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중·대형 + 소형 배터리 투 트랙 공략

중·대형 + 소형 배터리 투 트랙 공략

전기차 배터리 시장 4~5년 더 내다봐야 … 스마트폰 배터리 수요는 탄탄



2차전지 업계의 2차 변신이 한창이다. 1차 변신의 핵심이 전기차 배터리였다면 2차 변신의 중심축은 스마트폰이다. 지난해부터 전기차에 들어가는 중·대형 2차전지 시황이 나빠졌지만 스마트폰·태블릿PC에 들어가는 소형 2차전지는 고성장을 지속한 결과다. 국내 업체의 글로벌 공급계약이 이어지면서 기대를 모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지난해부터 제동이 걸렸다. 2차전지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기대만큼 업황이 올라오지 않아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이는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세계 경기침체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애초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기차 인프라 구축을 약속한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재선 이후 이렇다 할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 국내에서도 기획재정부가 올해 전기차 예산을 계획보다 85%나 삭감하는 등 소극적이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는 1~2년 안이 아니라 최소 2018년은 돼야 인프라 구축으로 재평가가 가능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4~5년 더 인내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2차전지 업계는 애가 탄다.

주요 2차전지 제조사인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 모두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진행 중이라 이런 고민은 크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에 수년간 거액을 투자한 LG화학은 완급 조절에 힘을 쏟는다.

LG화학은 7월부터 미국 미시건주 홀랜드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 완공 1년 만에 첫 생산이다. 9월부터는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등에 납품하면서 활로를 찾을 계획이다.

홀랜드 공장은 2010년 기공식 때 오바마 대통령이 찾아 구본무 LG 회장을 만났던 곳이다. 지난해 6월 공장을 완공했지만 정작 가동은 하지 못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침체돼서다. 생산라인은 목표한 5개에 못 미친 3개만 만들었다. 직원 수도 예상치(440명)의 절반에 못 미쳤다. 지난해 주 공급사인 GM의 볼트 판매량은 2만3000대(미국 기준)로 목표치인 4만5000대를 크게 밑돌았다. 박진수 LG화학 대표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여 공장 가동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1분기 미국 친환경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20% 증가해 다소 회복세다. 하지만 아직 조심스럽다. 생산라인 3개 중 1개만 우선 돌리면서 연 1만2000대의 배터리를 만들기로 했다. 나머지 2개의 생산라인을 2015년 9월까지 완공해 5개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충북 오창 공장에서 생산해 GM에 납품한 전기차 배터리는 2만5000대다. 현대·기아자동차에도 6만대 파는데 머물렀다. 오창의 7개 생산라인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를 20만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공급보다 수요가 크게 못 미쳤다.

2차전지 업계 1위 삼성SDI도 전기차 배터리로 골머리를 앓긴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올 1분기 33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4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디스플레이 등 다른 부문 외에 기대만 못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영향을 미쳤다.

1월에 흡수·합병한 전기차 배터리 개발사 SB리모티브가 지난해 순손실 715억원을 내며 부진했다. BMW 등과 공급계약을 하고 전기차 전성시대를 목표로 연구·개발(R&D)에 들인 비용이 많지만 아직 수익은 나지 않는 구조다.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아직 두 회사보다 전기차 배터리 비중이 작지만 본격 매출로 이어지지 않아 이익이 없긴 마찬가지다.



전기차 시장 부진에 속앓이전기차 배터리 외에 중·대형 전지로 분류하는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시장도 기대보다 성장이 더디다. ESS용 배터리는 스마트그리드의 핵심이 되는 부품이다. 업계는 ESS를 차세대 먹거리로 점 찍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스마트그리드 역시 전기차만큼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하는 분야다. 각국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세계 경기 침체로 여의치않다.

이러자 업계는 ‘소형’ 먹거리로 눈을 돌렸다. SK이노베이션은 5월 14일부터 충북 증평 산업단지에서 550만㎡ 규모 연성동 박적층판(FCCL) 2호 생산라인 증설에 나섰다. FCCL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들어가는 연성회로기판의 핵심 소재다. 연성회로기판은 얇은 절연필름 위에 동박을 붙인 회로기판이다. 재질이 딱딱한 경성기판과 달리 얇고 유연해 전자제품 경량화 시대에 필요성이 커졌다. 회사 측은 “올해 안에 공사를 끝내고 내년 초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증설 후 SK이노베이션의 FCCL 연 생산 규모는 종전 350만㎡(1호기)에서 900만㎡로 증가한다. SK이노베이션이 정보·전자 소재를 미래 전략사업으로 낙점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정보·전자 소재 매출은 2000억여원으로 전체 매출(73조3000억원)의 0.2%에 머물렀다. FCCL 외에 리튬이온 2차전지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 분리막(LiBS)과 LCD 편광판 소재인 편광필름(TAC필름) 등을 생산하지만 매출 비중은 미미했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수요가 계속 늘어 미래 핵심소재 산업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면서 “꾸준히 증설과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FCCL은 세계 스마트폰·태블릿PC 열풍에 매년 10% 넘는 고성장을 지속 중이다. 2015년엔 시장 규모가 연 1조원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눈앞의 매출 비중은 작지만 멀리 보고 키우기에 손색없는 ‘미래 먹거리’란 판단이다.

이런 변신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멈출 줄 모르는 성장세와도 맞닿는다. 미국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 2011년보다 75% 성장하면서 3070만대 판매를 기록했다. SA에 따르면 선진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 상태에 가깝지만 신흥시장 수요는 여전히 증가세다. 2017년까지 인도(30.2%)·인도네시아(23.4%)·멕시코(13.8%)·브라질(13%)·러시아(11.4%) 등지에서 고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세계에서 둘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는 스마트폰 시장의 미래로 불린다.

삼성SDI가 꾸준히 집중하는 것도 스마트폰·태블릿PC에 들어가는 소형 리튬이온 2차전지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B3에 따르면 지난해 10억7200만 셀을 생산해 이 부문 점유율 26%로 일본 업체를 누르고 세계 1위다. 셀은 2차전지의 최소 단위다. 최근 슬림노트PC의 출시로 매출이 늘었다. 삼성SDI의 올해 1분기 소형 2차전지 시장 점유율은 28.2%였다. 스마트폰 외에도 전동공구 등에서 꾸준히 강세다. 종전의 강점을 분명히 알고 경쟁사와의 격차를 유지하는 전략이다.



삼성·LG 스마트폰 시너지 효과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 디바이스용 고수익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 구조를 개선했다”며 “새 고객과 새 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고 말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소형 전지에서 스마트폰 등 고수익 제품 비중 확대로 2011년보다 22% 증가한 3조3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엔 판매 호조를 보이는 삼성전자 ‘갤럭시S4’ 전체 배터리의 절반을 공급하면서 2분기 더 나은 실적을 기대한다.

LG화학 역시 스마트기기에서 더 큰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관계사인 LG전자의 스마트폰 ‘옵티머스G’가 출시 이후 꾸준히 호평 받으면서 국내외 시장에서 선전 중인 것이 고무적이다. LG화학은 옵티머스G 시리즈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최신작인 옵티머스G 프로는 2월 국내 출시 후 40일 만에 판매량 50만대를 넘어섰다. 미국에선 1분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9.8%로 두 자릿수 달성을 앞뒀다.

물론 중·대형 전지 판매가 부진하다고 미래까지 어둡게 보는 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형에선 투자·생산 속도 조절 등의 방법으로 불황 극복을 노리고 소형에선 각형·폴리머 등 얇은 두께 구현이 가능한 초박형 2차전지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키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대형과 소형 모두에 다른 방법으로 전력을 다하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은 유효하다. 일본을 제치고 숨 가쁜 질주 끝에 세계 시장 선두에 오른 한국 2차전지 업계의 발걸음이 다시 바빠졌다.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영종도 '누구나집' 입주 지연 1년 째…갈등 여전

2정우성, 문가비 임신시켜 놓고…"외로운 건 어떻게?"

3대한항공, 日 구마모토 노선 재운항...1997년 이후 27년만

4베트남 新 통관법 시행 논의…하노이서 이커머스 포럼

5야구 이어 축구도 점령...골든블랑, 'K리그 우승 축하주' 됐다

6숨은 AI 고수 찾아라…패스트캠퍼스 AI 공모전 ‘GALA’ 연다

7제주항공, ‘한~일 노선’ 시잠 점유율 1위 달성

8㈜보가, 차세대 통합 멀티미디어 시스템 장착한 '보가9 더 뉴 카니발 하이리무진' 공개

9신희은 밀레니얼 머니스쿨 대표가 강의를 선택하는 기준

실시간 뉴스

1영종도 '누구나집' 입주 지연 1년 째…갈등 여전

2정우성, 문가비 임신시켜 놓고…"외로운 건 어떻게?"

3대한항공, 日 구마모토 노선 재운항...1997년 이후 27년만

4베트남 新 통관법 시행 논의…하노이서 이커머스 포럼

5야구 이어 축구도 점령...골든블랑, 'K리그 우승 축하주'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