민주주의적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인형에 나치의 만자 문양(swastikas)을 그려 넣는다. 무엇보다 기이한 일은 독일의 힘이 다시 한번 두려움과 원망의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바로 그것을 영원히 끝내려 EU를 만들지 않았던가?

2013년으로 해가 바뀌는 시점에서 유럽지도자들이 의견일치를 보는 거의 유일한 문제가 하나 있다. 영국을 향한 극도의 불만이다. EU의 새로운 7개년 예산을 둘러싼 교착상태는 많은 불만 중 하나에 불과하다. 유로존을 대상으로 하는 유럽은행동맹(EBU) 신설안의 장점은 유럽중앙은행(ECB)에 권한을 부여해 유럽 금융업계의 혼란을 수습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영국에 리스크가 따른다.

유럽의 금융서비스를 지배하는 런던 금융가(the City of London)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그들이 우려하는 ECB 제안에 따르면 유로화로 이뤄진 거래 결제소를 유로존 내에 세워야 한다(require clearinghouses for euro-denominated business to be located inside the euro zone).

유로존 규칙을 유럽연합 전체에 적용할 때 영국은 필시 그에 대한 제한조치를 요구한다. 유로존 국가들이 그런 합당한 요구를 거부할 경우 영국은 분명 EBU에 거부권을 행사한다. 영국은 다른 유럽국가들과 항상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이젠 그 문제 하나만으로도 그들 관계가 어느 때보다 더 큰 압박을 받는다.

파운드화를 포기하지 않은 영국의 원죄도 결코 용서받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영국은 유로존에 똑바로 행동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London has added insult to injury by demanding that the euro zone get its act together). 유럽집행위원회에 예산을 동결하고 방만한 직원들의 허리띠를 졸라매 긴축에 모범을 보이라고 훈계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이 설교하지 않아도 유로존 지도자들이 일을 올바로 처리한다고 반박한다. 그녀는 유럽의 종말론이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기본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방관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정치가 실제로 경제를 지배할 수 있다면 그 말이 진실로 입증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로존 상황이 갈수록 위태로워지는 마당에 그런 약속은 거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in the increasingly parlous state of the euro zone, the pledge sounds hardly credible).

유로존 전망은 계속 악화된다. 각국 정부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예산과 부채를 통제하려 애쓸수록 실업률은 더 높아진다. 유로존 평균이 이미 11.6%에 이르렀다. 따라서 정부 세수가 줄어든다. 기업과 직장인들은 이미 고율의 세금으로 허덕이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1월 예측에 따르면 유럽에서 부채증가와 마이너스 성장의 이 같은 치명적인 만남은 세계 경제, 그리고 사회안정에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 감세혜택의 만료와 국방예산 등의 강제삭감이 동시에 일어나는 일)’보다 더 큰 위협이 된다.

유럽의 조정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과업은 더 힘들어진다. 유럽은 예산적자를 줄이려 많은 노력을 했다. 정부지출 삭감을 너무 등한시했지만 말이다. 인건비를 줄였다. 파업이 잇따라도 경쟁력은 높아진다. 아일랜드 수출은 증가한다. 2010년 이후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has run a current account surplus). 뿐만 아니라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른바 PIIGS(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뿐 아니라 프랑스의 정부·소비자·은행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정부 관료체제를 축소하고 성장을 막는 규제장벽을 철폐하는 더 혹독한 조치, 노조의 제한적 관행(restrictive union practices, 기업간 경쟁 방지·일자리 보호를 위해 노동자나 사용자의 자유를 제한)을 타파하려는 용기, 그리고 유럽, 특히 스페인 은행들의 적극적인 구조조정 등이 필요하다.

유로화의 자생력은 아직 미지수다. 긴축조치가 당장은 유로존 국가들을 더 멀어지게 하는 효과를 초래한 탓도 적지 않다. 사업융자 조달 비용과 가용성, 성장률,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업률과 관련해 북유럽과 남유럽 사이에 격차가 있다. 실업률은 스페인이 독일보다 거의 5배 가까이 높다.

완화책도 보이지 않는다. 2012년 유로존 경제는 0.4%가량 쪼그라들었다. 2013년 그리스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 3.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의 GDP는 2008년 이후 이미 20% 가까이 줄어든 상태다. 성장이 살아나지 않는 한 예산삭감만으로는 부채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다.

유로의 맷집은 1년 전보다 약간 더 나아진 듯이 보인다(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그런 호전은 긍정적인 경제심리의 마술에 기초한다. 지난 7월 26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기싸움에서 금융시장을 눌러 이겼다(그리고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차입비용을 대폭 깎아줬다). 그 결정타는 두 문장이었다.

“ECB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로화를 지킬 각오가 돼 있다(The ECB is ready to do whatever it takes to preserve the euro). 그리고 단언컨대 그 조치는 조금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9월 ECB 위원회는 독일 분데스방크의 반대를 무시하고 원래 유로화의 모태가 됐던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구제금융 금지(no bail-out)’ 조항을 묵시적으로 파기했다. 그리고 부채위기를 맞은 유로존 정부들의 단기 국채를 거의 무제한 매입할 준비가 됐다고 확언했다.

그들이 도움을 요청하고 근본적인 재정 및 구조 개혁을 실시하겠다는 약속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조건이 따랐다. 그에 따라 유로존은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절실히 필요했던 최종 대출기관을 찾았다(The euro zone thus acquired, by the back door, the lender of last resort it had desperately lacked). ECB의 무제한 국채 매입(OMT, outright monetary transactions)약속이 없었다면 채권시장은 엄청난 프리미엄을 요구했을 것이다. 스페인뿐 아니라 이탈리아도 2013년까지 채무상환이 불가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독일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OMT가 독일 납세자들의 부담이 될지 모를 뿐 아니라 메르켈 자신은 아무리 부인할지 몰라도 건전한 통화정책보다 유로화 구제 약속을 앞세웠다. ECB는 증상을 치료했을 뿐이지만 각국 정부가 더 값싸게 부채를 조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고통을 덜어줬다.

드라기 총재는 정치인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벌어줬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압박이 완화되자마자 그들은 다시 미적거렸다(the moment pressure eased, they again dragged their feet).

스페인은 부동산 거품을 짊어진 은행들의 구제금융 자금으로 이미 1000억 유로를 약속 받았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그보다 많은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는 마치 기적적으로 ECB의 도움이 필요 없어진 듯 행동하면서 더 낮아진 차입금리에 반응을 보였다.

그리스의 경우 다음 회차분인 구제금융 440억 유로를 둘러싼 협상이 몇 주 동안 지연됐다. 그리스 정부가 이미 아테네에서의 폭동을 견뎌내고 2013년 예산지출을 94억 유로나 더 삭감한 뒤였다. 미국의 재정절벽에서 합의된 액수보다 삭감 폭이 훨씬 컸다.

지연은 유로존 장관들과 결코 만만치 않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간 논쟁에서 비롯됐다. 라가르드 총재는 IMF 자금을 단 한푼도 추가로 지급하지 못한다고 버텼다. 먼저 그리스 공식 부채를 구조조정해 GDP의 190%에서 2020년까지 “지탱가능한” 120%로 끌어내리겠다고 유럽국가들이 합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요구했다. 그래도 유로존 규정에 허용된 최대치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IMF는 논쟁에서는 이겼지만 전투에선 패했다. 11월 말 마침내 합의가 이뤄졌다. 그리스는 은행들이 받는 압박을 덜고 간신히 내년으로 넘어갈 만큼의 자금을 얻어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그밖에도 장관들은 부채감축 패키지를 내놓았다. 운이 따라주면 그리스 부채규모를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의 126.6%로 끌어내리게 된다.

늦은 감이 있지만 그리스가 파산했음을 인정하는 길을 향한 첫걸음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민간뿐 아니라 공식 채권자들이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까지 인정하지는 않았다(it stopped short of conceding that official as well as private creditors will have to take losses).

그리스 채권은 이제 거의 모두 각국 정부와 ECB에게로 넘어갔다. 그리고 적어도 2013년 독일 총선 이후까지는 독일 납세자들이 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메르켈이 그들에게 알려줄 리는 절대 없다. 그리스 구제에 2000억 유로를 쏟아붓고도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하지만 ‘그렉시트[Grexit(Greece + 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은 아직도 남아 있다.

메르켈은 “유럽을 구한” 독일인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싶어한다. 다만 독일이 제시한 조건이어야 한다. 그 조건은 안정·성장협약(the stability and growth pact, 유로화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각국 재정적자 상한선을 GDP의 3%로 정한 협약)을 훨씬 뛰어 넘는다. 그 조약은 단일 금리에 편승한 무임승차를 막기에는 불충분했다.

독일은 이번에는 더 심도 있는 금융통합을 주장할 전망이다. 유로존의 국가재정에 대한 중앙의 경제적 통제강화를 통해서다. 거기에는 주권 상실이 따르기 때문에 유로존 정부뿐 아니라 유권자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로 유로 존속을 원한다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할지도 모른다. 영국인들을 설득하기는 더 어려울 듯하다. 그런 식으로 유럽집행위원회의 권력이 한층 더 강화되면 분명 “유럽 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을 향해 한걸음 더 가까워지게 된다.

하지만 영국은 “유럽 합중국”을 반대한다. 영국은 가입하도록 강요 받지 않으며 그 새로운 규칙에 구속 받지 않게 된다는 보장을 요구할 듯하다. 뿐만 아니라 유로존 주축국들이 “유럽의 확대(more Europe)”를 원한다면 ‘유럽의 축소(less Europe)’에 대한 영국 요구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따라서 이중 유럽연합(a two-tier European Union) 개념을 공식화할 듯하다. 그런 보장이 없으면 영국은 어떤 새로운 조약이든 거부할 것이다. 브뤼셀이 수정 없이 조약을 밀어붙이려 한다면 어떤 정당이 이끄는 영국 정부든 EU를 완전히 탈퇴하라는 국민 압력을 버티기가 어려워진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연립정부는 브뤼셀에 더 많은 권한을 넘겨주기 전에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이미 약속했다. 나아가 다양한 분야에서 브뤼셀로부터 권한의 반환을 모색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근로시간 제한, 건강과 안전, 교육, 지역 지출, 농업정책 등 영국이 오래 전부터 국가차원에서 결정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해온 분야들이다.

총리는 어떤 협정을 맺든 그에 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라는 극심한 압박을 받는다. 하지만 어떤 협정도 불가능할지 모른다. 통합은 일방통행이며 브뤼셀로부터 권력 반환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는 게 EU 내 불문율이다(it is holy writ in the EU that integration is a one-way street and repatriation of powers from Brussels is unthinkable). 그렇게 되면 영국이 탈퇴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영국이 빠지면 유럽은 훨씬 더 가난해진다. EU의 국제적인 영향력 측면뿐이 아니다. 영국은 유럽의 가장 오랜 민주주의 국가다. 자유무역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이며 (프랑스와 함께) 군사력의 유일한 원천이다. 그리고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인 범EU 단일시장 옹호자다. 그 점은 독일을 비롯한 기타 서유럽국가 지도자들도 이해한다. 하지만 영국의 우방국들도 영국이 유럽에서 입맛에 맞는 점만 취사선택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even Britain’s natural allies insist that the U.K. cannot have Europe à la carte).

유럽은 그리스를 유로화 시스템에 남겨두려고 규정집을 파기했다. 그러면서도 한 두줄 규정을 수정하려 들지 않아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유럽대륙의 미래에 1000배는 더 중요한 문제다. 그럴 위험은 아직 크지 않지만 분명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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