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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OSCARS 2014 - 성차별과 밀실공작?

culture OSCARS 2014 - 성차별과 밀실공작?

여성 감독들이 만든 다큐멘터리 '블랙피시'와 '스토리즈 위 텔'이 후보에 모르지 못하면서 선정 과정의 의문 제기돼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와 셰릴 분 아이잭스 아카데미 회장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를 발표하고 있다.



2014 아카데미상 후보가 발표됐다. 예상대로 ‘아메리칸 허슬’과 ‘그래비티’가 각각 10개 부문에서 후보에 선정되면서 선두로 올라섰고 ‘노예 12년’이 9개 부문에 이름을 올려 그 뒤를 쫓았다.

작품상 후보에 오른 장편영화 9편이 모두 남자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 또한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요즘 할리우드 영화제작자들과 평론가들 사이에선 성불평등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오간다. 하지만 흥행 순위나 시상식과 관련된 소문에서 여자 감독의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는 현실은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10년 캐스린 비글로우가 여자 감독으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 감독상(‘허트 로커’)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그녀의 역사적인 승리가 여자 감독들에 대한 인식 증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올해 여자 감독이 만든 장편영화 중 작품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을 보인 유일한 작품은 니콜 홀로프세너의 ‘이너프 새드’였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평론가들로부터 96%의 지지를 받았지만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아카데미에선 단 한 부문에서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는 여자 감독들이 선전할 것으로 기대됐다. 올해 가장 평이 좋고 영향력이 막강했던 다큐멘터리 중 두 편(‘블랙 피시’와 ‘스토리즈 위 텔')이 여자 감독들의 작품이었다. 나를 포함해 아카데미 후보 지명 결과를 예측하는 많은 사람이 두 작품 모두 후보에 오를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두 작품 중 한 편도 후보에 선정되지 못했고 그보다 덜 알려진 ‘스퀘어’(여자 감독 제하네 누자임의 작품)가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 그러니까 여자 감독의 작품이 한 편도 후보에 오르지 못한 건 아니다.

사라 폴리의 ‘스토리즈 위 텔’과 가브리 엘라 카우퍼스웨이트의 ‘블랙피시’는 성격이 판이한 작품이다.

‘스토리즈’는 다큐멘터리답지 않게 가족의 비밀이라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제로 한 반면 ‘블랙피시’는 시월드(Sea World) 파크에 갇혀 쇼를 공연하는 동물들이 처한 위험하고 비윤리적인 상황을 고발한다. 이들 작품이 좋은 평을 받았음에도 아카데미상 후보에서 제외된 것은 여자 감독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아카데미의 성향을 증명하는 듯하다.

“아카데미가 ‘스토리즈 위 텔’ 등 여성 감독들의 훌륭한 다큐멘터리 작품을 외면한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여성 영화감독들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위민 메이크 무비즈’의 대표 데브라 짐머맨이 말했다. “픽션 영화 작품상 후보에 오른 9편 중에 여성 감독의 작품이 단 한 편도 없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지금이 2014년 맞나?”

‘블랙피시’가 후보에서 제외된 데는 기업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블랙피시’로 인한 언론의 혹평으로 시월드 엔터테인먼트는 재정에 타격을 입은 듯하다(회사 측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폭스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시월드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던 몇몇 뮤지컬 극단이 공연을 취소했고, 지난 6개월 동안 시월드의 주가가 약 25%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1월 16일(시월드 엔터테인먼트 측이 펭귄 두 마리를 동원해 뉴욕 증시의 폐장을 알리는 종을 친 뒤 이틀 만이다) 주가가 5.6% 올랐다. 그리고 적어도 한 분석가에 따르면 아카데미가 ‘블랙피시’를 수상 후보에서 제외시킨 것이 시월드 주가의 반등에 도움을 준 듯하다.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AMPAS)가 ‘블랙피시’를 다큐멘터리상 후보에서 제외시킨 것은 놀라운 일이다.” 투자금융회사 FBR&CO의 애널리스트 바튼 크로켓이 스트리트 인사이더(월 스트리트 뉴스 전문 사이트)에 말했다. “이를 계기로 ‘블랙피시’와 연관된 시월드의 부정적 이미지가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듯하다.”

“시월드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카데미가 ‘블랙피시’를 후보에서 제외시킨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크로켓은 말했다. “이 영화가 대중에 노출될 기회를 줄임으로써 봄 시즌이 시작될 때 공원 입장객 수가 감소할 위험이 낮아진다.” 시월드의 주가가 반등했다는 사실만으로 이 회사가 아카데미를 상대로 밀실공작을 펼쳤다고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일각에서는 그렇게 의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카데미상 후보 발표가 있은 직후 트위터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들이 올라왔다. "시월드가 아카데미를 매수해서 ‘블랙피시’를 후보에서 제외시키는 데 성공한 것을 축하한다.” “2013년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화제에 올린 유일한 다큐멘터리 ‘블랙피시’가 후보에 선정되지 못한 것은 순전히 시월드의 농간이다.”

플로리다주 올랜도(시월드의 본부가 있는 곳)에서 발행되는 경제 일간지 올랜도 비즈니스 저널은 지난 1월 초 독자들을 상대로 ‘블랙피시’가 시월드의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는지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 대다수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나중에 응답자의 54%가 시월드 엔터테인먼트에 속한 동일한 IP 주소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사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그 응답자들은 시월드의 종업원으로 “다른 사람들만큼 조사에 응할 권리가 있는 개인”의 자격으로 답변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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