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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을 논하다

유대인을 논하다

이스라엘 소설가 아모스 오즈 부녀가 말하는 이스라엘의 정체성


이스라엘의 유명 소설가인 아버지 아모스 오즈와 사상사가(a historian of ideas)인 내가 최근 우리의 첫 공저 ‘유대인과 말들(Jews and Words)’을 출간했다. 두 세속적 이스라엘인의 관점에서 본 유대인의 정체성에 관한 얇고 익살스러우면서 학술적인 에세이다. 영어로 쓰여졌으며 현재 히브리어를 포함해 수 개국어로 번역되는 중이다.

우리는 ‘성서의 불신앙자(atheists of the book)’로서 성서와 거기서 파생된 수많은 문학적 소산을 깊이 사랑한다. 그런 마음으로 무수한 유대 문장·사상·경구 사이를 누빈다. 하지만 책의 스토리는 대단히 정치적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문화적 논쟁을 활발히 펼쳐나간다.

우리의 주요 토픽은 계속성, 공동체 내의 개인주의, 지속적인 토론의 시간을 초월한 특성, 강하고 목청 높은 여성들의 역할, 거북한 자조적 유머의 힘(the power of gritty self-humor) 등이다. 그러나 이들 유대인의 특성은 제각각 오늘날 글로벌 담론의 보편적인 테마가 될 수도 있다.

유대인의 만찬 식탁에는 모두가 초대받는다. 식탁 위에는 언제나 책들이 있었다. “정중한 무례(reverent irreverence)”를 바탕으로 항상 마음을 열고 새로운 사상을 모색했다. 나는 아버지와 유대인의 특성과 보편성에 관해 토론했다. 그 대화는 책의 주요 테마를 다룰 뿐 아니라 핵심 논지를 뒷받침한다. 국가뿐 아니라 가족도 “다름을 말로 표현함(putting differences into words)”으로써 번창해간다는 사실이다.

유대인은 왜 그렇게 질문하기를 좋아하나요?

유대인의 정체성은 애당초 사고의 교환을 바탕으로 했다. 이 같은 아이디어 교환은 질문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아주 많다. 내가 어렸을 때 ‘왜 유대인들은 항상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죠?’ 하고 물었더니 아버지가 대답했다. ‘그럼 안 될 이유라도 있나(why not)?’

유대 전통에서 물음표는 느낌표보다 중요하다. 구약성서(The Hebrew Bible)는 두 부호 모두 사용하지 않았지만 질문이 숱하게 많다. 아담과 이브가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의문이 쌓인다. 그중 일부는 오늘날에도 적용된다. 지금 어디 있는가? 벌거숭이라고 누가 말해줬는가? 금단의 [지식] 열매를 따먹었는가? 그리고 다음 장. 동생은 어디 있는가? 질문에 질문으로 답한 최초의 인간 카인이 말한다. ‘내가 동생의 파수꾼입니까?’ 성서는 그렇다고 말한다.

유대인-아랍인 간 갈등과 달리, 유대인끼리의 이견은 아무리 크고 악의적이라고 해도 거의 항상 언쟁으로 끝나며 비폭력적이에요. 왜 그런가요?

나는 여러 번 질문을 받았다. 당신네 이스라엘 유대인은 언제 내전 같은 걸 보여주려는가? 따지고 보면 당신들도 갖가지 잠재적인 이견과 온갖 광신자들이 있지 않은가? 나는 이스라엘에선 이미 100년 전부터 내전이 지속돼 왔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한 세기가 넘는 시온주의 동안 정치적·이념적·종교적인 이유로 다른 유대인에게 살해당한 유대인은 50명을 넘지 않았다. 이츠하크 라빈 총리의 암살도 그중 하나다. 물론 희생자는 한 명이라도 많다(one is too many).

하지만 우리는 서로 총질을 하는 게 아니라 가공할 욕을 퍼붓는 방법으로(by calling each other terrible names) 고통스러운 내부 이견을 해소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그래서 상대방이 위궤양과 심장발작을 일으키도록 한다. 한마디로 그것이 전통적인 유대식 싸움이다. 피바다와 불바다(the rivers of blood and fire)를 통해 견해차를 해소하는 다른 많은 나라의 방식보다 훨씬 바람직한 일이다.

많은 골수 정통파 유대교도는 아빠와 나, 이 대화, 그리고 이 매체를 ‘진정한’ 유대인의 전통과 다른 극히 이질적인 요소로 간주할 듯한데요. 그들에게 뭐라고 할 건가요?

그들이 말하는 “진정한 유대 전통”이란 살아 숨쉬는 유대 유산이 아니라 화석을 일컫는다. 3000여년 동안 전성기의 히브리와 유대 문명은 해석, 재해석, 그리고 역해석의 끝없는 게임이었다. 총명한 소년들에겐 바르미츠바(bar mitzvah, 13세 소년의 성인식)의 일환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도록 장려했다.

젊은이들에게 고대 문장에 관한 독창적인 이론(chidush)을 제시하도록 장려했다. “참신함이 없다면 학교도 없다”고 탈무드는 설파한다. 우리의 지식 나무는 뿌리를 도외시하지 않고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따라서 ‘진정한 유대 전통’은 구약성서 창세기의 노아, 13세기의 위대한 랍비 나흐마니데스, 그리고 뉴스위크를 포함한다.

샤일록(셰익스피어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은 유대인이 보통사람이라고 열렬히 주장했지만 유대인들은 수세기 동안 자신들의 ‘다름(otherness)’을 굳건히 강조했죠. 그에 따라 반유대주의를 강화하고 역으로 다시 그에 의해 강화됐어요. 따라서 이젠 정말 판단을 내릴 때가 된 듯해요. 우리는 다른가? 우리는 ‘우월한’ 존재인가?

샤일록에게 유대인다운 측면은 전혀 없다(does not have a Jewish bone in his body). 그를 만들어낸 셰익스피어는 평생 아마 유대인을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을 성싶다. 그러나 타자(他者)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인류에 속하는 게 모순이라는 인식은 잘못됐다. 인류(human family)는 타자로 이뤄진 가족이다. 다른 악기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와 같다.

셰익스피어와 같은 시대 시인 존 던은 이렇게 썼다. “인간은 고도가 아니다(No man is an island).” 거기에 짧은 소견을 덧붙이자면 “하지만 각자가 하나의 반도다(but every one of us is a peninsula).” 모든 문화 또한 반도다. 절반은 인류의 본토와 연결돼 있지만 절반은 독특하고 예외적이다.

우리는 조상들의 독서 양육법을 중시해요. 책벌레 엄마(the bookish mom)는 엄격한 타이거 맘, 또는 사커 맘이나 TV 맘과 어떻게 다른가요?

수 세대에 걸쳐 유대인 엄마가 자녀들에게 심어준 건 무엇보다 호기심이었다. 아버지는 질문과 탁월함을 장려한 반면 어머니는 호기심을 키워줬다. 그런 양육방식이 어우러져 기억, 나아가 계속성을 촉진시켰다.

세속파 유대인이 살아남을까요? 미국의 어느 유명한 랍비가 벌써 우리 책을 두고 꺾인 꽃처럼 일시적이라고 말했어요. 우리 후손이 유대 전통에 충실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이죠.

이스라엘 국가 자체가 상당부분 세속화된 유대인들에 의해 구상되고 실현됐다. 그들은 유대주의란 단순히 종교뿐 아니라 국가와 문화이기도 하다고 믿었다. 이스라엘이 국제사회(family of nations)의 버젓한 일원이 되기를 바랐다. 텔아비브를 포함한 오늘날의 이스라엘에선 최근 미래지향적인 세속 정당 예시 아티드에 많은 사람이 지지표를 던졌다. 동시에 전통 유대문화의 진정한 르네상스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음악가와 소설가가 고대와 중세 문장들을 파헤친다. 이런 측면에서 ‘유대인과 말들’은 상당부분 현대 이스라엘에 관한 책이다.

유대인들은 1000년 동안 적어도 10여개의 언어를 구사하며 의미 있는 글쓰기를 해왔어요. 현대 세계에서 히브리어는 비중이 떨어진건가요?

어떤 언어든 비중이 떨어졌다고 보편성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현대 문화는 세계 구석 구석에서 들려오는(coming from the four corners of the earth) 수많은 목소리의 합창이다. 유대 세계는 현재 주로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한다. 히브리어와 영어가 다소간 동등한 비율로 쓰인다. 우리는 세계 독자들에게 히브리 메시지를 전달할 목적으로 이 책을 영어로 썼다.

나는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A Tale of Love and Darkness)’를 쓸 때 내 가족과 몇몇 예루살렘 사람만 내용을 이해하겠구나 생각했다. 막상 펴내고 나니 30개 언어로 번역돼 수백만 명의 독자가 읽었다. 이는 국지성과 보편성이 서로 모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러시아·인도·이집트·일본·라틴아메리카의 많은 위대한 문학작품이 보편성을 띠는 이유는 바로 그 국지성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것이 바로 나의 히브리적 성격, 이스라엘 특성, 유대인 정체성의 요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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