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가격 싼 온라인 거래 붐 - 해외 직구 금액 1년 새 50% 늘어
중국도 가격 싼 온라인 거래 붐 - 해외 직구 금액 1년 새 50% 늘어
G마켓의 1년치 매출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을 하루에 거래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있다. 중국 C2C 온라인 쇼핑시장의 96%를 점하는 타오바오다. 한국에서 빼빼로데이라 부르는 11월 11일은 중국에서 ‘광군제(솔로의 날)’로 불린다. 해마다 이때면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반값 할인행사와 같은 치열한 판촉전이 펼쳐진다. 중국 소비자들은 이날을 ‘온라인 쇼핑 데이’라고도 부른다.
지난해 광군제 때 타오바오의 하루 거래액은 350억 위안(약 6조3000억원)이었다. 타오바오의 경영진조차 놀랄 정도로 많은 거래가 단 하루 만에 이뤄졌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가 선정한 ‘2013 최대 검색어’ 순위에서 타오바오는 2위에 올랐다. 온라인 쇼핑에 대한 소비자의 뜨거운 열기가 반영된 결과다.
중국 소비자의 온라인 쇼핑이 파죽지세로 늘고 있다. 중국의 온라인 소매시장 규모는 2008년 1208억 위안에서 2012년 1조3030억 위안으로 커졌다. 4년 만에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42%가 성장한 1조8500억 위안을 기록했다. 이 속도대로면 2017년에는 4조1400억 위안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 쇼핑 붐의 가장 큰 동력은 인터넷 사용 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구매력의 증가다. 지난해 중국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6억1800만명에 달한다. 인터넷 보급률은 46%다. 아직 한국(84%)과 미국(81%)에는 못 미치는 보급률이지만 성장 잠재력은 단연 세계 최고다.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모바일 기반의 쇼핑 증가다. 중국의 모바일 쇼핑이 전체 온라인 쇼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1.5%에서 지난해 9.1%로 늘었다. 2년 새 6배로 증가했다. IT 시장조사 전문기관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1676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65% 늘었다.
금액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PC 기반 온라인 쇼핑이 주류다. 하지만 모바일 쇼핑 시장 규모의 증가 속도가 워낙 빨라 2017년에는 1조 위안 수준에 근접할 전망이다. 전체 온라인 쇼핑 시장의 25% 정도를 모바일이 담당한다는 뜻이다.
스마트폰 사용자 증가와 전자상거래 업체의 적극적 마케팅이 효과를 봤다. 지난해 중국의 스마트폰 보급량은 전년 대비 60% 증가한 5억8000만 대를 기록했다. 중국이 최근 4세대(G)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3G 서비스 요금이 상당히 싸졌다. 3G 단말기 보급이 좀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기존 전자상거래 업체의 노력도 빛을 보고 있다. 타오바오를 비롯한 티몰·징둥상청·VANCL·1하오덴(1號店) 등 온라인 쇼핑몰은 모바일 쇼핑 매출을 늘리기 위해 각종 판촉 이벤트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광군제 때 타오바오의 모바일 거래실적은 53억 위안이다. 전체 온라인 거래 금액의 21%다.
중국 온라인 쇼핑에 불고 있는 또 하나의 거대한 바람은 해외 직접 구매족(이하 해외 직구족)의 증가다. 직구족은 가격 거품을 피해 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이 전 세계 쇼핑몰의 큰 손으로 떠오르면 세계의 지갑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중국전자상무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해외 직접 구매 금액은 747억 위안으로 전년도 483억 위안 대비 54%가 늘었다. 중국 소비자들이 해외 사이트에서 주로 구매하는 제품군도 다양하다. 화장품이 22%로 가장 많고 분유(18%), 가방(12.5%), 신발·모자(10.2%), 의류(9.1%), 전자제품(7.6%) 등이 뒤를 잇는다.
중국에서 해외 직구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중국의 한 시장조사기관이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해외 직구의 주요 동기로 ‘저렴한 가격’을 꼽는 사람이 40%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중국 내에서 구하기 힘든 희소성 높은 제품을 얻을 수 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해외 구매대행 때 가장 큰 불만사항은 장기간의 배송시간과 환불·반품조치 불편이 9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국 정부는 온라인 전자무역도 적극 권장한다. 불법적인 해외 대행구매의 양성화가 시급하다고 본다. 자국 온라인상에서 구매 결제된 수입제품에 대해서 통관·물류 우대정책을 적용한다. 해외 원정 소비를 억제하고 국내 소비로 유도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를 위해 수출입 절차를 대폭 개선하고 증치세(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등 전자상거래무역(e-무역)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 특히 중국 내륙교통 요충지인 허난성 정저우는 중앙정부로부터 e-무역 시범사업 지역으로 지정됐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직접 구매방식 온라인 전자무역 사업이 활발하다.
허난성 정부는 해외 수입제품에 대해 CCC(중국강제인증)·SFDA(중국식품약품감독관리국인증) 요건을 완화하는 강수를 뒀다. 해당 제품 수출을 계획하고 있지만 인증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또 신속한 배송 인프라를 갖춰 배송시간 관련 불만을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중국 알리바바·360Buy 등도 허난성 정부와 물류배송기지를 구축하는 등 전자상거래 업체의 행보도 빨라졌다.
박근혜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온라인 수출액을 지난해 2500만 달러에서 2017년까지 1억 달러로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내놨다. 수출시장 다변화를 꾀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허난성, 한국 제품 직구 돕기 위해 검역 면제도최근에는 중국 소비자들이 합법적인 유통 경로인 온라인 직접 구매를 통해 한국산 제품을 일주일 이내에 배송 받을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코트라는 올 1월 허난성 정부와 전자무역거래에 관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중 온라인 직접 구매유통 사업도 추진 중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허난성 정저우 보세물류센터가 중국식품약품감독관리국인증(SFDA) 미취득 제품이라도 정식 통관·유통을 2015년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키로 한 것이다.
중앙정부가 지정한 5개 전자상거래발전 시범도시 가운데 하나인 허난성 정부의 행정지원으로 검역을 면제해주는 것이다. 그간 인증과 허가증 취득에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중소기업에는 절호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또 지금은 중국에 진출하지 않았지만 향후 진출할 계획이 있는 한국 기업에게는 테스트 마켓으로 온라인 채널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반대로 중국 소비자들은 복잡한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오리지널 한국 제품을 안전하고 빠르게 구매할 수 있다. 중국 소비자와 국내 기업이 윈-윈하는 대표적 상생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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