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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ION - 혁신은 kt처럼

INNOVATION - 혁신은 kt처럼

조직문화와 전신시스템 혁신 통해 글로벌 ICT 기업으로 거듭난다



‘공룡을 춤추게 하라.’ 혁신 전문가로 유명한 비제이 바이테스 워런이 저서 ‘필요, 속도, 탐욕’에서 내놓은 과제다. 여기서 공룡이란 안정적인 대기업을 가리킨다. 대기업이 파괴적 혁신을 갖춘 신생기업에 추월당하지 않으려면 역동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바이테스워런은 연구부문에 거액을 투자하는 방식보다 좋은 아이디어를 평가할 능력을 바탕으로 실험정신을 장려하는 편이 혁신에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잘 나가는 기업이라도 평균 수명이 30년 미만이라는 현대 사회에서 “큰 규모는 여러 장점을 제하지만 동시에 권태와 유산이라는 몰락의 씨앗을 내포한다”는그의 경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10위권 경제규모에다 세계 7번째로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에 가입한 ‘공룡’이다. 몸집 불리기에 바빴던 한국에서도 수 년 전부터 ‘혁신’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다. 한국이 불과 50년 사이 놀라운 성장을 이룩하며 앞선 국가들을 앞질렀듯이, 한국 또한 중국·인도 등 신흥국에 밀려 도태될 수도있다는 위기감도 크다.

바이테스워런은 국제무대 변방에 위치했던 기업들이 새로운리더로 떠오르는 원동력은 “기존 틀에 구애받지 않는 도약”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취임 이후 ‘창조경제’를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창조경제란 “과감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이 또한 혁신에 다름 아니다.

국내 기업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감지된다. kt는 2월 혁신추진단이라는 부서를 신설했다. kt 조직 전체의 혁신을 담당하는 부서다. 겸직 없이 이 부서에서만 일하는 직원은 단 11명. 물론 본사 직원만 4500여 명에 달하는 kt의 혁신을 11명이 전담할 수는 없다. 본사 직원 10명 당 1명 꼴로 선발한 ‘아이챌린저’ 457명이 혁신추진단과 함께 한다. 혁신추진단이 선정한 프로젝트를 아이챌린저가 수행하거나 학습해 소속 부서에 전파하는 형태다.

실·본부 주간회의에 배석하고 월 2회 각 부문장과 회의를 갖는 등 회사 구석구석의 현황을 파악해 혁신에 반영하는 일도 한다. 김채희 혁신추진단 혁신추진2팀장은 “기존 혁신 프로젝트에서는 혁신 담당 부서가 아무리 좋은 성과를 내도 그 성과가 조직내부에 전파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챌린저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각 부서에서 우수한 인력만 고르게 선발한 아이챌린저는 ‘혁신전도사’ 역할을 하기에 최적의 여건을 갖췄다. 아이챌린저는 매주 모여서 혁신추진단이 내놓은 혁신 과제의 개념이 무엇이고, 왜 그 혁신이 필요하며 어떻게 실무에 적용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배운 뒤 각 부서로 돌아가 결과를 전파한다.

실무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나 동료 직원들의 질문이 생기면 그걸 다음 모임에 가져가 논의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챌린저가 가져간 혁신 성과가 나머지 동료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된다. 말하자면 kt의 혁신양분이 조직 전체에 퍼지게 만드는 혈관 같은 조직이다. 아이챌린저 김범수 창의경영방법론강화팀 매니저는 “시스템이 아무리 바뀌어도 일하는 방식이 변하지 않으면 소용 없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이 아닌 전체 직원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혁신의 가장 큰 과제다.”

단지 전파만 하는 데 그치는 것은 아니다. 아이챌린저에게는 ‘2페이지 제안서’를 제출하는 특권이 주어진다. 각 부서별로 개선할 사항이 있으면 1~2쪽 분량의 프로젝트 제안서를 만드는데, 아이챌린저가 만든 제안서는 중간 결재를 거치지 않고 자체 심사 후 곧장 임원회의로 올라간다.

임원회의에서 제안서가 통과되면 즉시 프로젝트 과제가 돼 해당 부서로 넘어가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은 다시 아이챌린저에게 돌아와 전 직원에게 전파된다. 지난 워크샵에서는 사내 시스템 매뉴얼이 지나치게 어렵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고자 매뉴얼을 위키(누구나 편집 가능한 공동문서) 형태로 바꾸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나왔다.

전문성 있는 각 부서 직원들이 직접 매뉴얼을 보기 쉽게 편집함으로써 “끊임없이 진화하는” 매뉴얼로 만들자는 취지다. 이 제안은 현재 프로젝트로 추진 중이다. 직접 낸 아이디어가 회사의 변화로 이어지는 성취감은 kt라는 ‘공룡’이 춤을 추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김 팀장은 아이챌린저의 테마가 “오픈&펀(open and fun)”이라고 말했다. 직급과 연차에 상관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서 ‘오픈’이고, 재미있게 일한다는 점에서 ‘펀’이다. “아이챌린저 업무는 본연의 업무에 부가되는 일이라 힘들만도 한데, 참가자들이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스스로 다음 일정을 잡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김 팀장은 말했다.

김 매니저는 “과거 kt는 효율성을 테마로 식스 시그마 등 다소 딱딱한 절차를 내재화하는 데 중점을 뒀지만, 이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주력하기 때문에 즐겁다”고 말했다. “아이챌린저가 직접 시스템을 분석해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과거에는 위에서 문제를 내려주고 ‘해결해보라’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우리가 직접 ‘해결해보겠다’는 체계다. 이 체계가 스릴 넘치고 재미있다.”

김 팀장은 아이챌린저가 향후 인재사관학교의 형태로 발전하리라고 전망한다. 선발 단계에서부터 각 부문의 우수한 인재들만 모았을 뿐 아니라, 활동을 통해서 kt 조직 전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이챌린저로 선발되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보상도 강구 중이며 이 활동이 개인 성장의 계기가 되도록 꾸려나갈 방침”이라고 김 팀장은 설명했다. 아이챌린저 손아영 홍보기획팀 매니저는 “첫 회의에 참석했는데 각 부문에서 유능하기로 이름난 분들이 모인 것을 보고 큰 자극을 받았다”며 “그분들과 함께 일하면서 조직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추진단과 함께 kt 혁신을 이끄는 또 하나의 축은 BIT(Business & Information System Transformation)다. 혁신추진단과 아이챌린저가 조직문화의 혁신이라면 BIT는 kt의 업무체계에서 혁신을 일으킨다. BIT란 경영부터 영업에 이르기까지 kt의 모든 업무를 단순화·표준화하는 프로젝트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에 걸쳐 추진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현재 경영과 서비스, 정보 분야는 구축이 완료된 상태이며 2014년까지 영업과 시설 분야 BIT도 구축을 마칠 계획이다.

BIT 사내 전파는 아이챌린저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혁신추진단을 발족하게 된 가장 큰 계기도 이 BIT를 말단조직까지 전 직원이 이해하고 활용하게 끔 만들기 위해서였다. 아이챌린저는 BIT관련 교육을 받고 소속 부서에서 BIT 활용이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 토론하며 개선점을 찾아나간다.

KTF(무선 이동전화 회사)와 KT(유선전화 회사)라는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이뤄진 kt에 BIT는 시급한 과제다. 최종각 P&I부문 SCM혁신팀장은 “두 회사는 본래 서로 전혀 다른 시스템 하에 일을 했지만 지금은 각 회사 출신 인력들이 뒤섞여 있다”고 말했다. “동일한 업무를 하는 데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다 보니 번거롭고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었다.” 유·무선 통합상품이 주를 이루는 현 통신시장 추세에서도 이는 중요한 과제라고 최 팀장은 덧붙였다.

“통신시장은 고객의 요구나 경쟁환경, 마케팅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분야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적기에 출시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통합상품을 출시하려면 개통부터 과금까지 양쪽 체계를 일원화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대응이 어려웠다. BIT가 구축되면 통합상품을 적기에 신속하게 내놓을 수 있게 된다.”

BIT 구축은 kt뿐 아니라 전 세계 통신업계가 지켜보는 중대 과제이기도 하다. 최 팀장은 “통신시장은 통신 영역에서 벗어나 ICT의 영역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ICT기업으로 거듭나려면 서로 다른 유·무선 시스템을 완벽하게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모든 통신업계의 숙원과제다.”

kt가 바로 그 숙원사업에 세계 최초로 도전하는 셈이다. 이미 kt는 2013년 2월 전격적인 조직개편을 실시하면서 유·무선 조직의 기능을 완전히 통합했다. 유선영업을 총괄한 사내채널본부와 무선영업을 담당하는 사외채널본부를 ‘세일즈운영총괄’로 통합했다. 유·무선에 맞춰 분산됐던 네트워크부문도 기능에 따라 네트워크전략본부, 네트워크구축본부 등으로 합쳤다.

이같은 kt의 변화에 “관심을 갖는 외부 기업들이 지금도 많이 있다”고 최 팀장은 말했다. kt의 BIT구축을 컨설팅했던 게리 하멜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가 2010년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t는 전통적 통신기업이 현대적 ICT기업으로 변모하는 국제적 벤치마킹 사례”라고 평했을 정도다.

kt는 ICT의 4대 분야라 일컬어지는 콘텐트, 플랫폼, 네트워크, 기기를 모두 아우르는 사업조직을 갖고 있다. kt의 대표적 플랫폼인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는 가입자가 200만 명에 육박하며, 2013년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전년도 대비 74.1%나 상승한 316억원을 기록하는 등 막강한 파급력을 갖췄다.

OTS와 연계된 13만 편의 VOD는 물론 게임, 영상 등 신규 콘텐트 육성에도 박차를 가할 뿐 아니라 셋톱박스 등 기기에서도 강세다. ‘LTE워프’나 ‘LTE펨토셀’ 등 망 사업에서도 타사와 차별화된고유 기술을 갖췄다. 이 사업조직들이 BIT를 통해 일원화된 업무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엄청날 전망이다.

이미 kt는 그 일환으로 올해 초 ALL IP 서비스를 내놓았다. ALL IP란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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