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 살아나는 미국 경제 누가 위협하나
ECONOMY - 살아나는 미국 경제 누가 위협하나
여름이 지나며 투자자와 정책입안자들은 앞날을 내다본다. 미국 경제의 앞길에 갖가지 하강 위험이 도사린 듯하다. 이 같은 위험은 대부분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외인성(exogenous)’이다. 위험이 경제 외부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의미의 고상한 표현이다. 그대로 방치하면 현재의 답답한 성장 노선을 계속 유지할 태세인 듯하다.
미국인들이 기억하는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역동적인 일자리와 소득 증가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 1.8%에 이어 2분기에는 2.5% 성장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일지 모른다. 내부 기초체력은 뛰어나지는 않지만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요즘 외적 요인들이 가장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그중 양대 위협의 근원은 워싱턴 DC와 중국이다.
경제성장을 위협하는 가장 뚜렷하고 직접적인 요인은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를 둘러싼 싸움의 대두다. 봄과 여름을 탈없이 넘기나 했더니 그 문제를 둘러싼 벼랑끝 싸움이 곧 재개될 참이다. 재무부의 국채발행이 오는 10월쯤 한도에 달할 전망이다. 이런 문제가 미국 경제의 안정에 위험을 제기하게 되다니 정말 얼마나 어리석고 비합리적인 일인가?
그러나 공화당은 내부 권력다툼에 정신이 팔려 있다. 그로 인해 재무부의 채권 발행 권한이 의회에서 정지될 가능성이 크다(지난 회기와 현 회기 의회에서 발생한 부채를 갚으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엄밀한 의미에서 채무불이행 상태가 된다. 그에 따라 모든 미국 국채값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폭락하게 된다. 미국 국채는 지금껏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안정적인 금융수단이었다.
뒤이어 미국 국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미국과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무질서한 투매사태가 벌어진다. 급격한 경기둔화와 주가급락이 뒤따른다. 모두 막장 이혼 드라마처럼 전개된다. 한 배우자가 악의적으로 부부공동자산 가치를 폭락시키는 식이다.
그것이 자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이 시나리오에선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자녀에 해당된다). 물론 부채상한 파동이 불가피한 건 아니다. 부채한도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한바탕 뜨겁게 불타오른 뒤 공화당 지도부의 성숙한 인격자들과 공화당 캠페인을 후원하는 대다수 부유한 기부자들이 당의 과격파들을 굴복시킬지도 모른다.
대다수 채권과 주식 트레이더들은 그런 결과를 기대한다. 요즘 그들은 또 다른 워싱턴 발 불안요소를 더 많이 걱정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다. 대형 금융사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문제는 FRB가 제로에 가까운 시장 금리에 언제 그리고 얼마나 제동을 거느냐는 점이다. 현재 3차 양적 완화(QE3)의 ‘축소(tapering)’가 관건이다.
QE3의 진로는 벤 버냉키 FRB 의장 후임자 인선과정에서도 이슈가 됐다. 재닛 옐런 FRB 부의장은 QE3가 축소되면 경제가 약화된다고 믿는다. 반면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그 프로그램이 있든 없든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서머스는 차기 FRB 의장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점 찍은 인물로 널리 간주된다. 말하자면 그는 급속한 양적완화 축소의 위험이 크지 않다고 보는 셈이다. 어쩌면 그것이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월스트리트 트레이더들이 옐런을 선호하는 까닭인지도 모른다.
서머스가 월스트리트 고문으로 뛰어난 실적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모든 문제가 케이블 TV에서 이목을 끄는 논쟁거리가 되지만 실상 QE3 정책은 아마 미국경제에 거의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을 듯하다. FRB의 양적완화 축소에 반응해 금리가 급등할 경우 누가 FRB 의장이 되든 그것을 완화하거나 저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외국자본 발 위험이다. 두 지역(중동·유럽)과 한 나라(중국)가 미국 경제의 진로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만한 경제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중동에서 미국 대통령의 당면 경제현안은 바샤르 알 아샤드 시리아 대통령의 범죄에 대한 대응이다. 그 결과로 야기되는 일련의 사태가 궁극적으로 그 지역의 석유생산에 영향을 미쳐 세계 에너지 가격의 급등을 불러오느냐는 점이다.
유럽이 미국의 경기회복을 저해할 가능성은 그보다 적다. 특히 1년 전에 비하면 그 가능성이 많이 줄었다. 당시엔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의 국가채무 상환능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거의 바닥 수준이었다. 유럽의 국가채무 위기가 여전히 유럽대륙의 대형 은행들을 쓰러뜨리고 우리 모두를 깊은 불황으로 밀어 넣을 순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잘 구워삶았다. 유로존 붕괴를 막기 위한 ECB의 대대적인 개입에 반대를 자제하도록 입막음을 해놓았다.
다른 종류의 부채위기 가능성이 중국에서도 대두됐다. 2008년 이후 중국의 공적 및 민간 부채가 GDP의 130%에서 200%로 급증했다. 그것도 중국의 GDP가 3분의 2 가까이 증가하는 동안에 일어난 일이다. 이 짧은 기간 동안 기업 부채는 두 배 가까이, 가계 부채는 3배나 늘어났다. 게다가 부채가 이처럼 급증하는 데 반해 전체적인 성장, 중국 기업들의 차입 자본 수익률, 중국인들의 임금 증가가 모두 급격히 둔화됐다.
이미 납품대금을 6개월짜리 약속어음으로 지급하는 기업들이 많다. 따라서 납품업체와 근로자들 사이에서 자금난이 발생한다. 많은 대형은행도 다수의 부실채권을 평가손 처리한다. 은행들이 돈줄을 조이자 금리가 상승한다. 기업과 가계의 부채부담이 증가하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그와 같은 급속한 차입증가는 역사적으로 아르헨티나로부터 한국에 이르는 나라에 위기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전망을 일축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들은 대규모 자본도피를 방지하기 위한 중국의 엄격한 자본통제와 철저한 환율 관리를 지적한다. 그러나 시장이 신뢰를 잃으면 그런 통제도 무력화된다. 예컨대 예금인출 사태, 인플레 가속화, 외국인 투자의 급감이 발생할 경우다.
따라서 중국이 전면적인 신용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 해도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과도한 부채를 줄여나가는 동안 상당한 성장둔화를 피하기는 힘들다. 그렇게 되면 대중(對中) 수출 증가에 의존하는 많은 나라의 성장 또한 둔화된다. 일본·한국·대만·호주·칠레를 시작으로 미국 내에서도 캘리포니아·텍사스·워싱턴·일리노이·뉴욕 같은 주가 그 영향을 받는다. 과연 모두가 행복한 가을이 오려나!
- 필자 로버트 섀피로는 경제자문업체 소네콘(Sonecon) 회장이며 국제통화기금(IMF) 고문이다.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 차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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