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SOCIAL RESPONSIBILITY - “가슴 따뜻한 법조인의 표상 세운다”
FEATURES SOCIAL RESPONSIBILITY - “가슴 따뜻한 법조인의 표상 세운다”
“저는 헌법 조문 중 제10조를 가장 좋아합니다. 국민은 행복 추구의 권리를 누려야 하고,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앤장의 공익활동은 이 같은 헌법 정신에서 출발합니다.”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은 5월 1일 김앤장 법률사무소 사회공헌위원장으로 선임됐다. 공직(헌법재판소 재판관)에서 물러난지 7개월 만이다. 그는 1978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재학 중이던 1977년 제1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서울대 법대와 하버드 로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연세대 법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학구파다. 이후 각급 법원의 법관,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 재판관, 베니스위원회 정위원과 헌법재판관 등을 역임했다. 목 위원장을 5월7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 있는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판사 시절부터 각종 기부활동에 활발히 참여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김앤장에 합류하면서 공개적으로 공익활동에 나서게 된 셈입니다. 어떤 계기가 작용했고, 어떤 자세로 임하실 생각입니까?
김앤장 합류는 오래 전부터 꿈꿔온 삶입니다. 30여 년간 법대 위에서 무수히 많은 사건을 봤습니다. 장애인과 외국인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법률적 위치와 형편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국의 법조계에는 약자를 위해 헌신하는 법조인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들의 실천적 삶에 공감했고, 그 헌신에 존경심을 갖게 됐습니다. 당시에도 법복을 벗으면 직접 공익법률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마침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공익 법률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뜻을 같이하게 됐습니다.
김앤장이 사회공헌위원회를 독립 기구로 만들어 기존 공익활동을 강화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복지사회 구현, 양극화 해소를 위한 여러 전제 중 법률적 복지도 중요한 조건입니다. 전문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전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형사사건에서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한 조항이 헌법에 명시돼 있지만 전문적 법률 분야에서는 아직도 법률구호의 관행과 시스템이 미약합니다.
전문적 지식을 가진 법조인들이 자발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영역이 매우 많이 남아 있습니다. 김앤장은 전문 분야, 특히 국제 분야에서의 수월성을 살려 법률적 공익 활동의 폭을 획기적으로 확장하기로 결단했습니다.
현재 많은 로펌이 공익활동을 하고 있지만, 공익소송 대리는 아직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김앤장이 주목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공익소송 대리 활동을 강화해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 높여야 합니다. 로펌이 공익소송대리에 소극적인 것은 주 고객인 기업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겠죠. 쌍방대리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분야이고요. 그래서 활발한 공익소송대리 활동을 위해 ‘공감’이나 ‘희망과 법’과 같은 공익법무법인들과 업무협약을 맺을 계획입니다.
김앤장이 수행하기 힘든 사건을 공익법무법인에 맡기고, 공익법무법인들도 규모가 큰 사건을 김앤장에 맡기는 식의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선진국 로펌에서는 이른바 ‘프로 보노’ 활동이 오랜전부터 활성화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공익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선진국 로펌의 사례를 어떻게 참고하셨는지요?
공익위원회에 상근하는 김민조 변호사가 최근 그 분야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선진국 로펌 중엔 ‘솔리대리티 버스’를 운영하는 곳이 있어요. 변호사가 없는 소위 ‘무변촌’에 버스를 타고 방문하는 ‘찾아가는 서비스’ 활동을 전개합니다. 장애인들처럼 이동에 제약을 받는 사람들을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도 굉장히 유용하죠.
영국의 로펌 ‘클리포드 챈스’는 애뉴얼 리포트를 매년 발간해 자신들의 공익활동을 스스로 평가합니다. 우리도 그 같은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우리의 상황에 맞는 공익활동의 다양한 방법론을 개발할 생각입니다. 이미 김앤장 변호사들의 연간 프로보노 활동은 30시간을 넘었습니다. 시간이 곧 돈으로 직결되는 변호사 세계에서 이는 가벼운 성과가 아닙니다.
(편집자 주: 프로 보노(pro bono)란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으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무료 변론 또는 법률자문을 해주는 봉사활동을 의미한다. 미국의 50개 주 변호사협회 중 31개는 ‘정량적 프로 보노’ 제도를 운영한다. 연간 목표시간 및 기부금액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매년 보고서 작성의무가 있어서 계도효과가 있다.
미국 연방수도에 소재한 워싱턴 DC 변호사협회는 연간 최소 50시간 및 1건 이상의 변론을 의무화하고 있다. 법정에 갈 수 없는 경우, 연간 750달러 또는 소득의 1% 중 적은 액수를 프로 보노 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뉴욕 등 9개 주변호사협회는 프로 보노 봉사시간을 변호 사평생교육(CLE)의 필수 이수시간으로 환산해서 제도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우리의 형편과 상황에 맞는 ‘프로 보노’의 방법과 시스템 개발이 필요한 듯합니다. 앞으로 공익위원회의 존재 형태에 대해서도 많은 숙고와 고민이 필요하겠지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CSR이란 말로 표현하지만 저는 PSR(Professional Social Responsibility)이란 말을 쓰고 싶습니다. 법률가와 같은 전문인들이 자신의 전문지식을 사회에 돌려준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법조인들은 사회의 수혜를 많이 받은 계층에 포함됩니다.
재능과 노력으로 그 자리에 올랐겠지만 따지고 보면 재능과 노력이라는 것도 실은 사회가 제공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법조인들이 사회로부터 많은 것을 받은 대신, 그것을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양극화 해소는 정부 차원에서도 노력해야 하지만 민간 부문에서 떠맡아야 할 여지가 더 크다고 봅니다. 김앤장 변호사들의 의지는 그런 점에서 매우 충만합니다.
국제 중재 관련 논문과 저서가 많고, 그 분야에서는 최고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같은 전문성을 향후 공익위원회 활동과 어떻게 접목할 생각이십니까?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체조의 양태영 선수가 심판의 오심으로 억울하게 금메달을 놓친 사례가 있지요. 그때 김앤장 국제중재팀의 박은영 변호사가 아테네로 직행해서 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하고 중재절차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아쉽게 금메달을 되찾아오는 데는 실패했지만 국제체조연맹이 나중에 오심을 인정하는 데 크게 기여했어요.
런던올림픽에서 독도 세리모니 때문에 메달 박탈 위기를 맞았던 축구대표팀 박종우 선수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김앤장 소속 변호사 제프리 존스 씨가 적극 개입해 동메달을 받아냈죠. 국가 간 법률 문제는 결국 ‘중재’로 귀결이 됩니다. 향후 공익위원회의 국제적 역할도 국제 중재 분야가 가장 클 겁니다. 제가 가진 전문지식도 이 분야에서 약간이나마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김앤장의 국제중재팀은 해외에서도 독보적인 성적을 인정받는 팀이다. 그간 여러 차례 정부 부처에 공익적 법률자문을 제공했다. 1997년 외환 위기 당시의 활약이 특히 돋보였다. 정부 자금조달, 외평채 발행 등 위기극복 과정에서 필요한 법적 조언을 무료로 제공했다. 김앤장식 사회 공헌의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08년에는 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을 위한 법률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 당시 외교통상부의 고민과 짐을 가볍게 한 적이 있다.)
국내외 법률지원 사업의 지원 범위도 훨씬 더 커질 것이란 기대가 있습니다.
어떤 단체가 꼭 필요로 하는 법률을 제정하고자 할 때 탄원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법률 초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단계에서 필요한 전문지식을 우리 변호사들이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개발도상국의 법률 제개정 사업에도 적극 나설 생각입니다. 사실 그간 세법이나 형사소송법 같은 개도국의 법률 개정 자문에는 미국의 카네기, 포드재단같은 민간단체의 역할이 매우 컸습니다.
중국의 법률정비 사업의 일등공신이 포드재단이었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국내 법과대학과 연계해 벌일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의 개도국 법률지원 사업은 국격을 높이는 데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리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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