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C3코리아 진무두 대표
사회적기업 C3코리아 진무두 대표
진무두(37) C3코리아 대표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명함을 건넬 때 ‘저는 머리가 없는 사람(無頭)’이라고 소개한다. 아버지가 지어준 원래 한자는 ‘곡식이 무성하다(茂斗)’다. 하는 일이 번창하라는 의미지만 이렇게 소개하면 손쉽게 기억한다. 그는 명함을 내밀 때마다 ‘머리가 없는 것처럼 잔머리로 인생을 살지 말자’고 마음 속에 새긴다.
그는 올해 3월 사회적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는 C3코리아를 설립했다. 자동차의 내·외장을 관리하는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노숙자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을 고용한다. C3는 세차(CLEANING)·코팅(COATING)·케어(CARE:실내 탈취와 선팅)에서 따왔다.
진 대표는 대학 시절(대유공전 전기과) 학비를 벌러 건설 공사판에서 이른바 ‘노가다’를 했다. 당시 길거리 노숙자를 보면 ‘사지가 멀쩡한데 막노동이라도 하면 되지, 천성이 게을러 노숙자가 된 거야’라는 평범한 인식뿐이었다. 막노동은 하루만 해도 삭신이 쑤시는 고된 일이라는 것도 그때 체험했다. 건강한 정상인이 아니면 막노동은 사실상 꿈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이다.
노숙자 자립 지원 <빅이슈코리아> 창간 빅이슈코리아>2002년 2월 대학을 졸업하고 잡은 첫 직업은 복사기 영업직이었다. 평소 사회봉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영업사원 4년째 되던 해 지인의 소개로 노숙자 배식 자원봉사를 했다. 이때가 인생의 전환점이다. 배식을 하면서 유심히 봤더니 노숙자 상당수가 공사판에서 신는 안전화를 착용했다.
“궁금해서 물어봤죠. 그랬더니 ‘당장 오늘이라도 일감이 들어오면 일 나가야 하니까’라고 답하더군요. 문제는 노숙자들의 건강 상태예요. 건강한 정상인도 막노동이 힘든데 노숙자 대부분이 영양실조 상태거든요. 미장 일의 경우 하루 2000번 정도 위아래로 팔을 써야 합니다. 굶다시피 하는 노숙자들이 막노동을 하다 결국 관절염 같은 질병을 얻고 일을 못하게 되는 것이죠.”
그는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노숙자 재활의 길을 선택한다. 2006년 2월 노숙자 자립을 지원하는 비영리 민간단체인 ‘거리의 천사들’에 들어가 자립지원팀장을 맡았다. 그러면서 그가 소스라치게 놀란 것은 ‘중산층도 누구나 순식간에 노숙자가 될 수 있다’는 사회구조였다.
“젊은 노숙자 상당수는 2000년대 초 거리에서 신용등급 조회없이 무작정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게 화근이 된 경우가 허다했어요. 재미로 써 본 신용카드 대금 만기가 닥치고 연체로 이어진거죠. 이후 카드 빚에 쫓기면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고시원 쪽방 생활을 하다 노숙자로 눌러앉은 겁니다.”
진 대표는 “정부의 노숙자 통계는 2만명이라고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상 노숙자와 다름없는 고시원 쪽방 생활자를 합치면 20만명이 넘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노숙자 재활을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모두 국내 처음으로 열린 행사다.
2010년 8월에는 노숙자 축구팀을 구성해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했다. 이어 2011년 12월에는 홈리스 발레단을 만들어 호두까기인형을 공연했다. 물론 서울발레시어터의 재능기부 덕분이었다. 2012년 11월에는 서울시와 함께 노숙자를 위한 의류기증행사 ‘더빅드림’을 기획했다.
2010년 초 또 다른 인생의 전기가 찾아온다. 노숙자 자립을 돕는 전 세계 조직인 영국의 <빅이슈> 매거진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이 잡지를 창간한 존 버드에게 ‘한국에서도 만들고 싶다’고 연락해 영국 런던을 찾아 한국판 창간 계약을 했다. 그 해 4월 <빅이슈코리아> 를 창간했다.
100페이지씩 격주로 1만부 발행되는 빅이슈는 20,30대 타깃의 소셜 엔터테인먼트 잡지다. 제작 비용은 대부분 재능기부로 충당한다. 종이는 무림제지에서 사회공헌 사업으로 무상으로 지원받는다. 인쇄도 원가 수준인 400만원 정도 들어간다. 외부 원고는 모두 재능기부다.
그는 처음 노숙자를 교육시켜 판매원으로 내보내는 판매국장을 맡았다. 서울의 지하철역 부근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붉은 조끼를 입은 빅이슈 판매원(약자로 ‘빅판’)을 흔히 볼 수 있다. 잡지 가격은 5000원인데 2500원이 빅판 몫이다. 빅이슈코리아는 지난해 5월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지금까지 거쳐간 빅판 200여명 가운데 30명 정도가 임대 아파트에 입주하고 가족을 되찾았어요. 하지만 대부분 월 소득이 60만원에 그칩니다. 최소 150만원은 벌어야 가족과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데 빅판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가 C3코리아를 창업한 이유다. 관절염 같은 질병이 있어도 세차 일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세차와 코팅 기술은 재능기부로 익혔다. 진 대표의 뜻을 이해한 관련 업체 사장이 기술을 전수해 줬다.
그는 6월부터 프랜차이즈를 모집한다. 가맹점이 되려면 스팀 세차와 코팅 시설을 포함해 5000만원 정도 투자비(임대료 제외)가 들어간다. 1층에 20평 정도 공간을 갖춘 곳이면 가능하다. 진 대표는 “프랜차이즈 계약 조건에 ‘최소 1명의 취약계층을 고용한다’고 명시했다”고 강조한다. 이런 취약계층 채용에 따라 오는 10월 사회적기업으로 인가를 받는다.
그가 기존 코팅업체와 달리 차별화한 것은 열처리를 이용한 ‘유리막코팅’이다. 도자기에 유약을 발라 굽는 원리다. 통상 유리막코팅제는 자연상태에서 경화시키는 데 보름 정도 걸린다. 그래서 코팅업체들이 차량을 출고하면서 ‘2주일 간 세차하지 말고 비를 맞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코팅제의 원료인 이산화규소는 물과 접촉하면 쓸려 내려간다. 문제는 새벽 이슬처럼 대기중에도 수분이 존재하는 점이다.
진 대표는 “강제로 열처리를 하지 않으면 사실상 유리막코팅 성능을 내기 불가능하다”며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코팅제를 바른 뒤 20여분간 약 60도로 차량 외부에 열을 가해 강제 경화를 시킨다”고 설명했다. 유리막코팅제는 열을 받으면 경화되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유리막코팅 후 차량 가치 크게 올라그는 석 달 궁리한 끝에 10여평 세차장 안에 열처리시스템을 만들고 실용신안을 등록 중이다. 유리막세차는 상표등록을 냈다. 가격은 기본 유리막코팅 30만∼70만원, 잔 기스를 모두 지워내고 새 차처럼 코팅을 하는 광택 유리막코팅은 80만∼130만원이다. 꼬박 이틀 걸리는 광택 유리막코팅을 하면 고급차의 경우 중고차 가치만 수 백만원 상승한다는 게 진 대표의 설명이다. 또 코팅 후 사고가 나면 보험회사에서 코팅금액을 돌려 받을 수 있게 보증 영수증도 발급해준다.
한달 만에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2대 이상 일감이 들어온다. 그는 개인 고객 이외에 자동차 렌트업체나 캐피털 회사 같은 기업과 제휴할 계획이다. 이미 L캐피털에서 관심을 보여 차량을 보내고 있다.
“프랜차이즈의 원래 개념은 가맹점이 본사의 사업 아이템을 판매하고 수익을 내는 것이죠. 현실은 프랜차이즈 본점만 돈을 벌고 가맹점은 망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C3코리아는 취약계층뿐 아니라 가맹점과 함께 살아가는 게 목표입니다.” 공생하는 프랜차이즈를 내세운 진 대표의 당찬 일성이다. 빅이슈코리아> 빅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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