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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vore FASHION - 그녀의 핸드백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Omnivore FASHION - 그녀의 핸드백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여자가 들고 다니는 백은 주인의 성격을 드러내…고 마거릿 대처의 경우엔 여성성과 터프함을 모두 상징했다
대처의 핸드백은 윤기 나는 검정색 가죽으로 만든 사실상의 탄약고로 여겨졌다. 그 백이 주인의 성격을 대변하는 상징물이 됐다. 그녀는 그 핸드백처럼 보수적이고 위협적이고 여성적이었다.



‘철의 여인(The Iron Lady)’은 지난 8일 타계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의 유산을 기록한 영화다. 메릴 스트립이 대처 역을 맡아 실감 나게 연기했다. 영화에선 핸드백이 꽤 비중 있게 다뤄진다. 핸드백은 기능성과 상징성을 모두 지닌다. 스타일과 브랜드에 따라 신분이나 서민적인 성품의 표현이 될 수 있다. 공처가 남편(a hen-pecked husband)이나 혹사당하는 부하직원에게 건네주면 위신이나 체면을 깎아내릴 수도 있다. 핸드백은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고, 위협하고, 당황하게 하고, 질책하거나, 기쁘게 만들기도 한다.

1979~90년 영국 총리 재임기간 중 대처의 핸드백은 여성성과 터프함을 모두 상징했다. 과시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날렵하고 짜임새있고, 단단하고, 여성스러웠다. 대처의 품위 있는 정장이나 영국적인 모자와 아주 잘 어울렸다. 그러나 대처의 핸드백은 동료와 적수 모두에게 두려움을 심어줬다. 그 안에 뭐를 숨겨 놓았지? 그녀가 뭐를 꺼낼까? 잘못을 지적하는 서류, 충격적인 내용의 노트, 망신스러운 메모? 남자들에게 핸드백은 거대하고 은근히 겁나는 미스터리였다. 어떤 사적인 비밀이 안에 들어 있을까?

대처의 핸드백은 윤기 나는 검정색 가죽으로 만든 사실상의 탄약고로 여겨졌다. 그 백이 주인의 성격을 대변하는 상징물이 됐다. 그녀는 그 핸드백처럼 보수적이고 위협적이고 여성적이었다(대처의 애스프리 백이 2011년 여름 경매에서 3만9000달러 선에 낙찰됐다).

대처는 의사봉을 휘두를 필요가 없었다.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핸드백이 그녀의 존재를 알렸다. 여성성의 이 같은 과시적인 표현은 공간을 점유하며 관심을 요구하는 한 수단이었다. 일종의 영역 표시였다. 대처에게 질책을 받으면 “핸드백질을 당하는(handbagged)” 셈이었다.

패션 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여성이라면 누구나 핸드백에 대한 어떤 불가해한 열정을 갖고 있다는 말이 정설로 전해졌다. 가혹하도록 진지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에게 핸드백은 순수한 기쁨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최고 실력자 여성들에게는 안심모포(security blankets, 유아를 안심시키는 모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단의 측근들에게 맡길 만한 상황에서도 핸드백만큼은 단단히 틀어쥔다. 핸드백은 또 최고의 고상함 속에서 대중적인 면모를 나타낼 수 있다. 그리고 ‘알맞은’ 백은 보잘것없게 시작한 여성이라도 일정 수준의 성공을 성취한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분명 열쇠나 현금, 또는 신분증을 갖고 다닐 필요가 없는데도 항상 핸드백을 들고 다닌다. 여왕의 핸드백에는 행운의 마스코트, 가족사진, 메이크업 케이스가 들어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그 안에 든 물건 이상 그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의 기를 꺾거나 매료시키기도 한다.

평생 특별하게 살아온 여성의 평범함을 갈구하는 제스처다. 어쩌면 그것이 그녀를 좀더 ‘현실적으로,’ 그리고 그 끝 없는 듯한 밑바닥에 파묻혀 잊혀진 물건들에 관해 우스갯소리를 하는 보통 여성에 더 가깝게 느끼도록 만들지 모른다. 핸드백은 여왕이 자신의 ‘물건’을 보관하는 곳이다. 하루의 일상, 돌발상황, 삶에 대비하는 데 필요하다고 집착처럼 믿는 물건들 말이다.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도 핸드백을 든 모습이 종종 포착된다. 푸른색 리드 크라코프 토트백(윗부분이 트인 핸드백)을 가장 아낀다. 불과 몇 발짝 뒤에서 경호원들이 그녀를 따른다. 그런 퍼스트 레이디가 그렇게 가깝게 둬야 할 물건이 뭘까? 립스틱? 퍼스트 레이디는 공공장소에서 립스틱을 바르지 않는다. 핸드백은 보통사람이 되는 하나의 조건이다. 거품 속에서 현실성을 유지하는 한 방법이다.

핸드백은 기쁨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패션에 특별한 관심이 없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그녀는 2011년 국무장관 시절 하퍼스바자 잡지와 인터뷰에서 좋은 핸드백을 보면 마음이 끌린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자신의 자홍색 살바토레 페라가모 사첼백(손잡이가 달린 책가방)을 특히 좋아했다. “큰 핑크색 가방을 손에 들고 어떻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라고 그녀가 물었다.

남성이 주도하는 환경, 검정색과 감색 등의 정장이 옷차림의 전부인 곳에서 전문직으로 종사하는 여성들에게 핸드백은 안전하게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드문 영역 중의 하나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브로치를 애용했다. 하지만 그 브로치를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외교적인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화려한 핑크색 핸드백에 외교적인 메시지는 없다. 그러나 뚱한 표정의 마담 국무장관보다 행복한 얼굴의 국무장관을 상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겠는가?

핸드백은 권력과 지위를 암시하기도 한다. 상당부분 1990년대 펜디 바게트백(바게트빵처럼 생긴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백)의 성공덕분에 특권의식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게 됐다. 고급스런 스타일의 마스코트이자 비범한 안목의 상징인 ‘잇(it)’ 백이 탄생했다. 그 핸드백은 인기만 높은 게 아니었다. 은근히 구하기도 힘들었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 세련된 티를 내는 구입 대기자 리스트, 살짝 변화를 준 한정판 모델이 그 특징을 이뤘다.

과거 에르메스 버킨은 소수의 부유층 여성들이 선호하는, 비싸게 제작된 가방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최고 인기품목이 됐다. 인기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스토리를 통해 대중의 의식 속에 뛰어들었다. 영국 여배우 제인 버킨의 이름을 딴 이 핸드백에는 번쩍거리는 로고가 없다. 퀼트로 꾸민 본체와 체인 링크 어깨끈으로 이뤄진 샤넬 핸드백처럼 독특하지도 않다. 하지만 소수 특권층의 소유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부분적으로 첫 판매가가 어림잡아 1만 달러 선이며 생산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마사 스튜어트는 2004년 공모·사법방해·증권사기로 재판을 받을 때 뉴욕의 법정에 버킨을 들고 출두했다. 그녀는 명성과 돈의 위력으로 법 위에 군림하는 듯 행동한 혐의를 받았다. 그런 그녀가 통상 명성이나 부를 통해서만 손에 넣을 수 있는 핸드백을 들고 배심원단 앞에 나타났다. 이는 일반 대중의 정서를 무시한 오만한 행동이었다.

버킨은 영향력을 상징한다. 한 여성이 인생에서 특정한 위치에 도달했음을 나타낸다. 스스로 그만한 호사를 누릴 만큼 성공했으며, 그 백의 구입 대기자 리스트를 건너뛸 만큼 인맥이 두터우며, 그것을 선물로 받을 만큼 사랑받는다는 뜻이다. 모두 배심원단 여성들에게 전달할 만한 이상적인 메시지가 아니다.

핸드백은 여성들에게는 사이렌(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꾀여 배를 좌초시킨 바다의 요정)의 유혹이다. 가슴 골을 드러내는 드레스, 단정한 스커트 정장, 아찔하게 높은 뾰족구두, 또는 근사한 장신구와는 달리 핸드백은 특히 여성의 언어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성에게 계급과 사회적 신분상승에 관한 독백이 남자들에게는 거의 외계언어가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의 주디스 밀러 기자는 취재원 공개를 거부한 죄로 감방에 들어가기 전 아무런 특징도 없는 가방을 들고 카메라 앞으로 걸어나갔다. 여성들은 그런 가방을 안다. 크거나 값싸거나 튼튼하기 때문에 구입하는 가방이다.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감정을 자아내기에는 너무 무미건조하다. 하지만 실용적이다. 밀러가 전달하려던 메시지가 있었다면 자신은 희생적인 기자라는 점이었다. 그녀는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거의 같은 시기, 래퍼 릴 킴은 3200달러짜리 루이 뷔통 르 파뷜레 백을 들고 법정을 활보했다. 위증죄로 재판정에 불려 나왔지만 그녀는 여전히 환상적이었다. 가방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정말 그걸로 사람을 때려볼 필요는 없다. 80대 노파가 강도에게 백을 휘둘러 쫓아버리듯이 말이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에서 메릴 스트립이 연기하는 오만한 패션지 편집장은 가장 혹사 당하는 말단 사원의 책상 위에 자신의 핸드백을 던진다. 각종 디자이너 맞춤 백들이 헤비급 복서의 강펀치처럼 어린 직장여성의 자존심을 강타한다. 그녀는 짐꾼, 등반가의 셰르파, 인격이 없는 일종의 장식품으로 전락한다.

던져진 백은 얼간이(a sad sack), 아내가 백화점이나 칵테일 파티장을 누빌 동안 어정쩡한 모습으로 아내의 핸드백을 들고 있는 공처가 남편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보그지 편집장 안나 윈투어는 핸드백 없이 직장생활을 한다. 핸드백 판매로 번창하는 산업에 군림하면서 말이다. 언젠가 핸드백을 싫어하는 이유를 월스트리트저널에 설명했다. “핸드백이 심적 부담감을 준다(Handbags weigh you down)”고. 그녀는 작은 수첩, 약간의 현금과 휴대전화를 갖고 다닌다. 뜻밖의 거부에서 그녀의 힘이 느껴진다.

대처의 힘은 놀라운 수용에 있었다. 그녀는 여성성·계급·전통에 관한 모든 고정관념 사이를 항해하며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했다. 그리고 그녀의 인생항로에서 엄격하고 작은 검정색 핸드백은 완벽한 액세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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