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ROPOLITAN POLICY - 열린 사회 구축에 앞장선다
METROPOLITAN POLICY - 열린 사회 구축에 앞장선다
화려한 건축물도, 아름다운 하천도 없었다. 부임 2년 째가 돼 가는 박원순 시장에겐 이름만 들어도 떠올릴 법한 큰 사업이 없다. 임기마다 ‘치적’을 하나씩 남겼던 지난 서울시장들과 다른 양상이다.
박 시장은 임기 초 “아무 것도 안 한 시장이 되고 싶다”던 자신의 말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아무 것도 안 한 시장”이란 말은 명예욕에 사로잡혀 뚜렷한 업적을 세우려 무리하는 대신 실질적인 민생을 챙기는 데 힘쓰겠다는 의미다.
박 시장은 6월 마포구청에서 열린 특강에서 “청계천 같은 큰 랜드마크에 연연하기보다는 시민들의 삶을 알뜰하게 챙기고 꼼꼼하게 살피는 시장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임기 초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한 무상보육,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시 산하기관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 등이 그렇다. 대형 토건사업처럼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은 없지만, 그런 사업보다 더 많은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박 시장이 치적 사업보다 더 신경을 쏟는 분야는 시정 체질 개선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열린 시정 2.0’이다. 국가안전·국방·개인신상 등 정보공개법이 정한 제한 항목 8개를 제외한 모든 행정정보를 시민에게 공개함으로써 투명한 시정을 이룩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2012년 8월 22일 ‘서울 정보소통광장’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각종 계획서, 보고서, 기안문 등이 포함된 내부 전자결재문서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현재 정보소통광장에는 국장급 이상 간부가 결재한 문서약 5만6000건이 공개돼 있다. 2014년 3월부터는 과장급 이상 직원의 결재 문서까지 공개할 계획이다.
내부 결재문서뿐만이 아니다. 정보소통광장과 함께 열린 시정 2.0의 양 축을 이루는 ‘서울 열린 데이터 광장’ 웹사이트에서는 서울시가 가진 공공 데이터가 모두 공개된다. 여기에는 버스 및 지하철 실시간 운행 정보, 주차 가능한 장소 및 요금 확인, 서울 시내 공연 및 행사 정보 등 일상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부터 부동산 실거래가, 건설공사 상황, 온실가스 배출량 및 수질 오염원 등 전문 정보까지 서울시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가 포함된다. 현재 교통, 환경, 도시관리 등 10개 분야 95개 시스템, 1098종의 데이터가 공개돼 있으며 2014년까지 157종, 1200여 개의 행정정보 원문 데이터를 단계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이같은 데이터는 활용이 자유로워 콘텐트 산업 육성에도 큰 기여를 한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공공 데이터는 ‘서울버스’앱 처럼 시민 생활과 밀접한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거나 인터넷 웹서비스를 만드는 데 활용 가능하다. 시민 누구나 데이터를 활용해 스마트폰용 앱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사이트에 예제까지 포함된 개발자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스스로도 데이터 활용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시가 9월 선보인 심야버스 7개 노선은 최신 빅데이터를 활용해 실수요를 예측했다. 올해 3월 1달 간 자정~05시까지 이용된 민간이동통신사 KT의 통화량 데이터 30억 건을 분석한 결과, 심야시간대 강남·홍대·동대문·신림·종로 등에 유동 인구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시가 당초 계획했던 6개 노선의 일부 운행구간을 조정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울시 심야버스는 안전행정부가 주최한 ‘지방행정정보화 연찬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서울시 심야버스는 하루 약 5300 명이 이용하고 자체 조사 결과 시민 만족도 90%를 기록하는 성공을 거뒀다. 심야버스의 성공은 적절한 빅데이터 사용에 시민들의 의견개진이 더해진 결과다. 박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심야버스는 “어느 대학생이 인터넷에 제안한 것을 제가 페이스북에 올려 3만여 명의 지지를 받았고, 시민의 각광을 받으며 9개 노선으로 확대 운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통해 시민의 의견을 직접 수렴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접수된 시민의 의견은 서울시 소셜미디어센터로 수집돼 검토 및 조치가 이뤄진다. 서울시측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센터를 통한 민원 처리율은 98%에 달한다.
‘열린 시정’을 향한 박 시장의 굳은 의지로 인해 서울시는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시민에게 공개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민의 의견을 빠짐없이 접수하는 ‘열린 사회’로 거듭났다. 그 어떤 랜드마크보다 값진 성과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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