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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덩이 재고 제값에 처리”

“골칫덩이 재고 제값에 처리”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해 수요·공급자 연결 가치 있는 제품·서비스 모두 취급



미국에 진출한 한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 1400대를 처분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시장 수요를 잘못 예측해 팔리지 않고 남은 재고였다. 처분 대상 모델의 장부가는 2500만 달러(약 266억원). 현지의 딜러에게 이 모델을 팔려면 50% 이상의 할인판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액티브인터내쇼날’이라는 회사가 나섰다. 이 회사는 장부가 그대로인 2500만 달러를 다 쳐주고 차를 샀다. 지불 방식은 독특했다.

이 회사에서 사용하는 ‘액티브머니’라는 이름의 가상화폐로 대신한 것이다. 액티브머니는 나중에 다른 회사의 재고 물건을 사거나 매체 광고를 할 때 광고비 대용으로 쓸 수 있다. 차를 판 자동차 회사는 나중에 2500만 달러어치의 액티브머니와 현금 7500만 달러를 더해 1억 달러 상당의 광고비를 지불했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이 8000만 달러를 주고 미디어 회사에서 싸게 사온 광고 지면이었다.



남은 선물세트, 빈 호텔방도 팔아줘액티브인터내쇼날은 액티브머니를 주고 산 차를 대형 렌터카 회사에 팔았다. 렌터카 회사는 900만 달러의 현금과 300만 달러어치의 남는 렌터카 이용권을 주고 차를 샀다. 결론적으로 자동차 회사는 재고를 처리하면서 한 푼의 손해도 보지 않았고, 렌터카 회사는 900만 달러로 자동차 1400대를 산 셈이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은 이렇게 기업의 재고를 처리해주고 중간에서 차익으로 수익을 내는 업체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1984년 이 회사가 미국에서 처음 도입했다. 현재 17개국에서 사업을 한다. 최근 유사한 업체가 많이 생겼지만 이 회사가 시장의 55%를 차지한다.

전종환(61) 액티브인터내쇼날코리아 대표는 “재고 처리 솔루션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수”라고 말했다. “눈을 크게 뜨고 보면 한 나라에서는 공급 과잉으로 팔리지 않는 물건을 다른 나라에서는 제값 받고 팔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행이 지난 옷을 중국에 판다거나, 안 팔리는 피처폰을 개발도상국에 파는 식이죠. 어긋난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게 액티브인터내쇼날의 재고 처리 비결입니다.”

이 회사는 2011년 한국에 진출했다. 전 대표도 이때 한국 지사장 격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2001년 액티브인터내쇼날에 합류해 미국에서 한국 기업을 상대로 일을 했다. 아직 국내 재고 처리 비즈니스는 태동 단계다. 고객사는 20곳에 불과하지만 액티브인터내쇼날코리아가 재고를 사고 발행한 액티브머니의 규모는 30억원에 달한다. 기업의 재고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기업에서는 액티브머니를 주로 광고비 용도로 쓴다”고 말했다.

광고 외에도 이 회사가 취급하는 물품은 별별 게 다 있다. 유통 기한이 지난 식품이나 단종된 모델의 부품처럼 가치를 상실한 것만 아니면 대부분의 물건을 장부가로 받는다. 의류나 명절 선물세트 같은 제조 회사의 물품뿐 아니라 예약이 없는 호텔 방이나 골프장 티타임 같은 서비스도 대상이다. 액티브머니로 구매 가능한 물품 목록은 고객에게 e메일로 보낸다.

다른 나라에서 파는 재고 물품도 확인 가능하다. 전 대표는 “재고를 한국에서 팔고 그 액티브머니로 독일에서 광고비로 쓸 수 있고, 반대로 독일에서 팔다 남은 재고를 처리한 비용을 한국에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해외에 진출하는 기업에게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액티브머니는 회계상 ‘외상매출’ 또는 ‘선급비용’으로 처리하면 된다”며 “기업에 재무적인 이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 입장에서는 부실자산을 제값을 받고 즉시 팔 수 있는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국내 고객사 수가 증가하고 취급하는 물건이 다양해지면서 관심을 갖는 기업이 늘었다”며 “광고 수요자인 B2C(기업-개인 거래) 기업의 70%를 참여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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