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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music - 팝 음악계의 미다스 손

culture music - 팝 음악계의 미다스 손

스타 가수들의 배후에서 수많은 히트곡을 작곡한 보니 매키가 싱글 음반 낸다



여덟 개의 차트 1위곡과 2800만 장이 넘는 싱글 앨범 판매의 배후에 그녀가 있었다. 사실상 지난 3년간 인기를 끌었던 팝 음악의 태반이 그녀 손을 거쳤다. 문제는 아마 그녀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거의 없으리라는 점이다.

보니 매키는 팝음악 ‘최고의 비기(best secret weapon)’이자 ‘비장의 카드’로 불려왔다. 2009년 이후 그녀가 작곡 또는 공동 작곡한 곡들이 잇따라 대히트를 기록하며 탄성을 자아냈다. 뇌리에 깊숙이 파고들어 반복 재생되는 떨치기 힘든 센세이셔널한 라디오 곡들이다.

케샤, 켈리 클라크슨, 아담 램버트,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모두 그녀의 곡을 받았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타이오 크루즈의 1위 히트곡들도 그녀가 썼다(각각 ‘Hold It Against Me’와 ‘Dynamite’). 케이티 페리의 2010년 앨범 ‘Teenage Dream’의 전례 없는 1위곡 컬렉션도 일정 부분 그녀의 손을 거쳤다. ‘California Gurls’ ‘Teenage Dream’ ‘Last Friday Night(T.G.I.F.)’ ‘Part of Me’ 등이다. 페리의 최신 1위곡인 ‘Roar’도 매키의 작품이다.

“가수가 되기를 원했던 나로선 당연히 힘들었다.” 자신이 쓴 곡으로 다른 사람들이 엄청난 인기를 얻는 모습을 지켜보는 심정을 매키가 설명했다. 지난 4년 동안 타고난 미다스의 손길로 그늘 속에서 다른 가수들의 앨범에 금을 입히던 그녀가 마침내 직접 그 비밀을 공개할 준비를 마쳤다.

매키 데뷔 앨범 중 첫 싱글인 ‘American Girl’이 2014년 초 에픽 레코드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그녀가 마침내 자신을 위해 히트곡 제조 마법을 발휘한 곡이다. 지난 7월 유튜브에 그 곡의 뮤직 비디오가 올려져 바이러스 마케팅의 팡파레를 울렸다. 매키의 기라성 같은 유명 스타 친구들이 찬조 출연했다.

케샤, 페리, 조앤 리버스, 조지 타케이 등 이 곡에 맞춰 립싱크를 했다. 물론 그녀의 가수 데뷔에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홍보 전략이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그녀의 성공을 기원하는 음악계 관계자들이 일제히 매키에게 보내는 러브 레터이기도 했다. 지금껏 유튜브에서 35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여름 내내 라디오 전파를 탔다.

최근 작곡가에서 슈퍼스타로 향하는 길을 걷는 뮤지션이 갈수록 많아진다. 브루노마스, 케샤, 레이디 가가 모두 다른 가수들에게 곡을 써주다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섰다. 하지만 그들이 반드시 스타덤에 오르는 건 아니다. 브루노 마스처럼 성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만큼 실패하는 사람도 많다.

가장 유명한 실패 사례 중 하나가 칸디 버루스다. TLC의 그래미상을 받은 ‘No Scrubs,’ 데스티니 차일드의 ‘Bills, Bills, Bills,’ 핑크의 ‘There You Go’ 같은 히트곡을 줄줄이 써냈다. 하지만 2000년 그녀의 솔로 데뷔곡 ‘Hey Kandi’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녀는 현재 ‘리얼 하우스와이브스 오브 아틀란타’의 고정 출연자이며 브라보 채널의 ‘칸디 팩토리(The Kandi Factory)’에 한 시즌 출연했다(그걸로 끝이었다).

매키(29)는 왼손의 가죽 장갑, 황소 무늬 레깅스, 그리고 네온 핑크색 립스틱과 짝을 이루는 네온 핑크색 펌프스 구두(발등이 패인 여성용 신)와 어울리는 짧은 가죽 조끼를 착용한다. 소녀 시절 자신이 숭배했던 여러 가수 스타일의 종합 세트다. 초창기 마돈나, 빌리 아이돌, 액슬 로즈, 나아가 캐롤 킹까지 아우른다.

할리우드 힐스에 있는 그녀의 자택도 그 스타들의 뮤직 비디오 중 하나의 세트를 닮았다. 캔디색 벽과 가구는 팝스타들의 아이콘으로 넘쳐나고, 특유의 테크니컬러 도구 세트로 장식됐다. 매키는 뮤직 비디오 주인공처럼 인생을 살자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닌다. 그와 같은 주문에 잘 어울리는 거처다.

흥미롭게도 그녀의 이력은 음악 다큐멘터리 ‘비하인드 더 뮤직(Behind the Music)’에 안성맞춤의 소재다. 매키는 중3 때 퇴학당했다. 운 좋게도 학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데모곡 녹음을 막 끝낸 참이었다. 그녀는 “아는 사람을 몇 다리 건너 LA에 있는 어떤 사람과 줄이 닿았다.”

그를 통해 데모 녹음이 현지 라디오 DJ 닉 하코트 손에 건네졌다. 그 곡이 방송된 뒤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졌다. 워너 브러더스와 레코드 계약이 성사됐다. 매키는 16세 때 시애틀에서 LA로 건너갔다. “로또에 당첨됐다”고 그녀가 말했다. “난 무적이었다. 모든 문제가 사라지고 마침내 뜻을 이뤘다고, LA가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도깨비 방망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2004년 출시된 그녀의 첫 앨범 ‘Trouble’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그 앨범은 결과적으로 싱어송라이터 풍에 더 가깝고 대중성이 떨어졌다”고 그녀가 말했다. “미셸 브랜치와 에이브릴 라빈 류의 음악이 퇴조하던 참에 피아노 앞에 매달린 소녀” 격이었다. 매키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처럼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쓰는 곡들은 어둡고 고통스러웠다. “그것을 순화시키는 법을 알지 못했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후속 앨범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음반사의 라디오 방송 지원을 받지 못했다. 외면당하고 낙담한 그녀는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메탐페타민(필로폰)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 이성을 잃고 할리우드 대로의 한 가게에서 단검을 구입했다. 호랑이가 새겨지고 그 눈에 보석이 박힌 검이었다. 한밤중에 당시 워너브러더스 CEO 톰 웰리의 자택으로 차를 몰았다. 정문 바로 앞의 나무에 데모 CD를 칼에 꿰어꽂아 놓았다. 그의 자동차에는 립스틱으로 ‘플래티넘 앨범이라구!”라고 휘갈겨 썼다.

“그냥 마지막 발버둥이었다. 어떻게든 그의 관심을 끌어야 했다”고 그녀가 말했다. “말하나마나 퇴짜를 맞았다.” 매키의 두 번째 기회는 남자친구 올리버 ‘올리기’ 골드스타인이 물어다 줬다. 일렉트릭 듀오 올리버 중 한 명인 그가 펄스 레코딩과 미팅을 주선해줬다. 실제로 그날 밤 나무에 꽂아 놓았던 데모 CD에 담겼던 세 곡을 이용해 계약을 따냈다.

펄스 최초의 음반 계약 중 하나가 됐다. 그녀는 아티스트, 프로듀서, 그리고 다른 작곡가들과 만나 신곡 제작에 협력하는 일을 했다. 그것은 나름의 큰 기회였다. 단지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사실 공동 작곡은 해본 적이 없었다”고 그녀가 말했다.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건 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2010년 페리와 함께 ‘Teenage Dream’ 앨범의 공동작곡에 영입될 즈음 그녀는 빈털터리가 됐다. 두 사람은 몇 해 전에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도 둘 다 무일푼의 작곡가였다. LA 중고품점에서 옷을 판 돈으로 타코벨 패스트푸드 점에서 저녁 끼니를 때웠다. 그뒤 두 사람의 운명이 엇갈렸다. 페리의 데뷔곡은 신인 아티스트로서 최고의 화제를 모은 노래로 손꼽혔다(‘I Kissed a Girl’). 물론 2010년의 ‘Teenage Dream’은 두 사람 모두에게 아티스트로서 인생 역전의 계기가 됐다.

“히트곡 작곡의 열쇠는 단순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매키가 말했다. “익숙한 소재를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하도록 해야 한다. 영어를 못하더라도 따라 부를 수 있게 말이다.” 매키의 노래 ‘American Girl’은 그 원칙을 고수한다. 끝없는 여름의 찬가를 노래하고 사회 이슈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편의점 주차장에서 사랑에 빠졌어. 모퉁이에 앉아 알코올 음료를 마시네.”

“애초부터 그녀가 비범한 작곡가라고 생각했다”고 펄스의 공동창업자 조시 에이브럼스가 말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자신의 현실에 어울리는 곡들을 쓰지 않았다.” 그녀의 첫 앨범을 가리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페리 같은 스타들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경험을 쌓다 보면 이번에는 성공 가능성이 더 높아질지 모른다. “보니 매키는 이들 훌륭한 작곡가나 가수들과 같은 방에서 작업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에이브럼스가 말했다. ‘American Girl’은 공식 발매 후 3주 째 빌보드 톱 100 리스트의 92위에 올라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한편 페리의 ‘Roar’는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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