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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 살고 싶다

이 마을에 살고 싶다

특약작물 개발, 관광사업, 농촌 유학생 유치 활발
'감 익는 동화마을'은 내년까지 펜션 50동을 완공해 휴양 관광체험 마을로 만들 계획이다.



2010년 이후 해마다 국내 귀농·귀촌 인구가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 은퇴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팍팍한 도시를 떠나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귀농·귀촌 현상을 부추겼다. 시골로 떠난 사람이 다들 안착했을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도시로 다시 돌아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귀농·귀촌은 ‘사회적 이민’으로 불릴 정도로 만만찮은 일인데 안이하게 생각하고 준비 없이 떠난 건 아닐까. 귀농·귀촌 실태와 성공 확률을 높일 방안을 짚어봤다.

어디서 무엇을 할 것인가? 귀농·귀촌 고민의 시작과 끝이다. 답을 내기 어려우면 성공 사례를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귀농·귀촌을 고민하는 이들이 참고할 만한 마을 세 곳을 소개한다. 마을의 특성과 운영 방식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실한 비전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업을 벌여서 마을을 이끌지, 구성원들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청사진을 보여준다. 마을 관계자들은 자신 있게 귀농·귀촌 희망자를 맞는다. 각 마을 대표들은 “무엇을 할 것인지 먼저 충분히 고민한 후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루려는 열정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충북 단양 한드미마을 - 농촌에서 농사만 지으란 법 있나요?충북 단양군 가곡면에 47가구



주요 사업 농촌 체험 프로그램과 농촌유학원 운영. 소백산과 단양 8경 활용한 관광상품 강점



특징 농산물 가공업, 관광 상품 개발 인력 선호. 40대 귀농자 느는 젊은 마을로 1~2년 적응 기간 제공


한드미마을은 소백산 자락 깊숙한 곳에 있다. 충북 단양에서 고수대교 남단 방향 59번 국도를 타고 10분 정도 달리면 아평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새밭계곡 방향으로 10km 정도 들어가면 마을이 나온다. 인구는 약 100명. 모두 47가구가 사는 작은 산골 마을이다. 하지만 이 마을엔 특별한 게 있다.

농사 지을 평지조차 부족한 계곡 마을의 인구가 매년 늘어난다. 마을 땅값도 지난 5년 사이 5배 넘게 올랐다. 2007년 이후 귀농한 경우가 10여 가구에 이른다. 더욱이 귀농인 대부분이 40대다. 그래선지 이 마을에는 유치원생이 5명이나 된다. 또 2년 사이 2명의 갓난아이가 태어나는 경사를 맞았다. 무려 20년 만에 마을에 다시 아기 울음소리가 울리고 있다.

마을 곳곳에는 망치질 소리도 요란했다. 새로 귀농하는 5가구를 위해 집을 짓는 소리다. 그중 하나는 안종채(45)씨 가족이 머물 곳이다. 그는 8월에 서울에서 이사 올 예정이다. 출판업에 종사하는 안씨는 귀농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농사일에는 관심이 적다.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이냐고 묻자 곧장 “농산물 가공이나 관광 사업을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정문찬(53) 한드미마을 대표는 한술 더 뜬다. “농촌에서 농사만 지으라는 법 있나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만들어야 농촌도 사람도 살 수 있습니다.”

토박이 농민들은 마늘·오미자·산머루·블루베리 등을 경작한다. 마을의 또 다른 수입은 체험 프로그램과 유학원에서 나온다. 매년 마을을 찾는 방문객은 약 3만명. 단양군 인구와 맞먹는 수치다. 지난해 이 마을은 관광사업으로 약 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한드미마을은 2003년부터 정부의 농촌 지원사업에 적극 참여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그동안 녹색체험마을, 친환경 생태마을, 팜스테이(Farm Stay) 우수 마을로 꼽혔고, 대기업과 1사1촌 자매 결연을 해 방문객을 유치했다. 3월에는 독일의 세계적 인증기관 ‘티유브이 라인란드’로부터 농촌마을(Eco-village) 및 농촌마을운영(Eco-Tourism) 인증을 받았다. 2년간 준비했다는 정 대표는 “이번 인증으로 마을의 신뢰가 높아져 더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문객이 늘자 마을에 활력이 생겼지만 인구는 그대로였다. 2007년 이 마을의 대곡분교가 학생 수 부족으로 폐교 위기를 맞았다. 정 대표는 지속가능한 귀농·귀촌 마을을 만들려면 ‘학교 지키기’가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체험객이 머물던 시설을 개조해 ‘농촌유학센터’를 만들었다. 학교와 협의를 통해 도시 학생 유치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전국을 돌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다’며 홍보에 나섰다. 2007년 처음으로 12명의 도시 학생들을 유학생으로 받아들이며 학교를 유지했다. 유학생과 학부모를 극진히 모시자 입소문이 퍼졌다. 이듬해에는 유학생이 16명으로 늘었다. 뜻있는 교사를 초빙했고 수시로 학부모와 상담을 하며 아이들을 돌보자 학생수도 꾸준히 늘었다. 2011년 35명, 올해 47명이 한드미마을로 유학 왔다. “입학 경쟁률은 2.5대 1입니다. 더 받고 싶었지만 시설과 인력을 감안해서 이만큼만 뽑았습니다.”

학교가 유지되자 추춤한 귀농 사업도 순조롭게 풀렸다. 자녀 교육 문제가 해결되자 귀농을 결심한 이들이 늘었다. 정 대표는 귀농 희망자가 찾아오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먼저 묻는다. 그는 농촌 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꿈과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귀농을 결정하면 자리 잡을 때까지 다양한 편의를 제공한다. 마을 빈집을 개조한 숙소에 머물며 방문센터와 유학원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한다. 정 대표는 “마을에 적응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1~2년 정도 함께 생활하며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귀농자들과 관광상품이나 마을 특산물 가공 사업을 구상한다. 이미 사회적기업 등록도 마쳤다. 사업 아이템으로는 마늘 가공 식품이나 오미자차, 산머루주 등을 놓고 고민 중이다. 막걸리는 그가 기대하는 사업 아이템이다. 마을을 찾는 이들이 막걸리 한잔씩만 마셔도 꽤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단양군과 함께 적극 홍보하면 인근 마을에도 도움이 된다. 막걸리 소비가 늘면 쌀 문제가 해결되고 농가 새로운 수입원도 되는 일석 이조 효과를 볼 수 있다.

“농촌에서 젊은 사람이 할 일이 많습니다. 농촌에서 살아보실 분들, 연락주기 바랍니다. 같이 고생하고 보람을 느낍시다.”





경기도 양평 장수버섯마을 - 버섯으로 키우는 귀농의 꿈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1만2000㎡ 규모의 토지 확보 후 귀농가구 모집 중



주요 사업 표고버섯 재배



특징 분양비 내면 주택과 버섯재배사 제공, 조합이 위탁 경영하는 형태도 가능, 주변에 골프장과 휴양단지가 있고 교통 편리해 은퇴 세대 귀농에 적합


한강을 배경으로 펼쳐진 팔당유원지의 시원한 풍경을 배경으로 6번 국도를 달렸다. 팔당호와 두물머리를 지나 남한강이 시작되는 지점부터가 경기도 양평군이다. 국수역 즈음에서 국도를 벗어나 증동리로 접어든다. 차 두 대가 다닐만한 좁은 시골길을 10여분 달려 도착한 곳은 하우스 8동 규모의 작은 버섯농장이다. 정오가 다된 시간, 초여름 햇볕이 뜨겁지만 급수시설에서 뿜어진 물이 하우스 위로 분사돼 주변은 시원한 편이다.

버섯이 자라는 하우스 안쪽으로 들어가니 기온은 더 내려간다. 톱밥으로 만든 메주 만한 크기의 배지가 선반 가득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배지에 종균을 배양해 표고버섯을 키운다. 하우스 1동에 배지 2000개가 들어간다. 2차 배양까지 끝난 상태의 배지를 받기 때문에 적당한 온도를 맞추고 물을 뿌리면 버섯이 자란다. 버섯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뿜기 때문에 적절한 환기도 필수다. 새끼손가락 절반 크기의 표고버섯 대여섯 개가 배지 위에서 자란다.

“하우스 한 동에서 한 달에 100만원 정도 매출이 나와요. 인터넷 직거래나 지역 행사나 장터에 물건을 내다 파는데 배지가 모자라 수요를 감당 못하죠. 요즘 같은 날씨에는 5일에 한 번 수확하는데 시간차를 두고 키우니 일손 도와줄 일용직 노동력 몇 명만 있으면 혼자서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농장을 운영하는 김매숙 씨의 말이다.

농사일에 경험이 없던 김씨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버섯을 재배할 수 있는 건 종균을 배양한 배지 기술이 발달한 때문이다. 표고버섯 배지를 판매하는 ‘표고네 영농조합법인’의 신필교 대표는 액체종균 형태로 2차 배양까지 마친 배지를 분양해 버섯재배 농가의 실패 확률을 크게 낮췄다.

표고버섯은 생표고 외에도 건표고 수요도 많아 전국적으로 생산량이 늘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의 70%가 중국산, 혹은 중국에서 수입한 배지에서 생산된 상품이다. 신 대표는 “친환경·무농약 인증을 받은 국산 표고버섯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재배 농가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양평의 표고버섯재배 농가가 늘어나면서 신 대표는 6개월 동안 8만개의 배지를 이 지역에 공급했다. 표고버섯은 초보자가 낮은 등급의 상품을 생산하더라도 적게나마 수익을 낼 수 있고 귀농·귀촌 실패 확률도 낮출 수 있다. 배지 형태로 재배하면 다른 작물에 비해 비교적 키우기가 쉽고 적은 노동력이 든다는 장점도 있다. 신 대표는 “부부가 부지런히 일하면 하우스 8동 정도는 도움 없이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평군 양동면에는 영농조합법인 주도로 장수버섯마을을 조성한다. 고송리에 1만2000㎡규모의 토지를 확보해 귀농·귀촌 지원자를 모집 중이다. 11세대가 입주하는데 분양 가격을 내면 주택과 버섯재배사를 제공한다. 조합이 위탁 경영하는 형태도 가능하다.

사업을 추진하는 박철민 대정하우징엔 대표는 “주택 건설과 공급은 우리 회사가, 버섯 재배 기술 교육은 표고네 영농조합법인이 담당한다. 양평은 주변에 골프장과 휴양단지가 조성됐고, 제2영동고속도로 동양평IC가 들어설 예정이라 교통도 편리해 도시에 살던 은퇴 세대가 귀농·귀촌을 경험하기 적합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충북 영동 감 익는 동화마을 - 농업·관광 접목한 친환경 관광단지충북 영동군 용산면에 14가구(8가구 입주 예정)



주요 사업 고추·가지·상추 등 농산물 재배. 내년부터 관광사업 본격화, 펜션 50개동, 수영장, 도자기체험관 건설 중



특징 조합 형태로 마을 운영, 분양 받고 싶으면 조합원으로 가입 후 조합과 개인이 반반씩 투자, 친환경 관광단지 목표로 사업 진행 중.


5월 20일 충북 영동군의 ‘감 익는 동화마을(이하 감동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10명 안팎의 40~50대 젊은 귀농·귀촌인이 호미를 들고 가지치기를 한다. 이들은 2년 전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이곳에 온 감동마을 조합원들이다. 감동마을 사업총괄기획 최철웅 이사는 “모두 농사 경험이 없어 진행 속도가 더디긴 하지만 텃밭 일구기부터 씨앗과 모종심기까지 직접 한다”며 “현재 5450㎡(약1만6500평)의 밭에서 고추·가지·상추를 심었다”고 말했다.

감동마을은 최 이사가 2006년 지인에게 자신의 귀농·귀촌 계획을 털어놓으면서 시작됐다. 도시 탈출을 꿈꾸던 지인과 함께 2010년 총 9만9173㎡(약 3만평) 토지를 매입했다. 관광마을 인허가를 받고 2010년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입 소문이 퍼지면서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는 지인들이 하나 둘씩 입주하기 시작했다. 2011년 입주가 시작돼 현재 14가구 50여명이 산다. 앞으로 8가구가 더 입주할 계획이다. 2011년 정부로부터 전원마을로 지정돼 15억원의 토목·기반조성 공사비를 지원받아 도로 등 마을 인프라를 구축했다.

귀농자 중에는 감동마을의 사업성을 보고 입주한 사람도 있다. 감동마을 컨셉트는 바로 휴양 관광체험 마을이다. 감동마을 나동현 대표는 “금강의 상류인 초강이 마을 앞으로 흘러 여름에는 제트스키와 범퍼보트, 카약 등을 즐기고 겨울에는 빙어낚시도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대표는 관광체험 마을을 통해 마을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협동조합의 이윤창출, 마을과 지역의 동반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현재 감동마을협동조합 조합원은 15명으로 이곳에서는 일반 분양이 없다. 분양을 받고 싶으면 조합원으로 가입 후에 조합과 개인이 반반씩 투자한다. 나 대표는 “번 돈은 운영비를 제외하고 출자금에 따라 배당한다”고 말했다.

현재 펜션 50개동과 수영장, 도자기체험관 등을 짓고 있다. 펜션은 내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나 대표는 “6월 말 수영장이 완공되면 현재 20개동이 분양된 펜션과 함께 임시로 문을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내년에 펜션 30개가 완공되면 정식으로 문을 연다. 올 겨울까지 매출 3억원이 목표다. 주말 농장 사업도 구상 중이다. 최철웅 이사는 “농작물을 키울 수 있도록 기초 작업을 마무리 하면 직접 키우고 재배해서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농업과 관광을 접목시켜 친환경 관광단지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지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나 대표는 “우리 목표는 감동마을에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3년째 공사하고 있지만 여전히 마을 진입도로와 전기 공급시설 공사는 더디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적인 정착은 물론 지역의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지역과 연계한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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