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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 한번 실수로 2억4200만원 날려

Golf - 한번 실수로 2억4200만원 날려

김형태 선수, 해저드 구역에서 클럽 지면에 대서 2벌타 … 우즈도 종종 위반
김형태 선수가 제56회 한국오픈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그는 이 대회에서 룰 위반으로 거액의 우승상금을 날렸다.



2억4200만원. 단 한 번의 샷 실수로 날리기에는 너무나 큰 금액이다. 내셔널 타이틀인 제56회 한국오픈에서 룰 위반으로 거액의 우승상금을 날린 김형태(36)의 얘기다. 이 대회는 국내 남자골프의 특급 메이저 대회로 총상금 10억원에 우승상금만도 3억원이나 된다. 김형태는 마지막 날 1타 차로 우승컵을 놓쳐 3억원 대신 공동 2위 상금인 5800만원을 받았다. 눈앞에서 상금 2억4200만원이 날아간 셈이다.

10월 20일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대회 최종 4라운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통산 5승의 김형태는 12번 홀까지 7언더파로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2위권과는 4타 차였고, 최종적으로 우승자가 된 강성훈(26·신한금융그룹)에게는 이 홀까지 6타를 앞서 있었다. 이 때문에 김형태의 시즌 2승이 거의 확실시 됐다. 13번 홀과 17번 홀에서 보기로 2타를 잃었지만 최종합계 5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먼저 4언더파로 홀 아웃한 강성훈을 1타 차로 꺾었다.



무심결에 그립 느슨하게 잡았다가 낭패그러나 김형태는 곧바로 시상식장으로 가지 못했다. 13번 홀(파3)의 룰 위반으로 2벌타를 받아 우승자가 뒤바뀌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강성훈이 4언더파로 1위, 김형태는 3언더파로 공동 2위로 주저앉았다. 김형태는 처음에 경기위원회의 룰 판정에 불복했다.

상황은 이렇다. 이날 우정힐스 골프장의 시그너처 홀인 13번 홀에서 김형태의 티샷이 그린 앞 러프에 멈춰 섰다. 그곳은 물이 없는 워터해저드 구역이었다. 공이 떨어진 지점 근처에는 해저드 표시 말뚝이 있었다. 벌타를 받지 않고도 충분히 공을 쳐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형태는 경기위원에게 “해저드 표시 말뚝을 뽑을 수 있느냐”고 물었고, 경기위원은 “그렇다”고 했다. 해저드 표시 말뚝은 해저드 안에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OB 말뚝은 제거할 수 없지만 해저드 내의 인공 장애물은 손쉽게 제거할 수 있을 경우 뽑거나 제거해도 무방하다.

김형태는 말뚝을 뽑은 후 연습스윙을 몇 차례 하면서 무심결에 그립을 느슨하게 잡았다. 왼손은 그립에서 떼었고 오른손 엄지와 인지로만 그립을 했다. 그 바람에 클럽이 아래로 처지면서 헤드가 지면에 닿아버렸다. 해저드에서 스트로크 하기 전에 클럽헤드가 지면이나 수면, 그리고 성장하지 않는 나뭇가지 등 루스임페디먼트에 닿으면 2벌타가 부과된다(규칙 13-4b). 대회 현장에서 중계를 보던 외국 선수가 경기위원회에 그 장면을 알렸고 위원회에서는 1시간30분가량 비디오 판독을 한 끝에 김형태가 규칙을 위반했다고 판정했다.

17번 홀까지 중간합계 5언더파로 1타차 선두였던 김형태는 18번 홀(파5) 티잉 그라운드에서 경기위원으로부터 “13번 홀에서 규칙을 위반해 2벌타를 부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통보 받았다. 김형태는 18번 홀에서 파를 기록하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기 전에 “룰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리고는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김형태는 자신의 평소 어드레스 루틴을 재연해 보였다.

김형태의 완강한 주장에 경기위원회는 현장 조사까지 벌였다. 그래도 결론이 나지 않자 경기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자제 투표를 했다. 그 결과 5대3으로 김형태의 규칙위반이 인정돼 최종적으로 벌타를 부과했다. 결국 김형태는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는 이 때문에 1971년 한장상 이후 42년 만에 찾아온 한국남자골프 ‘한 시즌 메이저 대회 2승’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다.

올해 세계 각 투어에서도 김형태처럼 규칙 위반 때문에 곤욕을 치른 선수가 적지 않다. 코앞에서 우승컵을 놓치지는 않았지만 황당한 룰 위반 사건이 많았다. 미국 골프닷컴에 따르면 천하의 타이거 우즈(38·미국)가 세 차례나 룰 위반의 시시비비에 휘말렸다. 골프닷컴에 선정한 첫 번째 사례는 우즈다. 9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3차전인 BMW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우즈는 파4의 첫 홀에서 쿼드러플보기(일명 양파, 8타)를 적어내야하는 룰 위반을 했다.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한 우즈는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는 텐트에서 경기위원으로부터 “2벌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통보 받았다. 루스임페디먼트, 즉 움직일 수 있는 자연물을 제거할 때 공이 약간 움직였다는 게 경기위원회의 지적이었다.

우즈는 즉각 동의하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2벌타를 받아야 했고 스코어는 6타에서 8타로 늘어났다. 이 대회 3라운드에서는 US오픈 우승자 저스틴 로즈(33·영국)가 절망의 1벌타를 받고 말았다.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 페어웨이에서 연습 스윙을 하다가 앞으로 날려 보낸 디봇이 공을 맞추는 바람에 그만 공이 움직이고 말았다.

베테랑 우디 오스틴(49·미국)은 PGA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14개의 클럽 제한 규정을 위반해 무려 4벌타를 받았다. 그날 오스틴은 연습장에서 새로운 티샷용 아이언을 테스트했다. 불행히도 오스틴은 라운드 전에 이를 골프백에서 빼놓는 것을 잊어버렸다. 3번 홀에서 그 클럽을 발견한 오스틴은 두 홀 동안 15번째 클럽을 소지한 것에 대한 벌칙으로 4벌타를 부과 받았다.

룰 위반 사건 하면 자주 등장하는 선수가 우즈다. 그는 올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의 2라운드 15번 홀에서 불법 드롭을 한 뒤 2벌타를 부과 받아 ‘특혜’ 시비를 불러일으켰다. 우즈는 이날 부정확한 스코어를 기록한 스코어카드에 사인한 뒤 제출했다. 이는 정상적으로 보면 실격 처리되어야 맞다.

우즈는 자신이 규칙을 어긴 것을 몰랐고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의 경기위원들도 뒤늦게 조사를 한 뒤에야 우즈의 규칙 위반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 우즈가 잘못된 곳에 드롭했다고 알려온 사람은 미국 시니어 프로인 데이비드 에드거였다.



김인경은 룰 바뀐 줄 모르고…그렇다면 우즈는 왜 실격되지 않은 것일까. 오거스타의 경기위원회는 비교적 새로운 규칙인 33조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그 조항은 실‘ 격은 위원회의 재량에 의해 면제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우즈는 이 조항에 힘입어 기사회생했지만 마스터스의 권위는 크게 떨어졌다. 이후 이 조항은 ‘타이거 구제 룰’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다.

4월 LPGA 투어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김인경(25·하나금융그룹)은 퍼트를 하려고 서 있을 때 공이 약간 움직이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플레이 동반자와 상의를 한 뒤 김인경은 스스로에게 1벌타를 부과했다. 김인경은 모르고 있었지만 2년 전에 규칙이 변경돼 ‘선수가 공을 움직인 원인이 되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실한 경우 그러한 상황에선 선수에게 벌타를 부과하지 않게 바뀌었다. 그러나 김인경은 바뀐 룰을 몰라서 벌타를 받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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