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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Beast economy - 추락사는 피했지만…

NewsBeast economy - 추락사는 피했지만…

재정절벽 합의로는 일자리·건강보험 등 미국의 진짜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아


미국에 부채위기가 닥친다는 경고는 수년전부터 제기됐다. 시장과 채권자들의 압박에 못 이겨 별안간 발작하듯 한꺼번에 세금을 올리고 지출을 삭감해야 하는 고통의 날이다. 하지만 해가 계속 바뀌어도 그런 위기는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2010~11년 의회는 인위적으로 위기를 부르는 작업에 착수했다. 시장이 고집스럽게 피하려는 충격을 법령으로 대신 가하는 방법이다. 이른바 ‘재정절벽’은 이처럼 인위적인 쇼크, 의도적으로 연출된 위기의 비유표현이었다.

100여년 전 독일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미래의 위기를 두려워해 현재 위기를 촉발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섬뜩한 비유를 했다. 죽음이 무서워 자살하는 격이라고. 2012년의 끝을 앞두고 미국 의회와 대통령 모두 자살 일보 직전에서 물러섰다. 막판 합의를 이끌어내 재정절벽을 모면했다. 소폭의 증세, 실업수당 연장, 그밖에 주요 현안들의 대책 미루기 등이 골자다.

해법을 중시하는 미국인들은 그 합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쉽게 말해 미국의 문제들을 개선하기는커녕 적어도 그중 일부는 더 악화시키는 격이다.

첫째 문제는 일자리·소득·경제성장이다. 재정절벽 위기는 부채와 적자가 미국의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추정에서 파생됐다. 구직을 포기한 수백만 미국인, 그리고 오늘날 6년 전보다 더 가난하고 소득이 줄어든 상당수 미국인은 그런 가정을 예상 외로 받아들듯하다.

성장을 촉진하고 고용을 장려하는 정부 능력에는 항상 한계가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한계이든 간에 미국인의 현재 상황보다는 분명 낫다. 재정절벽 협상 타결로 급여세 면세기간이 종료됐다. 예산을 삭감하는 주정부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도 중단됐다.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가계의 부채부담을 덜어주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오랜 실패도 계속된다.

그 합의 중 경제성장 항목에 가장 가까운 내용이 뭐냐고? 풍력 에너지 산업에 약간의 세금감면 혜택을 연장해주는 결정이다. 하지만 이는 경제성장에 썩 가깝다고 보기는 어렵다.

둘째 문제는 과잉지출이다. 공화당은 말한다. “문제는 세금이 아니라 지출이다.” 하지만 더 구체적으로 말해 지출이 아니라 건강보험 지출이 문제다. 미국의 1인당 의료비 정부지출은 통상적인 선진공업국보다 60% 많다. 1인당 의료비 지출이 다음으로 많은 스위스나 노르웨이보다 25%가량 더 높다. 지출은 더 많은 반면 건강개선 효과는 거의 어떤 방식으로 측정해도 더 낮다.

미국 건강보험 시스템의 문제는 메디케어 수급 연령의 상향조정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수급연령을 높이면 미국인들이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에서 메디케어로 전환하는 날짜만 늦출 뿐이다. 건강보험 시스템의 과다지출 부문에서 또 다른 과다지출 부문으로 갈아타게되는 격이다.

미국 건강보험의 지출이 많은 건 수급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니다. 다른 나라들은 수급자가 훨씬 더 많으면서도 지출은 더 적다. 미국 건강보험의 고비용은 효과에 비해 지출이 너무 많은 탓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비싸면서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제품과 서비스를 너무 많이 이용한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어떤 문제도 개선되지 않는다. 물론 재정절벽 협상은 해결책이 아니다.

셋째 문제는 높은 세율과 낮은 세수다. 재정절벽 합의는 민주당에 하나의 커다란 상징적 승리를 안겨줬다. 고소득층에 대한 민주당의 증세안을 공화당이 지지하도록 한 일이다. 하지만 상징적 증세 정도로는 정부의 실질적인 지출을 메울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합산소득 45만 달러 이상의 부부와 40만 달러 이상 개인 소득자 비율은 극히 낮다. 그들로부터 더 많은 돈을 짜내는 방법으로는 미국인들이 이미 받은 복지재원도 조달하지 못한다. 급속히 불어나는 오바마케어 지출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2001년 이후 인하된 그 하위 소득자, 다시 말해 미국의 대다수 소득자에 대한 세율은 재정절벽 합의로 그대로 유지됐다.

미국은 다른 모든 선진 민주국가에 비해 소득세에 지나치게 많이 의존한다. 재정절벽협상은 연방정부의 재정적 기반을 더 탄탄하게 만들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그런 과다 의존증을 고착화할 뿐이다. 이번 합의는 모든 미국인이 받는 복지 서비스의 비용 증가를 극소수 미국인에 대한 증세만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환상에 근거한다.

미국은 ‘복지급여’를 접어 두고 건강보험에 관해 고민하기 시작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소득세만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종류의 세금 또한 연구하기 시작해야 한다. 에너지세, 탄소세 그리고 소비 전반에 관한 세금이다. 또한 부가가치세는 다른 모든 선진국이 도입한 것과 같은 전국적인 판매세다. 탄소배출 톤당 20달러를 부과해 1년에 4%씩 올려가는 탄소세도 있다.

비즈니스 전문가들은 박스에서 벗어난 사고를 하라고(to think outside the box) 경영자들에게 요구한다. 그러고 보면 재정절벽은 박스였다. 그렇다면 그 합의는 첫째 박스 안에 세운 또 다른 박스다. 미국이 필요로하는 독창적인 변화를 가로막는 이중 방지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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