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셋집 더 귀해진다
하반기 전셋집 더 귀해진다
경기도 판교신도시 삼평동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임좌배 사장은 요즘 전셋집 집주인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 입주 4년차를 맞은 이 일대는 올 하반기 전세계약이 끝나는 전셋집이 꽤 있다. 하지만 집주인들은 대개 전세 시세가 아닌 월세 시세를 묻는다. 임좌배 사장은 “하반기 계약이 끝나는 전셋집 주인들의 월세 문의가 하루에도 두세 통씩 온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없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집주인이 전세 대신 월세나 반전세(보증금+월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이뤄진 임대차 계약의 33.9%이던 월세 비중이 올 상반기에는 38.9%로 5%포인트 높아졌다. 삼평동 봇들 마을4단지(748가구)는 현재 전세 물건이 한 건도 없다. 월세는 10가구 정도 있다.
요동치는 전세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전셋집이 없다는 것이다. 집주인은 전세 대신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월세(반전세)를 선호한다. 서울 옥수동 500여 가구의 한 아파트 단지엔 나와 있는 전셋집이 하나도 없다. 5~6월 3가구가 전세로 나오자마자 거래된 뒤 씨가 말랐다.
서울 미아동 두산위브(1127가구)도 전세 물건이 1가구밖에 없다. 월세는 9가구가 나와 있다. 기존 세입자들의 재계약이 증가한 것도 전세 물건이 귀해진 이유다. 재계약하면 중개수수료·이사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새로 세입자가 들어오는 것보다 전셋값 상승 폭이 작다. 때문에 서울 잠실동 아파트의 경우 전세 재계약률이 80%에 이른다.
전세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집값 전망이 불투명하자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층 조차 전세를 선호한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가 서울·수도권에 사는 소득 상위 20% 이내 고소득층의 자가점유율(본인 소유 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을 조사한 결과 2006년보다 6%포인트 떨어진 58.7%(2012년 기준)로 나타났다.
전세점유율은 같은 기간 6.2%포인트 올라 33.9%를 기록했다. 올 7월로 취득세 감면이 끝나면서 주택 구입 대기자들도 전세로 돌았다. 정부가 취득세 영구 인하 검토에 들어간 것도 영향을 미친다.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취득세 인하를 기다리며 전셋집을 찾기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구·영등포구 사정 나아이렇게 기존 주택의 전세 물건이 귀한 데다 앞으로 새로 입주하는 주택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어 당분간 전셋집을 구하기는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8월 이후 서울·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7100여 가구로 1992년(9만7000여 가구) 이후 22년 만에 가장 적다. 내년 상반기는 3만 가구에 불과하다.
서울에선 1만9000여 가구의 새 아파트가 나온다. 지역별로 물량 차이가 심하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포·용산·동대문구 등 도심권에 각각 5000여 가구가 몰려 있다. 영등포구(1700여 가구)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은 입주 소식이 거의 없다. 강북권은 1800가구에 불과하다.
강남권은 5000여 가구 새 아파트가 쏟아지지만 전세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입주 물량이 대부분 보금자리지구에 몰려있다.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거주의무기간(1~5년)이 있어 집주인이 일정 기간 직접 살아야 해 전셋집이 나오기 어렵다. 민간 아파트의 경우 중대형이 대부분이라 전세난 해소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세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 이주가 하반기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서울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6600가구)가 8월부터 이주를 시작하고 반포동 신반포1차아파트(790가구), 잠원동 대림아파트(637가구)도 이주한다. 잠실동 잠실1번지공인 김찬경 사장은 “이들 단지에서만 8000여 가구의 전세 수요가 쏟아지는데 대부분 비슷한 생활권에 머물기 때문에 또 한차례 전셋값 폭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북권도 사정이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 아파트가 1800여 가구에 불과하다. 쌍문동에선 코오롱건설이 지은 2개 단지 600여 가구가 9월에, 은평구 불광동에선 롯데건설이 지은 1개 단지 588가구가 9월 입주 예정이다. 이들 지역 평균 전셋값은 3.3㎡당 각각 550만원선, 775만원선이다.
도심권은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동대문구에선 전농동 래미안 크레시티(2397가구)가 입주를 시작했다. 대단지의 경우 한꺼번에 매물이 쏟아지기 때문에 전셋집을 싸게 구할 수 있다. 84㎡형(이하 전용면적) 전셋값은 2억3000만~2억4000만원선으로, 입주 3년차 인근 아파트보다 1000만원 정도 싸다.
영등포구는 5개 단지 1700여 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어 전세물건이 넉넉한 편이다. 평균 전셋값은 3.3㎡당 800만원선이다. 84㎡형 전셋집을 구하려면 2억5000만원 정도 필요하다. 강서구는 화곡동 강서힐스테이트(2603가구) 등 3400여 가구가 나온다.
수도권 전세시장도 불안할 전망이다.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가 수도권으로 몰리면 전세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전세난을 해소할 수 있는 새 아파트 공급은 많지 않다. 수도권에서 입주 물량이 가장 넉넉한 지역은 수원시다. 하반기 1만1000가구가 입주한다. 권선구·영통구에 각각 1700여 가구, 4000여 가구가 몰려 있다. 올해 말 서울 강남으로 연결되는 분당선 연장선이 개통될 예정이라 교통 여건이 좋아진다. 1억3000만~1억8000만원이면 전용 85㎡ 이하 중소형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수도권에선 수원에 전세 물량 많아경기 용인시에도 7000여 가구 새 아파트가 쏟아진다. 대부분 기흥구와 처인구에 몰려 있다. 처인구에선 두산건설이 삼가동에 지은 용인행정타운두산위브(1293가구)가 11월 입주할 예정이다. 용인시는 최근 1년간 전셋값이 2.48% 올라 수도권 평균(1.63%)을 웃돌아 전세난이 심했다.
수지구 신봉동 신봉공인 관계자는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돼 수지구 등에 몰린 전세 수요가 분산되면 전세난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는 원흥지구 등지에서 7000여 가구가 나온다. 원흥지구에서 3000여 가구, 탄현동에서 2700여 가구가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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