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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INE - 독으로 통증을 다스린다

MEDICINE - 독으로 통증을 다스린다

‘독소공학’이라는 새 기법을 이용해 타란툴라 거미 독으로 진통제를 만들 수 있다
고통 정보가 전달되는 경로를 독액 분자 중 일부가 비활성화해 고통을 차단하는 효과를 낸다.



말벌에 쏘이거나 독사에 물려본 사람이라면 독이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안다. 이들 독액 중 일부는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뱀에 물려 죽는 사람만 1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독이 극심한 고통을 유발할 수 있는 반면 정반대 효과도 있다. 한 과학자팀이 독의 개발되지 않은 잠재력을 이용해 그런 효과를 얻는 방법을 새로 찾아냈다.

생물학자들의 추산에 따르면 독을 지닌 생물은 17만3000종이다. 도마뱀·거미·물고기 심지어 오리너구리도 있다. 수천만 종으로 여겨지는 갖가지 단백질과 펩티드를 혼합한다. 졸탄 타칵스는 뉴욕에 있는 세계독소은행의 대표다(연구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특정한 독액 속의 분자마다 제각기 표적이 있다고 설명한다. 세포막의 이온 통로(ion channels)로 불리는 구멍들이 그런 표적이다. 신경세포 사슬을 따라 달려가는 날카로운 고통 등의 정보가 그 구멍을 통해 드나든다. 독액 분자 중 일부가 그런 경로를 비활성화해 고통을 차단하는 효과를 낸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수백만 개의 분자 중 무엇이 그런 효능을 나타낼지 일일이 시험해 보기 전에는 알 길이 없다. 연구팀은 2000개에 육박하는 분자를 검사해 20종 미만의 약을 만들어냈다. 그중 하나가 지코노타이드(Ziconotide)라는 진통제다. 열대 고둥의 독액에서 추출했다.

마이클 N 니타배크는 예일대에서 세포 및 분자 생리학과 유전학을 가르치는 부교수다. 독액 실험을 가속화하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독소공학(toxineering)’이라는 방식을 새로 개발했다. 고통과 직결된 채널의 잠재적인 차단 분자를 식별해내는 방식이다. 여러 종의 거미가 만들어낸 100종의 독소로 테스트를 했다. 그리고 일치하는 분자를 찾아냈다. ‘페루 그린 벨벳 타란툴라’ 거미가 생성하는 한 분자가 TRPA1의 작용을 억제했다. TRPA1은 특정 유형의 만성 통증을 유발하는 이온 채널이다.

그렇다고 당장 페루 타란툴라 거미 추출액이 약국 판매대에 아스피린과 나란히 진열되리라 기대해선 곤란하다. 하나의 약품을 개발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리고 “현재로선 배양접시도 벗어나지 못한 단계”라고 니타배크가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래도 그는 제약회사들과 협의하기 시작했으며 독소공학 규모를 확대해 앞으로 수천 종의 독액 검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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