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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중국 해외 관광객 - 씀씀이 세계 1위 요우커(중국인 해외 관광객) 지갑 열어라

늘어나는 중국 해외 관광객 - 씀씀이 세계 1위 요우커(중국인 해외 관광객) 지갑 열어라

중국보다 해외에서 돈 더 많이 써 … 중국 SNS 활용, 맞춤형 서비스 개발 필요
2월 2일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면세점에 춘절 연휴를 맞아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연휴가 2월 6일 끝났다. 공식적인 연휴 기간은 1월 31일부터 2월 6일까지였지만 열흘에서 보름 이상 장기 휴가를 즐기는 직장인도 많았다. 해마다 춘절 연휴를 맞아 해외 여행을 떠나는 중국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 중국의 해외 여행자 수는 2010년 사상 처음으로 5000만명을 넘어선 후, 해마다 두 자리 증가율을 보인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400만명이 늘어난 9700만명이 해외로 떠났다. 중국어로 관광객을 뜻하는 ‘요우커(遊客)’는 한국에서도 친숙한 단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요우커의 씀씀이다. 해외에서 많은 돈을 쓰는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한 비즈니스가 한창이다. 지난해 4월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중국의 해외 관광객 수가 2012년 세계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요우커가 해외에서 뿌리는 돈은 2010년 540억 달러에서 2012년 1020억 달러로 2년 사이에 두 배로 늘었다. 독일인이나 미국인보다 더 많은 돈을 썼다.

유럽 사치품 시장의 50% 가까이를 중국인이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구매력을 지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런더 해크니지역 버버리 아울렛을 찾는 평일 고객 중 75%가 중국 관광객이다. 이 신문은 영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의 연간 소비액이 3억 파운드(약 5100억원)라고 보도했다. 해외에서 요우커는 ‘걸어 다니는 지갑’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을 찾는 요우커도 해마다 급증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430만명으로 부동의 1위였던 일본 관광객 수를 추월했다. 이 중 순수 관광객은 320만명이다. 지금 추세라면 2020년에는 방한 요우커 1000만명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춘절 기간 방한한 중국인이 지난해보다 1만 명 늘어난 8만명으로 추산했다. 이들이 한국에서 쓴 돈만 18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0월 중국이 저가 단체 관광을 규제하는 ‘여유법(관광법)’을 시행하면서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나왔었다. 중국 여행업계의 과열경쟁과 시장질서 문란으로 불만이 폭주하자 관계 당국이 규제의 칼을 빼 든 것이다. 이 법의 시행으로 여행사는 원가 이하의 여행상품으로 모객 행위를 할 수 없고, 단체관광 상품에서 쇼핑 장소를 지정하거나 강압적인 방식으로 쇼핑을 강요할 수 없다. 법이 정확하게 적용되면 여행상품 비용이 평균 20~30%, 최대 100% 비싸진다. 기존 저가 패키지여행 이용 고객의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영국 FT, ‘요우커는 걸어 다니는 지갑’하지만 여유법 시행 효과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 기업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상유정책, 하유대책(上有政策, 下有對策)’이 있다. 정부가 규제를 하면 기업은 대비책을 마련해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중국 단체관광객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중국의 지방을 중심으로 저가 패키지 여행의 수요가 여전히 많아 여유법이 시행되더라도 기존의 관행이 완전히 근절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여유법 시행 직후 주춤했던 요우커가 다시 한국에 몰려왔다. 지난해 12월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8만1000여명이다. 여유법 시행 직후인 11월 6만7168명에 비해 20.6%가 늘었다. 올 1월 제주도를 찾은 요우커는 8만4210명이다. 지난해 같은 달(5만1606명)과 비교하면 63.2%가 늘었다. 올 춘절 연휴에는 지난해 3만6488명에 비해 23% 증가한 총 4만5000여명이 제주 방문을 예약했다.

시진핑 정부의 부패척결 의지로 명품업계 매출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현장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 중국 본토가 아닌 해외 명품시장은 큰 타격을 입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사치품 구매지역은 그동안 중국 중심에서 점차 해외로 옮겨가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자국 내 사치품 구매비중은 2011년 34%에서 지난해 20%로 하락한 반면 해외에서의 사치품 소비 비중은 전체의 50%를 넘어섰다.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방한 요우커의 소비 또한 매년 증가 추세다. 2012년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요우커의 1인당 평균 소비액은 일본의 70달러보다 많은 11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롯데면세점이 밝힌 매출 통계를 보면 중국인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80%가 증가한 것과 달리 일본인 관광객의 경우 30%가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앞으로 요우커의 한국 여행은 단체여행 비중이 줄고 개별 자유여행이 늘어날 전망이다. 자유 여행객의 경우 여행 및 관련 서비스 품질에 대한 요구가 훨씬 까다롭게 마련이다. 자유여행 수요를 겨냥한 고품질·고부가가치 관광상품을 적극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요우커가 한국을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로 인식하려면 상대적으로 취약한 관광산업 인프라와 먹을거리 개선도 시급하다. 숙박시설 부족으로 모텔이 관광호텔로 둔갑하는가 하면 찜질방을 게스트하우스로 속여 관광객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여행 중 식사가 가장 불편하고 어려웠다는 중국 관광객의 불만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부가가치가 더 나은 관광·소비 자원을 개발하는 것도 급선무다. 테마 쇼핑형 관광지 및 쇼핑 전용 시티투어 코스 개발이 필요하다. 문화체험 목적의 해외 여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류의 본원지에서 해당 문화를 체험하고 의미를 파악하는 문화체험 관광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영화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연계상품 개발 확대가 시급하다.



단체여행 비중 줄고 개별 자유여행 늘어중국인 관광객의 취향과 특성에 맞춰 ‘요우커 특화’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서울 강남의 한 특급호텔은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8을 이용한 메뉴를 만들어서 중국인의 호평을 받았다. 새우를 비롯해 각종 해산물과 야채를 각각 8가지씩 준비해 제공하는 신메뉴다. 서울 모 호텔은 중국인들이 심리적으로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중국인 전용층까지 만들었다. 객실에는 중국어로 된 안내 책자와 관광지도까지 다양하게 갖춰놓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여행사 주도의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으로 바뀌면서 점차 온라인 마케팅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 여행 관련 정보를 지인이나 입소문을 통해 입수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를 활용한 한국 홍보도 강화해야겠지만 궁극적으로 중국판 페이스북인 웨이보,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SNS의 영향력과 파급효과가 갈수록 커져간다는 점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중국인을 푸대접하고, 돈 줄 때만 미소 짓는 모습은 SNS를 통해 급격히 확산될 수 있다. 중국 관광객을 무시하거나 봉으로만 인식하는 행위는 결국 반한·혐한 분위기로 이어져 한국에 대한 이미지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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