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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제작 거품 빼고 다양성 높이니 수익성 쑥쑥

Issue - 제작 거품 빼고 다양성 높이니 수익성 쑥쑥

합리적 예산 운용, 마케팅비 절감에 장르 다양화 … 배급 독과점, 열악한 스태프 처우는 아킬레스건 지난해 국내 영화관 관객은 1억9489만명이었다. 남한 인구의 네 배에 가까운 역대 최대 규모다. 이 중 59%인 1억1461만명이 한국 영화를 봤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감성 가득한 스토리로 무장한 한국 영화에 관객들은 지갑을 열었다. 올해도 한국 영화의 기세는 매섭다. 두 달 만에 벌써 ‘1000만 관객 영화’가 또 한 편 등장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영화 관객 2억명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한국 영화산업은 질적ㆍ양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늘도 여전하다. 배급 독과점과 열악한 스태프 처우 등 해결 과제도 많다.



‘도둑들’ ‘광해:왕이 된 남자’ ‘늑대소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범죄와의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내 아내의 모든 것’ ‘연가시’ ‘건축학개론’ ‘댄싱퀸’…. 지난해 관객 400만명을 돌파한 한국 영화다. 이 중 ‘도둑들’과 ‘광해:왕이 된 남자’는 1200만 넘는 관객을 모았다.

100만~400만 사이의 이른바 중‘ 박’ 영화도 23편이나 나왔다. 관객 수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2012년은 한국 영화산업이 한 단계 도약한 해였다. 지난 한 해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 수는 역대 최다인 1억9489만명이었다. 전 국민이 1년에 4번 꼴로 극장을 찾은 셈이다. 올해는 2억명 돌파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을 주도한 건 한국 영화였다. 흥행 순위 상위 10위 영화 중 한국 영화가 7편이다. 전체 관람객 중 절반 이상(1억1461만명)은

한국 영화를 봤다. 한국 영화의 점유율은 58.8%로 스크린쿼터제의 보호를 받던 2005년(58.7%)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여기에다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로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영화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관객이 크게 늘어난 덕분에 지난해 극장 매출은 1조45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 성장했다. 수익성도 좋아졌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2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영화 전체 개봉작 174편(늑대소년 확장판 제외) 중 제작비 10억원 이상, 스크린 수 100개 이상을 확보한 상업영화 70편의 투자수익률은 13%로 잠정 집계됐다.

영화진흥위 관계자는 “한국영화 투자수익률이 2005년 7.9%를 기록한 이후 7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며 “2007~2008년 2년 연속 -40%대의 투자 손실을 기록하며 암흑기를 보낸 후 회복기를 거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화 수익성의 잣대인 손익분기점(BEP)을 넘긴 영화는 총 22편으로 전체의 31.4%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수익률 100%를 넘은 작품도 12편이나 됐다.

영화 부가판권 매출에 해당하는 온라인 시장도 인터넷TV(IPTV), VOD(다운로드·스트리밍), 모바일 서비스를 중심으로 큰 폭 성장했다. 지난해 영화 온라인 시장 규모는 2158억원으로 2009년 888억원을 기록한 이래 3년 연속 20%가 넘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탄탄한 내수 시장 못잖게 해외 시장에서도 선전했다. 한국 영화 완성작의 해외 수출 총액은 전년 대비 27.5% 늘어난 2017만 4950달러(약 221억원)로 집계됐다. 2008년 이후 4년 만에 2000만 달러 선을 회복했다.

영화진흥위 관계자는 “수출 시장 위축에도 끊임없이 돌파구를 찾은 수출 관계자들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며 “단순히 시장의 흐름에 좌우된 결과라기보다 해외 현지 극장을 통한 배급망 확보 같은 중장기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사실 2012년 앞두고 영화산업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스마트 디바이스와 IPTV의 등장으로 관람 환경이 크게 바뀐데다 총선과 대선이라는 대형 정치 이슈가 이어진 탓에 관객 확보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장르의 다양성과 양질의 콘텐트를 확보한 우수한 한국 영화가 화제를 모으며 연중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영화산업 결산 좌담회’에서 권미정 쇼박스 배급부장은 “올해 한국 영화의 흥행은 무엇보다 장르가 다양해진 덕분”이라며 “과거에는 도저히 흥행이 안 될 거라 여겼던 장르나 소재가 과감히 시도되고 또 질적으로 잘 만들어지면서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고 평했다. 관객 사이에 ‘한국 영화=괜찮은 영화’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은 것도 흥행에 한 몫 했다.



투자·배급·상영 독과점 구조 심각작품이 다양해지니 주 관객층이 20~30대 여성에서 40~50대로 확대됐다. 장르와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특정 세대와 성별을 겨냥한 영화도 늘었다. 지난해 3월 개봉해 20~30대 남성 관객의 큰 지지를 받은 ‘건축학개론’과 30~40대 여성 관객을 모은 ‘내 아내의 모든 것’이 대표적이다. 애니메이션처럼 가족 전체가 볼 수 있는 영화는 외국 작품에 쏠려 있지만 관객층 확대에 따른 콘텐트 개발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영화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한 덕분이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 투자수익률 하락과 그에 따른 투자 경색은 제작 위축과 인력 이탈이라는 부정적 연쇄 효과를 낳았다. 이 때문에 업계는 시나리오 고쳐 쓰기, 기획서 다듬기를 비롯해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제작자들은 찍을 만한 작품을 더 신중하게 고르게 됐고, 투자자 역시 작품을 보는 눈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가 조금씩 가시적인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영화계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 영화의 평균 총제작비는 2004년 41억6000만원을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20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이 중 마케팅에 드는 비용 역시 6억9000만원으로 2006년(14억4000만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준비 단계에서부터 정확한 목표를 세우고 예산을 합리적으로 운영해 거품을 줄였다는 의미다.

한국 영화의 흥행은 올 들어서도 이어졌다. 1월 개봉한 영화 63편 중 한국 영화는 12편에 불과했지만 관객 점유율은 58.9%를 유지했다. ‘타워’의 흥행이 끝날 무렵 ‘박수 건달’ ‘7번방의 선물’이 개봉해 한국 영화의 흥행을 이어갔다. 1월 한달 동안 한국 영화관객 수는 1198만명을 기록했다. 7개월 연속 1000만을 넘어섰고 전년 동기 대비 23.8% 늘었다.

‘7번방의 선물’은 개봉 한달만인 2월 셋째 주말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베를린’ 역시 개봉 5주만에 700만 관객을 향해 순항 중이다. 3월 안에 두 편의 1000만 영화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영화 르네상스’라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이처럼 ‘스크린쿼터제가 없어지면 5년안에 망한다’던 한국 영화는 보란 듯이 살아 남았다. 2000년대 중·후반 위기를 겪었지만 업계에서 ‘더 이상 할리우드가 두렵지 않다’는 자신감이 생길 만큼 경쟁력이 강화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장 관계자의 목소리는 그리 밝지 않다. ‘한국 영화 잘 나가네’라는 축하 메시지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시장은 커졌지만 영화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우선 투자·배급·상영의 독과점 구조가 심각하다. 지난해 9월 개봉해 1231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광해: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는 주연을 맡은 이병헌의 뛰어난 연기력과 탄탄한 플롯을 바탕으로 국민적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1000만명을 기점으로 흥행이 시들하자 배급사인 CJ E&M의 무리수가 시작됐다. ‘왕의 남자’의 관객 동원 기록(1230만)을 깨기 위해서 ‘관객 쥐어짜기’에 나섰다는 지적을 받았다.

CJ E&M 측은 1100만명을 넘어선 11월에도 전국 400개 이상의 스크린을 ‘광해’에 할애했다. 기록 경신을 위해 스크린을 장기 상영 영화로 채우는 동안 많은 새 영화들이 상영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CJ E&M의 ‘광해’ 밀어주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난이 쏟아지던 11월 4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늑대소년’이 스크린 706개로 1위, ‘광해’가 404개로 3위, 용‘ 의자X’가 316개로 4위를 차지했다. 이 세 편의 영화는 모두 CJ E&M이 배급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극장의 스크린 수는 2081개다. 한 회사가 배급한 영화가 같은 시점에 국내 전체 스크린의 약 4분의 3을 장악했다는 얘기다.

영화산업에서 투자와 배급을 동시에 틀어쥔 메이저 회사들의 힘은 막강하다. CJ E&M이나 롯데엔터테인먼트처럼 극장을 소유한 회사는 더욱 그렇다. 물론 메이저 배급사들이 한국 영화 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영화 시장 전반을 좌지우지한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해 한국 영화의 배급사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상위 4개 회사가 전체의 90.6%(매출 기준)를 차지했다. CJ E&M은 매출 점유율 36.7%로 2012년에도 독보적 1위를 차지했다.

2003년 이후 10년째 1위다. 쇼박스(21.7%)·NEW(16.5%)·롯데엔터테인먼트(15.7%) 등이 뒤를 이었다. 2.3%로 5위에 오른 필라멘트픽처스 또한 CJ의 계열사다. 나머지 회사들은 0~1%대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주요 배급사로의 시장 쏠림 현상은 2011년에는 상위 5개 배급사를 제외한 기타 배급사의 시장 점유율이 3.7%에 그쳤던 2011년과 비교하면 약간 개선됐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연봉 1000만원도 못 받는 영화 스태프극장은 CJ CGV(극장112개·스크린858개)·롯데시네마(84개·590개)·메가박스(54개·403개) 등 상위 3사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가 전국 극장(314개)과 스크린(2081개)의 79.6%와 88.9%를 각각 점유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멀티플렉스 극장이 관람료 등을 조정해도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 수 밖에 없다. 최근 CJ CGV는 영화 관람료를 1000원 인상했다. 서울 목동과 상암, 부산센텀시티 등 전국 8개 극장의 관람료가 주말(금~일)에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주중8000원에서 9000원으로 올랐다.

이와 함께 주중 오후 4시 이전 관람료는 8000원에서 7000원으로 1000원씩 내리고, 오후 11시 이후에는 심야시간 요금제를 적용해 8000원에서 6000원으로 인하한다. CGV는 학생과 주부 계층이 주요 관객인 극장에서 주중과 주말 가격을 차별화하기 위함이라며 선심 쓰듯 얘기했지만 결국은 관객이 없는 시간에 덜 받고 많을 때 더 받겠다는 얘기다. 요금인상 발표가 나오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CGV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경기도 안양의 한 멀티플렉스에서 만난 유정화(29)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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