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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 커지는 ‘노노(老老) 격차’에 열도 휘청

Retirement - 커지는 ‘노노(老老) 격차’에 열도 휘청

퇴직금 줄고 비정규직 늘어 … 일본 따르는 한국 대안은 고령 근로 확대
일본 은퇴 세대의 하라주쿠로 일컬어지는 도쿄 스가모 거리 전경. 도쿄 하라주쿠는 젊은이들의 패션 중심지로 한국의 명동에 해당한다.



‘노후 대비=자금 마련’이 상식이다. 취미나 인간관계 같은 비재무적 항목이 강조되지만 대세는 여전히 재무 이슈다. ‘믿을 건 돈뿐’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한국인의 노후 준비 상황은 낙제점에 가깝다. 포괄적인 노후 빈곤 탓이다. 한층 염려스러운 건 상대적 박탈감이다.

‘가진 노인’을 바라보는 ‘없는 노인’의 불편한 상실감, 위험 수위에 달한 ‘노노(老老) 격차’다. 앞으로 더 심각할 가능성이 크다. 저성장·고령화 추세를 보건대 50대 베이비부머(1955~63년생)를 비롯한 미래 세대의 노노격차는 한층 우려스럽다.



일본은 부자나라·빈곤국민의 전형일본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노노격차는 한국보다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여 회원국 중 일본의 노인 빈곤율(전체 가구 중위 소득의 50% 미만 비율)은 1위다. 45%를 넘는다. 2위(31%)와 큰 차이를 보인다. 6위(15%)인 전체 연령 빈곤율을 봐도 아찔한 처지다. 이에 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인 복지 지출 비중(1.7%)은 최하위다. 멕시코(1.1%)보다 조금 나을 뿐이다.

일본은 ‘부자 나라-빈곤 국민’의 전형이다. 경기침체니 재정적자니 해도 일본만큼 국부가 많은 나라는 드물다. 일본의 전체 국부는 8560조엔이다(2006년). 부채(5840조엔)를 뺀 순자산만 2720조엔에 달한다. 이 중 1500조엔 안팎이 개인 금융자산이다. 국채 보유분(9000억 달러)도 세계 최고다.

돈이 많아도 쏠렸다면 문제다. 빈부 격차다. 일본의 부(富)는 특정 계층, 즉 고령인구에 쏠려 있다. 반대로 현역 세대 중 2030세대의 청년 빈곤이 다른 한 축이다. 늙을수록 종신고용·연공서열적인 임금시스템이 아직은 건재해 연령별로 소득 수준이 갈린 결과다. 퇴직 세대의 연금 소득은 이미 어지간한 2030세대 현역보다 많다.

자산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생애소득 자체가 ‘부자 노인-빈곤 청년’의 대결 구도를 심화시킨다. 실제 금융자산의 절대 비중(60~70%)은 고령 세대 몫이다. 금액으로 900조엔 정도다. 또 세대주 65세 이상 가구의 평균 총자산은 6000만엔대에 육박한다. 상당한 부(富)다.

현역 세대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연령별 금융자산 분포(2009년)를 보면 60대 이상이 전체 저축의 60.7%를 보유한 가운데 20대(0.4%)와 30대(5.4%)는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50대까지 전체 금융자산을 합해도 39.3%에 불과하다. 갈수록 고령 인구로 부의 쏠림이 가속화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노소(老少) 갈등이 세대 전쟁으로 왕왕 비화된다. 부자 노인을 빈곤 청년이 왜 부양해야 하느냐는 연금의 지속가능성 이슈가 대표적이다. 금융자산 잔고 분포를 봐도 65세 이상 고령 세대는 2000만엔 이상의 거액 자산가가 월등하지만 60세 이하 현역 세대는 200만엔 미만이 가장 많다.

특히 고령 가구는 4000만엔 이상의 부자 세대가 전체의 17.6%에 달한다. 3000만엔 이상까지 아우르면 27.8%로 늘어난다. ‘노인=부자’란 인식은 여기서 출발한다. 현역 세대는 1000만엔 미만 세대가 63.9%에 달한다. 어떤 통계든 ‘부자 노인-빈곤 청년’의 격차가 뚜렷하다.

고령 세대의 평균 가계부에선 부자 노인의 근거가 좀 더 뚜렷해진다. 고령자 평균 이미지인 65세 이상 고령 부부 무직 세대는 월 19만1000엔의 가처분소득으로 23만7000엔의 지출을 한다. 공식적으로 4만6000엔 적자다. 다만 고령 가구는 이미 가처분소득을 웃도는 금융자산을 보유했다.

앞날이 불안해 저축 인출을 자제한다고 해도 그들 생애에는 쓰고 남을 만큼 잔고가 많다. 1500조엔의 금융자산 중 60%를 물가·연금·금리의 변화가 없다고 가정한 뒤 인출(생활비 적자액)해 쓰더라도 최소 20년 이상은 버틴다. 금융자산에서 빠진 부동산 자산을 포함하거나 정년 이후의 근로소득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평균적 모습이 부자 노인일 뿐 껍질을 벗겨보면 다르다. 되레 빈곤 노인 비중이 절대적이다. 무늬만 부자일 뿐 최소 생활조차 힘든 빈곤 노인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고령 부부 무직 세대의 소득·자산 보유 현황을 보면 ‘부자 노인’이란 표현은 분명 옳다. 다만 감춰진 예외 사례가 더 많다. 65세 이상 세대원이 있는 1926만 세대 중 고령 부부 세대는 439만호에 불과하다.

평균치 밖의 단신 세대(433만)와 부부-미혼자녀(209만), 기타(203만) 세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단신 세대의 경우 절대 다수가 무직의 빈곤 노인이다. 실제 소득불평등을 의미하는 지니계수를 연령 계층별로 추산해 노인 그룹의 소득 격차를 살펴보면 다른 연령 세대보다 격차가 훨씬 크다. 지니계수가 가장 낮은 연령대는 30대로 이후 그 수치는 증가한다. 지니계수(2005년)는 30대(0.25)부터 느는데 60대(0.39)·70대(0.42)·80대(0.46)로 나이가 들수록 벌어진다.

고령 세대의 소득 격차가 큰 건 평균적인 노인 이미지를 추론할 때 꼭 염두에 둘 변수다. 가능하면 평균치와 중앙치를 함께 보며 통계 왜곡의 여지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정책 마련을 위한 분석 과정에선 특히 현장 정보를 잘 반영해야 한다. 그나마 현재 고령 가구는 나은 편이다. 소득·자산 격차가 존재함에도 대다수는 빈곤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부 극빈 노인을 제외하면 자산을 비교적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이는 어쩌면 일본적 장점이다. 다만 장래의 노인 상황은 현재의 제반 환경을 감안할 때 결코 녹록하지 않다. 당장 공적연금 지급 개시 연령은 2025년 65세가 원칙이다. 재고용을 비롯한 고용 연장이 활발하지만 60~65세 소득이 현역 시절보다 대폭 감소될 건 확실하다. 최악의 경우 이 5년 간 소득이 제로일 확률이 높다. 또 연금수급액조차 저급여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물가상승률과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현재 고령 세대보다 사실상 상당한 비교 열위인 셈이다.



노후 안전망에 정년 연장은 선택 아닌 필수현재 65세 이상 고령 세대가 보유한 거액의 금융자산 중 상당 부분은 퇴직금이다. 60세 미만 세대와 비교할 때 격차가 크다. 2002년 연간 지급금액(16조엔)과 대(對)급여비율(6.6%) 모두 정점을 찍었다. 퇴직금은 감소 추세로 전환했다. 활발한 구조조정과 퇴직금 제도 자체의 폐지 비율도 증가세다.

연공서열 개정과 함께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도 후속 세대로선 부담스럽다. 퇴직일시금 억제 등 하나같이 고용비용 절감을 위한 대책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비정규직으로 출발하는 청년 세대를 비롯해 은퇴자금 마련이 힘들어진 4050세대의 한숨으로 이어진다. 아찔한 노후 불행의 예고편이다.

다시 우리나라로 되돌아오자. 한국 노인의 인생 후반전은 돈과의 전쟁이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채 물밀듯 밀려드는 고령화의 파고에 휩싸인 결과다. 일본보다 고용시스템이 불안하고 사회안전망이 열악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노노격차를 줄일 유일한 방책은 고령 근로다. 노후안전망으로 기초생활 자원으로 보장하되 일자리를 통해 약간의 소득이나마 보전하는 길을 제공하는 게 시급하다. 이런 점에서 정년 연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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