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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TECHNOLOGY - 경기력 강화 약물은 가고 앱이 온다

FEATURES TECHNOLOGY - 경기력 강화 약물은 가고 앱이 온다

LA다저스의 류현진은 어떤 날은 눈부신 피칭을 하고 또 어떤 날엔 마구 두들겨 맞는다. 왜 그럴까? 똑같은 기량을 가진 똑같은 선수인데 말이다.



신예 골퍼 조던 스피스의 모자에 뇌파패턴 모니터가 장착되고, 그 모니터가 캐디 아이폰에 깔린 데이터 분석 앱에 무선 연결됐다면 우승을 차지했을지도 모른다.
신예 골퍼 조던 스피스는 얼마 전 마스터스 대회에서 연못에 공을 빠뜨리고 눈물을 머금어야 했다. 그의 모자에 뇌파패턴 모니터가 장착되고, 그 모니터가 캐디 아이폰에 깔린 데이터 분석 앱에 무선 연결됐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다. 몸을 고정시키는 법을 터득해 우승을 차지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음 번 마스터스 대회에선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 가면 그런 장치가 선보이게 될 테니까.

경기력 강화 약물은 20세기의 유물이다. 이젠 성과향상 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신기술이 사람의 두뇌작용을 읽는다. 그 데이터를 소프트웨어에 입력해 운동·업무·학업 또는 거의 모든 일에서 더 나은 성과를 올리도록 돕는다. 헤드밴드·모자·헬멧에 내장되기 때문에 오늘날의 핏비트(활동량 측정 앱)만큼이나 사용하기가 쉽고 저렴해지게 된다. 미국 군사연구에서도 일부 신기술이 흘러 나온다.

두뇌 앱이 향상되면서 프로들이 더 꾸준히 수준 높은 경기를 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가장 기대를 불러모으는 기능은 따로 있다. 이 기술이 초보자들의 신속한 기량 터득을 돕는다고 밝혀졌다. 피드백을 통해 초보자의 두뇌에게 전문가의 두뇌를 모방하도록 가르친다. 그것으로 수백 시간의 연습을 대신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전 세계의 생산성에 얼마나 환상적인 영향을 미치겠는가.

뛰어난 성과에 이르는 열쇠는 항상 큰 미스터리였다.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에이스 투수 다르빗슈 유는 어떤 날은 눈부신 피칭을 하고 또 어떤 날엔 마구 두들겨 맞는다. 왜 그럴까? 똑같은 기량을 가진 똑같은 선수인데 말이다. 특정한 정신상태와 관계가 있을까? 수면 패턴? 그가 먹은 음식? 경기 전날 밤 엄마와 통화를 하고 비지스의 노래 ‘Stayin’ Alive’를 들었느냐 여부? 누군가 어느 날은 직장에서 펄펄 날고 다음 날은 죽을 쑤는 지에 관해서도 비슷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철학자·심리학자·상담가들은 오래 전부터 어떤 일에 푹 빠지고, 집중하고, 이완하는 법에 관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1만 시간 동안 노력하면 그 분야에서 성공한다는 맬컴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도 유명해졌다. 그러다 갑자기 뛰어난 성과와 상관관계가 있는 요인들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방법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심박수·땀·호흡·동작·수면 그리고 기타 생리 지표들을 항상 기록할 수 있는 기기들이 출시됐다. 이제 올해 뇌파를 추적하는 첨단 개인용 기기가 첫 선을 보일 전망이다.

“2년 전만 해도 이런 기술을 내놓을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 지금은 뇌파를 과학연구 수준으로 판독하며 배터리 수명이 5일에 달하는 착용형 기기를 생산할 수 있다.”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언 코딘의 피터 보내니가 말했다. 이 회사는 미군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공동으로 두뇌기술 제품을 개발 중이다. 언 코딘이 올해부터 그 제품을 시판할 계획이다.

동시에 성과 자체에 관한 데이터도 훨씬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 프로농구에선 비디오 추적 기술로 경기 중의 모든 움직임을 기록한다. 각 선수가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또는 몇 번이나 공을 잡는지 등까지 상세히 포착한다. 일반 직장의 경우 직원이 얼마나 업적을 올리는지 또는 수익을 얼마나 올리는지 소프트웨어가 계속 추적할 수 있다.

따라서 거의 모든 사람의 실적을 정량화해 높은 성과에 직결되는 특정한 두뇌 및 육체 조건을 찾아내는 일이 가능해지고 있다. 그 다음은 그런 최적의 상태를 항상 똑같이 재현하는 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단계다.

10년 전쯤 DARPA는 ‘실용신경과학’에 집중 투자하기 시작했다. 실험실의 두뇌과학을 현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방법들이다. 2005년 이후 신경학자 에이미 크루스가 이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그녀는 두 가지 의문에 초점을 맞췄다. 첫째 의문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문가들에게 남들과 뚜렷이 차별화되는 측정 가능한 패턴이 있는가? 다시 말해 두 개의 뇌파 패턴을 볼 때 ‘야, 이 사람은 정말 우수한데!’라고 말할 수 있느냐는 의미다.”

둘째 의문. “전문가의 뇌파 패턴을 알아낸다면 초보자를 교육하고 기능을 더 빨리 숙달하도록 하는 데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가?” 크루스는 저격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획기적인 실험을 구상했다. 이들 프로들의 머리에 뇌파 모니터를 부착한 뒤 사격 직전 공통된 패턴이 있는지 조사했다. 최고조에 오른 프로들은 완전하고 이완된 집중 상태에 들어가는 법을 안다. 명상에 가깝다. 그런 상태는 뇌파신호와 느려진 심장박동에서 나타난다.

그뒤 길 건너편에서 버스도 맞히지 못하는 초보자 그룹을 선정해 뇌파 모니터를 부착시켰다. 초보자의 뇌파가 전문가와 일치할 때 방아쇠를 당기도록 초보자에게 신호를 보냈다. 초보자들의 사격숙달 속도가 대조군보다 2.8배 빨랐다.

크루스는 퍼팅하는 골퍼들을 대상으로도 같은 실험을 실시해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그 결과는 그녀의 두 가지 의문에 모두 답을 제시했다. 프로에게는 정말로 보통 사람들에겐 없는 특별하고 규정할 수 있는 뇌파 패턴이 있다. 그리고 일단 찾아 내기만 하면 초보자, 그리고 그뿐 아니라 프로들의 실력향상에 이들 패턴을 활용할 수 있다.

요즘엔 과학·기기·데이터가 모두 일시에 쏟아져 나온다. 따라서 갖가지 합성 두뇌 앱 개발이 가능하다. 크루스는 농구의 슈팅을 예로 든다. 94피프티라는 회사가 이미 ‘스마트 센서 농구공’을 생산한다. 공이 그리는 포물선과 회전을 추적해 그 데이터를 앱으로 보낸다. 이용자는 앱을 보며 슛을 더 정확하게 던지는 법을 배운다. 그것을 뇌파·심박수·땀, 그리고 기타 생체 데이터와 결합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최상의 슈팅과 상관성을 가진 정신상태에 도달하도록 스스로를 훈련할 수 있다.

이 같은 뇌파 데이터가 감독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가령 모든 메이저 리그 야구선수의 모자 속에 뇌파 모니터가 부착됐을 경우다. 현명한 감독이라면 후보 명단에 있는 모든 선수의 정신상태에 관한 실시간 측정치를 살펴보고 누가 최고조의 상태에 있는지를 바탕으로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다.

스포츠에 적용된다면 무엇이든 다른 일이나 인생 시나리오에도 적용할 수 있다. 크루스는 초기에 정보분석가의 뇌파를 판독하는 실험도 했다. 그들이 정찰 이미지 자료를 더 신속히 스캔하도록 도우려는 취지였다. 미사일 격납고 같은 이상징후를 그 분석가가 의식적으로 머리에 담기 전에 ‘보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 모두 무엇이 최고의 생산성을 올리는 상태로 우리를 이끄는지, 스스로 어떻게 그런 상태로 되돌아가는지 확실한 데이터에 근거해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자기 분야의 대가가 어떻게 절정의 성과에 이르는지 알아내 우리 두뇌도 그들처럼 작동하도록 훈련할 수 있게 된다.

직장에서 두뇌기술을 활용하는 데 단기적으로 최대 걸림돌은 모양새다. “해병대원이라면 머리에 무엇을 쓰든 개의치 않는다”고 크루스가 건조하게 말했다. “일반 직장에서는 봐주기 힘들다.” 하지만 5년 전 직장에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착용했다면 동료들로부터 미스터 스포크(‘스타트랙’ 등장인물)라고 놀림을 받기 쉬웠다. 지금은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이다. 따라서 사무실 칸막이 건너편으로 뇌파 앱 모자들이 떠다니는 모습을 보는 날이 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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