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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800만 관중 돌파? 700만도 글쎄·

Issue - 800만 관중 돌파? 700만도 글쎄·

경기력 저하, 마케팅 부재, 9구단 체제 악재로 … 5월 회복세에 한줄기 희망



#1. 4월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트윈스의 경기. 인기 구단 간 경기인 만큼 평일인데도 2만명이 넘는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7회까지 긴장감이 흐르는 명승부가 진행됐다. 두 팀은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6회까지 롯데의 3대2 리드. 경기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7회에 접어들자 양팀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먼저 무너진 쪽은 LG다.

유격수와 투수의 잇단 실책으로 롯데에게 추가점을 허용했다. 박빙으로 흐르던 경기였기에 실점은 커 보였다. 흐름을 가져간 롯데가 쉽게 경기를 끝낼 분위기. 이것도 잠시, 롯데의 어이없는 플레이가 이어졌다. 7회에서 9회까지 3명의 주자가 투수 견제에 아웃을 당했다. 결국 LG가 9회말 3점을 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명승부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책과 견제사가 속출한 수준 이하의 경기였다.

#2. 기아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린 4월 20일 오후 2시 30분 인천 문학경기장. 경기 시작까지 2시간 넘게 남았지만 꽤 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았다. 보름 전 인터넷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을 만큼 팬들의 관심이 큰 경기였다. 오전부터 5mm 미만의 비가 내렸지만 경기에는 큰 지장이 없어 보였다. 오후 3시를 기점으로 내리던 비도 그쳤다. 잠시 후 팬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우천취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쌀쌀한 날씨에 경기를 하면 선수들이 부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서울에서 이날 경기를 위해 인천까지 온 한 팬은 “이 정도 날씨에 경기 취소는 말도 안 된다”며 “그럼 이 날씨에 경기를 보러 온 팬은 뭐가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폭우가 내리면 4~5시간을 기다려서라도 예정된 경기를 한다. 경기 일정은 곧 ‘팬들과의 약속’이라는 의미다.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은 프로야구가 올해도 어김없이 개막했다. 수년째 흥행에 성공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700만 관중 돌파에도 성공했다. KBO는 올해 관중 동원 목표를 750만명으로 잡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800만명 동원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올해는 NC 다이노스가 1군 무대에 진입하며 9구단 체제로 운영한다. 덕분에 한 시즌에 치르는 전체 경기 수가 44경기나 늘었다. 최근 프로야구 인기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750만 관중은 충분히가능해 보였다.

부푼 기대와 달리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3월 30일 열린 개막전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 부산 사직경기에 빈자리가 있었다. 프로야구 개막전 전 경기 매진 기록이 4년 만에 깨졌다. 사직구장 개막전 매진 기록은 6년으로 마감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 초반 관중 동원 성적은 초라하다.

주말이면 경기장을 가득 매웠던 관중석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들어온다. 올 시즌 5월 9일까지 경기당 평균 입장 관중 수는 1만974명이다. 지난해 1만3451명보다 18.4%가 줄었다. 이런 추세가 시즌 마지막까지 간다면 634만4000명의 관중을 동원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 추세라면 630만 관중에 그쳐관중 감소의 원인은 다양하다. 먼저 경기력 저하 논란이 일었다. 올해는 유독 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중요한 흐름에서 실책을 연발해 승부가 갈리는 경기가 많다.

기록되지 않는 실책인 본헤드 플레이도 심심찮게 나온다. 투수들은 좀처럼 실력 발휘를 못한다. 시원한 안타나 홈런으로 만든 점수가 아니라 볼넷이나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할 때가 많다. 이를 통해 점수를 얻는 팀도 찝찝하고, 실점을 하는 팀은 답답하다.

제구력이 불안한 투수 때문에 교체가 잦다. 야구를 관람하는 사람에게 투수 교체시간만큼 지겨울 때는 없다. 팬들은 투수가 바뀔 때마다 4~5분을 멍하니 기다려야 한다.

한 경기에 등장하는 투수가 너무 많다. 10명 이상의 투수가 등판한 경기도 있다. 그 탓에 경기 시간이 늘었다. 프로야구는 경기 시간이 길기로 유명한 스포츠다. 평균 3시간 이상이다. 이 오랜 시간을 집중력을 가지고 보기란 쉽지 않다.

올림픽에서 6회나 7회까지로 단축해 야구 경기를 하는 방법을 검토할 정도다. 세계 대부분의 야구 리그에서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선수들이 공수 교대 때 전력 질주를 하거나 경기장 정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수십명의 진행 요원을 동원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KBO도 경기 시간을 줄이는 캠페인을 벌인다. 하지만 올해 프로야구의 경기당 평균 시간은 3시간 22분이다. 2011년 3시간 17분, 지난해 3시간 6분보다 오히려 늘었다.

추운 날씨도 관중 감소에 많은 영향을 줬다. 4월 전국의 평균 기온은 섭씨 10.3도로 12.2도를 기록한 평년보다 1.9도나 낮았다. 1973년 기상 관측 이후 3번째로 추운 4월 날씨였다. 야구장의 관중석은 바람 막을 곳이 없고, 높은 곳에 위치해 추위에 취약한 구조다. 당연히 경기장 찾기를 꺼릴 수밖에 없다.

추운 날씨는 선수들의 플레이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정지 자세로 잠시만 있어도 몸이 굳는다. 이는 실책성 플레이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투수의 제구력도 나빠져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을 연발한다. 일반적으로 투수들은 더운 여름에 구속이 올라가고 제구력도 좋아진다.

프로야구 역사상 첫 9구단 체제도 변수가 됐다. 9라는 숫자는 홀수다. 하루에 한 팀은 무조건 쉬어야 한다. 야구는 프로 스포츠 중에서 가장 시즌이 길다. 거의 매일 경기를 하며 연속성을 갖고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팬을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월요일이 제일 견디기 힘들다”는 팬도 적지 않다. 그런 팬에게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3~4일씩 경기를 펼치지않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일정 탓에 비정상적 경기 운영을 하는 팀이 늘었다.

당일 경기 이후 3일 쉬는 일정이 있는 팀은 당일 경기에 대부분의 투수를 쏟아 붓거나, 선발 투수를 중간 계투로 투입하는 등 변칙 운용을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재미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일정상 득을 보는 팀과 피해를 입는 팀이 발생할 수 있다. KBO에서 올해 경기 일정을 발표했을 때, 롯데 자이언츠는 “우리에게만 너무 불리하게 일정이 짜였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경기 일정을 새롭게 짜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대형 스타 부재도 악재NC 다이노스의 등장이 경기력 저하에 영향을 미쳤다. 장병수 전 롯데 자이언츠 사장은 지난해 NC의 1군 진입 시기를 놓고 “NC가 1군에 진입한다면 프로야구 수준이 떨어져 팬들이 경기장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장 전 사장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드물었다. ‘기존 구단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억지를 부린다’ ‘NC에 팬을 빼기지 않으려는 롯데의 이기주의다’는 비판을 들었다.

장 전 사장의 말은 부분적으로 사실로 드러났다. NC 다이노스는 개막 후 아홉 번의 경기에서 연패하며 1군 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긴장한 어린 선수들이 잦은 실수를 했다. NC가 역대 최저 승률로 꼴찌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NC의 등장은 다른 구단에도 골칫거리였다. KBO는 NC가 빠르게 1군 무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른 구단에서 선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각 팀마다 보호 선수 20명을 제외한 1명을 10억원에 넘겨줬다. 20명 외 1명은 곧 팀의 중요한 백업 요원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대타나 대수비로 나오거나, 부상선수가 발생할 경우 곧바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다. 가뜩이나 선수 층이 얇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팀별 1명은 꽤 큰 출혈이었다.

대형 스타가 부족한 것도 부진의 한 원인이다. 모든 프로 스포츠는 스타와 함께 성장한다. 미국프로농구(NBA)는 마이클 조던이라는 스타 덕에 전 세계에서 사랑 받는 스포츠가 됐다. 이후 스포츠 산업이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영국 축구 프리미어리그(EPL)는 데이비드 베컴이라는 스타를 발굴했고, 골프(PGA)에는 타이거 우즈라는 상징적 스타가 있다. 반면 국내 프로야구는 2년 사이 리그를 대표하는 신구 스타를 모두 잃었다.

한국 최고의 투수라는 평가를 받는 박찬호가 지난해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타이거즈의 심장이라 불린 이종범도 지난해 시즌 직전 구단과 마찰로 유니폼을 벗었다. 수년 동안 리그를 대표했던 타자 이대호는 FA 자격을 취득해 일본 리그로 갔다. 투수 류현진은 올해부터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뛴다. 류현진의 라이벌 김광현과 윤석민은 부상으로 시즌 초반 경기를 뛰지 못했다.

개막 이후 줄곧 악재에 시달린 프로야구는 5월에 접어들며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4월 30일과 5월 1일 두산과 기아의 서울 잠실 경기가 이틀 연속 매진 됐다. 평일에 열린 경기가 연속 매진된 건 올 시즌 처음이다. 물론 5월 1일이 근로자의 날인 덕을 봤다. 어쨌든 날씨가 좋아지면서 야구장을 찾는 관중이 늘었다. 4월에 열린 88경기의 평균 관중은 9797명이었지만, 5월에 열린 30경기의 평균 관중은 1만2758명이다.

몸이 풀린 선수들의 플레이가 안정됐고, 순위 경쟁도 점점 치열해졌다. 시즌 초 NC가 9연패를 하고, 한화가 13연패를 했다. 사실상 꼴찌 두 팀은 이미 결정됐다는 말이 나왔다. 5월 중순까지 1~8위가 팽팽하게 맞선 지난해와 비교하면 맥이 풀리는 결과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NC와 한화의 경기력이 나아졌다.

1~4위까지의 팀은 2게임 차 이내의 접전을 펼친다. 5~7위권의 추격도 시작됐다. NC와 한화는 승률 3할을 목전에 뒀다. 4월 30일~5월 1일 열린 NC와 LG의 3연전은 의미가 컸다. 신생팀 NC가 상위권 팀인 LG와 세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다. 강팀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팀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전례 없이 활발하게 이뤄진 트레이드는 각 팀의 전력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을 줬다. 그간 국내 프로야구는 팀간 선수를 교환하는 일이 드물었다. 이유는 다양했다. 삼성과 LG는 모기업이 전자업계 라이벌이라는 이유로 20년이 넘도록 선수 교류를 하지 않았다. 트레이드를 했다가 그 선수가 데려온 선수보다 성적이 좋으면 팬들과 프런트의 질책을 듣는 것을 걱정했다. 무엇보다 대부분 구단이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 만큼, 선수를 바꾸고 팔아서 수익을 내야 하는 해외 프로 구단과는 운영 방식부터가 달랐다.

올해는 다르다. 투수 송은범, 외야수 김상현, 내야수 장성호 등 굵직한 선수들이 팀을 옮겼다. 유명 선수들의 트레이드는 관중에게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송은범은 SK에서 기아로 트레이드된 후 5월 7일 첫 등판을 했다. 8회 기아 장내 아나운서가 투수 교체를 알리자 광주 무등경기장을 찾은 기아 팬들이 모두 일어서 환영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NC·넥센·롯데 역시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수들이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하며 팀 전력을 높이고 팬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했다.



트레이드가 새 흥행카드로스타들이 떠난 자리는 새로운 얼굴이 메웠다. 각 팀별로 신인급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신인왕 후보들이다. 어린 선수 위주로 팀을 꾸린 NC에 가능성 있는 선수가 많다. 타자 나성범이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 시즌 초 부상으로 결장하다 5월 7일부터 경기에 출전했다. 5월 8일 한화 전에서 프로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그 경기에서만 두 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스타성을 입증했다.

이대호에게 롯데 자이언츠의 4번 타자 자리를 물려 받은 김대우도 눈에 띤다. 모두 한국 야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기대주다.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는 기존 스타도 있다. 기아 투수 윤석민, SK 투수 김광현도 부상을 털고 경기에 나섰다. 자타가 공인하는 수준급 투수다. 지난해 프로야구 MVP 박병호, 국민타자 이승엽이 팬들을 여전히 설레게 한다.

많은 전문가는 “프로야구 구단이 모기업 지원 없이 생존하려면 1000만 관중 시대가 열려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이 크기 위해선 현재 수준의 인기에 만족해서는 곤란하다.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고 다듬을 필요가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가 운동장이다. 선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메이저리그 구장과 비교하면 국내 야구장 사정은 열악하다.

5월 8일 열린 경기에서도 외야에서 펜스에 부딪힌 SK 이명기 선수가 발목 부상을 당했다. 메이저리그 구장의 외야 펜스에는 푹신한 보호 시설이 있다. 4월 24일 LG와 삼성의 경기에서는 1점차 박빙의 승부가 어이없는 불규칙 바운드로 갈렸다. 1루 땅볼이 돼야 하는 타구가 고무공처럼 튀어 올라 1루수 키를 넘기는 안타가 됐다. 외야에 공이 떴을 때 선수가 조명과 겹쳐 공을 놓치는 일도 국내 경기에서는 흔한 일이다. 벌써 오래 전부터 지적 받은 문제다. 수년이 흘러도 개선의 기미가 없다.

팬을 사로잡을 마케팅도 필요하다. SK 와이번스가 2000년대 중반 프로야구 판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스‘ 포테인먼트’를 강조하며 다양한 이벤트를 열었다. 이는 많은 구단에 자극이 됐고 경기장 곳곳에 팬들을 위한 공간이 탄생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눈에 띄는 이벤트가 없다. 이름만 바꿔서 포장할 뿐 기시감이 드는 마케팅이 대부분이다.

한 구단의 홍보팀장은 올해 새로 추진하는 마케팅이 있냐는 질문에 “해마다 반복되는 시즌인데 올해라고 뭐 특별한 것이 나오겠냐”며 “인기있는 연예인을 시구자로 섭외하는 게 이슈가 되고 효과가 다른 구단보다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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