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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scope MEET THE AMBASSADOR - “한국과 호주 포함하는 중 견국 협의체 만든다”

periscope MEET THE AMBASSADOR - “한국과 호주 포함하는 중 견국 협의체 만든다”

윌리엄 패터슨 주한 호주대사, “가치 공유하는 양국은 상호 국익 실현 위해 연대해야”
윌리엄 패터슨 주한 호주대사는 한국과 호주가 생각처럼 먼 나라가 아니며 정치, 경제 분야에서도 아주 가깝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은 호주라는 나라 이름을 들으면 아마 십중팔구 캥거루를 떠올릴 것이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같은 명소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이국적인 동물들과 서유럽을 연상케 하는 도시 풍경, 영어를 사용하는 백인 인구들 때문일까? 한국인에게 호주는 마치 미국이나 유럽처럼 먼 나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호주는 생각처럼 먼 나라가 아니다.” 2월 13일 주한 호주대사관에서 만난 윌리엄 패터슨 주한 호주대사는 인터뷰 중 여러차례 한국과 호주 간 거리를 강조했다. “호주 남쪽 지역인 시드니까지도 10시간이면 도착하고, 북부 지방에 가는 데는 8시간 정도 걸린다. 무엇보다 한국의 정남쪽에 위치한 덕분에 시차가 거의 없어 편안한 여행이 가능하다.” 한국과 호주의 시차는 지역에 따라 아예 없는 경우도 있으며 있더라도 1~2시간 정도다.

패터슨이 한국과 호주가 멀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한 데는 이유가 있다. 두 나라는 거리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분야에서도 아주 가깝다. “호주는 한국의 오랜 협력 국가다. 6·25 전쟁 때부터 한국을 도왔다. 한국과 호주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할 뿐 아니라 같은 중견국이라는 점에서 협력의 여지가 많다.” 2012년 기준으로 호주의 GDP는 1조5859억 달러로 세계 12위, 한국 GDP는 1조1635억 달러로 세계 15위다. 양국 모두 작지 않은 경제규모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기후변화 등 국제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한다는 점에서 명실공히 중견국가다.

패터슨은 호주 테러방지대사로 오랜 기간 활동하고 태국, 일본, 미국 등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며 국제관계 및 안보전략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외교안보 전문가다. 그는 오랜 외교관 경력을 바탕으로 “중견국의 경우 국가 역량이 선진국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연대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얼마 전 모습을 드러낸 MIKTA(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호주로 구성된 중견국 협의체)가 바로 그런 연대의 일환이다.

2013년 9월 출범한 MIKTA는 아직 각국의 공통적인 관심 사안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현안을 논의할지를 두고 의견을 모으는 태동기에 있다. 패터슨은 “중견국이 자국의 이익을 실현하려면 여러 국가와 연대해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주요 협력국과의 양자 관계를 증진시키는 동시다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대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같은 강대국의 영향력을 무시하기는 어려운 중견국의 입지를 최대한 고려해 양자주의와 다자주의 사이에서 전략적인 입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비슷한 입지에 위치한 한국과 호주 간 관계 증진도 그래서 필수적이다. 한국이 2013년 7월 호주와 외교·국방장관 회담을 가진 것은 양국이 서로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준다. ‘2+2회담’이라고도 불리는 이 회담은 국제정세와 국가안보를 두고 양국이 주요 현안을 심도 깊게 논의하는 자리다.

중요도에서 정상회담 바로 다음으로 꼽히는데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국가가 아니면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한국이 2+2회담을 가진 국가는 미국을 제외하면 호주가 처음이며, 박근혜 정부로 한정하면 호주가 유일하다. 이 회담에서 양국은 북한에 국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면서 연합훈련 확대, 군사협력강화 등 동북아 지역의 평화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패터슨은 양국이 2+2회담을 가진 것을 두고 “지금까지의 우호 증진 과정을 봤을 때 당연한 결과”라고 평했다. 패터슨은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국과 호주의 군사협력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한편 “호주는 한국으로 군을 파견해 합동훈련을 치렀지만 한국군은 호주에 오기를 어려워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국이 호주를 멀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본다. 북한과 마주한 한국의 안보상황이 더 어려운 탓도 있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규모가 세계 15위에 달하는 중견국이다. 한반도를 넘어서 보다 국제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한국은 지금도 유엔평화유지군에 참여하며 세계 곳곳에 파병하고 있지만 그런 역할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호주가 동북아 평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그만큼 이 지역이 호주의 발전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패터슨은 “한국은 호주의 네 번째로 큰 무역 상대국”이라고 말했다. “호주의 주요무역 상대국은 규모 순으로 중국, 일본, 미국, 한국이다. 미국을 제외한 세 나라가 동북아권 국가다. 그래서 동북아의 성장과 안정, 번영은 호주의 국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호주는 한국과의 무역에서 지난 수십 년 간 흑자를 유지했다. 2013년 한국의 대 호주 수출액은 95억6000만 달러인데 비해 수입액은 200억 달러였는데, 이는 호주 입장에서 약 10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수지 흑자다.

오랜 진통 끝에 2013년 12월 한-호주 FTA 협상이 타결되면서 양국 무역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패터슨은 한-호주 FTA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리라고 내다봤다. “한국과 호주의 산업은 상보적이다. 한국은 호주에서 많은 양의 원자재와 에너지 자원, 농축산물을 수입하는 반면 호주는 한국으로부터 자동차부품이나 전자제품 등을 수입한다.”

특히 이번 한-호주 FTA는 자동차, TV, 냉장고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관세를 발효 즉시 철폐하도록 돼 있어 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호주 자동차 시장을 30% 가까이 점유한 일본 자동차 업계와의 경쟁도 용이해졌다.

물론 한국에 마냥 유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호주의 주력 수출품목인 농수산물에 대한 관세도 함께 철폐되기 때문이다. 현재 호주 쇠고기에 붙는 관세는 약 40% 수준이지만 FTA가 발효됨에 따라 매년 줄어들어 2030년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광우병 논란으로 국민들이 소비를 꺼렸던 미국산 쇠고기와 달리 ‘청정우’로 자리잡은 호주산 쇠고기의 가격 인하가 일으킬 여파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패터슨은 이에 대해 “5000만 인구가 비교적 작은 영토에 집중돼 있으면서 산지도 많은 한국은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없기 때문에 수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수입식품에 더 관심을 보이는 한국인들의 소비성향도 고려해야 한다.”

양국의 지정학적 관계에 비해 비교적 부진한 투자 분야에서는 FTA가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패터슨은 “FTA에 포함된 투자자 국가소송제(ISD) 덕분에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한국의 강한 규제로 인해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호주인이 많다”며 한국 정부가 규제를 보다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호주에 대해 무역수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매년 막대한 흑자를 기록하는 호주의 교육 및 관광산업이다. 2013년도 호주의 대 한국 교육 분야 수출액수는 6억3630만 달러, 관광 분야 수출액은 5억7000만 달러로 도합 12억 달러에 달한다. 9000만 달러에 불과한 이 분야 대 한국 수입액과 비교가 되지 않는 수치다.

2013년 초·중·고 학생을 제외한 호주 유학 한국인 수는 1만7256명으로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유학생 수 4위를 차지했다. 워킹홀리데이비자 발급이 비교적 용이하고 거리도 타 영어권 국가에 비해 가까워 많은 한국 학생이 어학연수지로 호주를 택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선 호주 유학에 빨간불이 커졌다. 2013년 11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아 호주 브리즈번에 거주하던 한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12월에는 20대 한인 남성이 피살당하면서 ‘호주는 위험한 국가’라는 인식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호주는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고 아시아인은 무차별 범행의 대상이 되기 쉽다’는 설도 일부 언론을 통해 퍼졌다.

패터슨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호주에서 특정 인종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빈발한다는 한국 내 일부 언론의 보도는 잘못됐다”고 잘라 말했다. “2013년 11월 비극적으로 살해당한 한인 여성의 경우 새벽 4시에 인적이 드문 공원을 혼자 지나가다 변을 당했다.” 패터슨은 이 사건의 가해자가 인종주의자가 아니며 이는 단지 우발적인 사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호주가 심각한 인종차별 국가라는 생각은 사실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호주의 인구 25%는 이민자이며, 그 대부분은 아시아에서 왔다. 큰 도시에 가보면 마치 아시아 국가에 온 듯한 생각이 들 정도다. 범죄율도 한국보다 낮다. 물론 그럼에도 범죄는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아시아인이 희생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시아인만을 대상으로 범죄가 일어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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