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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는 日 전문경영인 시장 - 개혁 필요할 땐 ‘프로 사장’이 특효약

주목 받는 日 전문경영인 시장 - 개혁 필요할 땐 ‘프로 사장’이 특효약



일본 건축자재그룹 릭실의 사장인 후지모리 요시아키, 시세이도의 우오타니 마사히코 사장, 일본 최대 교육기업 베넷세홀딩스의 차기 경영인으로 낙점된 하라다 에이코는 직업이 CEO인, 이른바 ‘프로 사장’이다. 이런 프로사장들이 일본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화려한 경력이다.

하라다 사장은 애플 일본법인, 일본 맥도날드홀딩스의 CEO를 거쳤다. 우오타니 사장은 일본 코카콜라 사장, 회장으로 경영 수완을 발휘해 지금의 자리에 앉은 인물이다. 후지모리 사장은 글로벌 기업인 미국 GE의 수석부사장과 일본법인 회장까지 오른 후 일본 내수기업인 릭실로 자리를 옮겼다.

일본의 경영인 헤드헌팅 업체인 프로노바의 오카지마 에츠코 사장은 “최근 10년 간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이나 성장이 정체된 기업에서 프로 경영인을 영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큰 폭의 개혁을 실행하려 할 때 기존 세력으로는 벽을 뛰어넘지 못하는 일이 잦다”고 지적한다. 이럴 때 경력을 갖춘 실력자가 돌파구를 찾아주곤 한다. 배수진을 친 기업일수록 이런 실력자가 필요한 것이다.

하라다 사장은 2004년 애플 일본법인 사장에서 일본 맥도날드홀딩스로 옮겼다. 후지타 덴 창업자가 일선에서 물러난 후 적자에 빠진 맥도날드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다. 맥도날드의 점포 수는 급격히 늘었지만 상품력과 서비스 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맥도날드홀딩스 관계자는 “하라다 사장의 가장 큰 공적은 이전의 맥도날드를 파괴한 것”이라고 말한다. 당시 지나치게 가족 같은 분위기를 바꿔 나갔다. 물론 급격한 개혁에 기존 고위 간부 대부분은 하라다 사장과 같은 버스에 올라타기를 거부하기도 했다. 당시 말단 직원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50세 이상의 많은 인재들이 회사를 떠났다.

그러나 임원진을 교체한 맥도날드는 오히려 시원시원하게 진격해 나갔다. 100엔 메뉴로 고객들을 불러 모으고 맥도날드가 중시하는 QSC(품질·서비스·청결함)에 신경 썼다. 시게무라 쿄이치로 노무라증권 디렉터는 “모든 행동들이 신선했다”며 “내부에 고착된 룰을 깨고 고객들의 시선에서 업무를 바꿔나갔다”고 평가했다. 7년 동안 하락한 점포 당 매출은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2006년 12월부터 6분기 연속 영업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프로 사장들 ‘창조적 파괴’로 실적 개선다음 무대는 베넷세다. 후쿠타케 베넷세 회장은 “하라다 사장은 글로벌 경영이나 디지털화에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고 영입 이유를 밝혔다. 베넷세가 외부에서 경영인을 영입한 것은 두 번째다. 2003년 전 소니 임원인 모리모토 마사요시가 사장에 취임한 적이 있다. 확실한 수완을 보였지만 사내 불륜 사건을 이유로 물러났다.

한 경영 컨설턴트는 “패밀리 기업의 간부와 외부 인재와의 마찰은 곧잘 일어난다”며 “스캔들 보도는 일반적으로 사내에서 새어나갔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하라다 사장이 맥도날드 이상의 성과를 베넷세에서 남길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리스크를 피하면서 베넷세를 파괴해나가야만 할 것이다.

후지모리 요시아키 사장은 미국 GE에서 출세가도를 달리며 유명 경영자 잭 웰치 GE 전 회장의 사업 수완을 이어받았다. 2011년 릭실의 사장에 취임했다. 3년이 지난 지금 후지모리 사장은 경영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릭실은 일본 주택설비 업체 중 가장 큰 기업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외에서는 지명도가 떨어졌다. 이 내수기업을 맹렬한 기세로 글로벌 회사로 변화시키고 있는 게 후지모리 사장이다.

후지모리 사장의 대표적인 경영 수완은 투자 총액 5000억엔(약 4조9800억원)에 달하는 대담한 기업 인수다. 이를 바탕으로 릭실의 해외 매출은 후지모리 사장 영입 후 3년도 안 돼 7배나 늘었다. 릭실에 대한 세계 투자가들의 주목도도 변했다. 후지모리 취임 전 20% 미만이던 외국인 지분 비중은 40%로 늘었다.

후지모리의 진면목은 인재 개혁에 있다. 이에 대해 릭실의 태양광 발전사업소에서 일하는 한 40대 직원은 “항상 언제 목이 달아날지 조마조마하다”며 “입사 이래 이런 긴장감은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태양광 사업은 성장 분야로 기대를 모으면서도 수익이 별로 나지 않는 상태다. 후지모리 사장은 회사 안팎에서 “나는 태양광은 패배자가 아닌가 싶다. 3년 안에 수익을 내지 않으면 팔아버릴 것”이라고 거리낌 없이 말한다. 후지모리는 “패배자는 회사에 필요가 없다”며 직원들에게 의식 개혁과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사내에서 부족한 인재는 세계 곳곳에서 데려온다. 릭실 임원 13명 중 외부 출신 인재는 후지모리 사장을 포함해 7명에 달한다. 간부급 직원들도 소니와 GE 등에서 영입했다. 그만큼 기존 직원들의 자리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후지모리 사장은 이에 대해 “개혁은 일단 무언가를 깨부수지 않으면 이뤄지지 않는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후지모리 사장은 우시오다 요이치로 릭실 이사회의장이 영입했다. 우시오다 의장은 릭실그룹의 오너 2세다. 후지모리의 취임 전 그룹의 CEO였던 우시오다는 스터디라는 명목으로 매달 후지모리 사장을 만나 열정적으로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우시오다 의장은 커다란 고민에 빠져있었다. 규모만 커진 국내 사업에 새로운 전략을 내세우고 미개척지인 해외 경영에 착수하는 것이었다. 이를 가능케 할 인물은 해외 경험이 많은 후지모리 사장이라고 판단했다. 우시오다 의장에겐 3명의 딸이 있다.

그러나 그는 “딸들이 릭실의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한다. 오히려 “어째서 창업자나 그의 자손이 스스로 경영을 하려는지 이상하다. 회사에는 각각의 분야에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둬 경영을 맡기는 편이 현명하다”고 말한다. 오너 경영을 버린 그는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현재 이사회의장 자리만 맡고 있다. 그도 릭실에 변혁을 가져온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오너 경영 비효율적 측면 있다”4월에 취임한 우오타니 마사히코 시세이도 사장은 “사내 관료주의를 없애겠다” “전투를 위한 집단이 되기 위해 개개인의 마인드를 바꾸겠다”고 나섰다. 그가 이처럼 자극적인 발언을 한 이유는 시세이도 내에 위기감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다. 시세이도가 여러 유명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그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7월 중순까지 회사의 문제점을 모조리 밝혀내겠다는 ‘100일 간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그는 시세이도에서 73년 만에 나온 외부 출신 사장이다. 2001년 코카콜라 사장에 취임해 캔커피 ‘조지아’ 판매에 성공해 능력을 인정 받았다. 그가 전문경영인의 경험을 살려 시세이도를 되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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