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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LIFESTYLE - 실리콘밸리 샌님들의 데이트 코드

culture LIFESTYLE - 실리콘밸리 샌님들의 데이트 코드

두뇌 뛰어난 일벌레들이지만 이성관계에서 감정 표현 서툴러 데이트 매너 빵점
캘리포니아주의 한 연상녀-연하남 독신자 파티에서 남녀가 대화를 나눈다.



토요일 밤 팰로 알토와 마운틴뷰의 경계에 자리잡은 음식점 ‘더 시(57달러짜리 광어 요리 전문!).’ 모르는 사람들은 실리콘밸리의 대규모 동성애자 모임이 열리는구나하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날 밤 이 고급 레스토랑에선 대략 5대1의 비율로 남자가 여자보다 많다. 그중 남자끼리 식사를 하는 그룹이 많다. 그러나 그런 취지의 만남은 아닌 듯하다. 대부분 자신의 안드로이드폰이나 아이폰을 열심히 들여다보거나 두드린다.

두 종의 휴대전화가 비슷한 비율을 이루는 듯하다. 구글과 애플 본사 모두 이 음식점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납득이 간다. 이곳에서도 일은 끝이 없는 듯하다. 첨단기술 벤처기업의 활력 넘치는 세계에선 재미가 끝이 없다는 말과 똑같다. 실리콘밸리에선 일이 곧 재미다. 재미가 곧 데이트를 의미하지 않는 한 말이다.

“(데이트의) 성공 확률은 높지만 상대가 별종들”이라고 이 모임의 많은 독신여성들은 탄식한다. 케이트 그리어는 스탠퍼드대를 나와 실리콘밸리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데이트를 많이 했다. “고등학교나 대학에선 이런 남자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을 여성들이 갑자기 작은 첨단기술 연못에서 대어 주변을 맴도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재미있다. 그들이 최고의 샌님과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만화에 등장하는 커다란 안경 쓴 작은 치킨 캐릭터처럼 생긴 남자 말이다.”

실리콘밸리의 무수한 성공담 중 엘론 머스크의 스토리가 그중 으뜸이다. 페이팰 공동창업자이자 전기자동차 발명가이며 달 여행 사업가다. ‘아이언맨(Iron Man)’ 영화 1, 2편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토니 스타크의 모델이 머스크였다고 존 파브로 감독은 말한다. 그 남아공 출신의 수수께끼 같은 인물은 분명 슈퍼히어로처럼 일하고 연기한다. 영화 스타는 아니지만 말이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물소개에 따르면 그는 4년 동안 한 번 휴가를 냈다. 2012년 8월 둘째 부인이던 배우 타룰라 라일리와 이혼하기 위해서였다. “데이트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며 머스크가 기자에게 물었다. “여자는 한 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원하는가? 10시간 정도?”

상당수 첨단기업은 여전히 남학생 사교클럽 같은 분위기가 강하다. 대다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른바 성인의 짝짓기 의식에 그렇게 유리한 환경은 아니다. “이들 기업에서 20대와 심지어 30대 초반의 문화는 일류대학의 기숙사 환경과 다르지 않다.” 멘로 파크에 있는 링크스 데이팅 서비스의 창업자이자 CEO인 에이미 앤더슨이 말했다. “프로젝트 팀은 하루 종일 일을 중심으로 어울린다. 살기 위해 일한다기보다 일하기 위해사는 셈이다. 따라서 모든 일을 함께 한다.”

앤더슨은 10년 전 최고의 이상형 벤처 자본가와 데이트를 망친 뒤 현재의 천직을 찾았다. 데이트 상대에게 왜 주변의 다른 여성들을 계속 유심히 살펴보느냐고 묻자 그는 “BBD를 찾는다”고 대답했다. 더 크고 좋은 거래(bigger, better deal)를 뜻하는 말이다.

그녀는 교양을 가르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고객들에게 적절한 데이트 매너를 익히도록 지도한다(2만~10만 달러의 수수료를 받는다). 게임 업체의 한 20대 프로그래머는 이성과의 만남에 극도의 불안을 느꼈다고 앤더슨은 회상했다. 그에게 포옹하는 법을 코치하고 첫 데이트에 자동차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설득해야 했다. 출퇴근 때 이용하는 자전거는 두고 나가도록 충고했다.

일부는 그런 분위기, 그리고 그 안에서 싹트는 로맨스를 영화 세트에 비유한다. 물론 영화보다는 장면이 훨씬 더 길지만 말이다. “실리콘밸리에는 일종의 패기가 넘친다”고 그리어가 말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그런 혈기에서 나온다. 코드만 있으면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변화를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패기가 넘치게 된다. 정장 차림의 진지한 남편을 원한다면 사업 개발 관계자와 결혼하면 된다.”

실리콘밸리 데이트 게임의 가장 큰 난제는 그 분야를 지배하는 성격에 있을지 모른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좌뇌형은 자기 안의 자아를 그렇게 빨리 끌어내 솔직하고 분명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교육 수준 높고 분석적인 내 고객들은 자신의 직업적 성공을 가져온 방법론을 종종 데이트에 적용하기도 한다”고 앤더슨이 말했다. “그 방식이 항상 통하지는 않는다. 이성관계에선 마음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엔지니어가 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실리콘밸리에서도 앞으로 데이트의 역학이 바뀔 듯하다. 컴캐스트의 엔지니어인 애덤 허츠는 “데이트 시장을 떠난 지 한참 됐다.” 그러나 그의 20대 자녀들은 그 세대에 속해 있다. 구글에서 근무하는 아들은 샌프란시스코의 산타클로스 축제(SantaCon) 행사에서 파트너를 만났다. “둘 다 정말 열심히 일한다”고 그가 말했다.

“일단 가족을 이루면 둘 사이의 관계에 신경 써야 한다.” 그의 딸은 미래의 물결 세대다. “뛰어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해 한 주 70시간씩 공부한다. 남자 친구는 식품 업계에 종사한다. 샌프란시스코만안 지역의 호황을 이루는 식당 업계에 농산물을 공급한다. “그들은 서로 얼굴도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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