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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ISM - 이젠 테마파크도 한류다

TOURISM - 이젠 테마파크도 한류다

롯데월드 중국인 방문객 중엔 노년층도 적지 않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퍼붓듯이 내리던 날이었다. 예정된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 취재를 미뤄야 하나 고민했다. 평일인데다 날씨도 좋지 않아 사람이 없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6월 23일 월요일 직접 찾은 롯데월드는 그런 날씨를 비웃기라도 하듯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기 놀이기구는 한참 줄을 서야 겨우 탈 수 있을 정도였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롯데월드를 방문한 사람 대부분이 중국어권 관광객이었다는 사실이다. 이곳저곳 돌아다닐 필요없이 어디서나 쉽게 중국어권 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다.

궂은 날씨는 어쩌면 롯데월드의 강점을 드러내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을지 모른다. 홍콩에서 왔다는 리영시(18)는 “실내에 있어 날씨가 좋지 않아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래 친구 5명과 함께 한국을 찾은 리는 이번에 두 번째로 롯데월드를 방문했다. “지난번엔 단체 관광으로 와서 1~2시간만 머물렀는데, 그때 짧은 시간이 너무 아쉬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엔 개별여행으로 직접 롯데월드를 일정에 넣었어요.”

홍콩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즈니의 놀이공원 ‘홍콩 디즈니랜드’가 있다. 그럼에도 한국 여행을 와서 롯데월드를 다시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롯데월드는 시내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밤 늦게까지 놀 수 있어 좋다”고 리는 말했다. 인근에 면세점과 마트 등이 있어 쇼핑까지 한꺼번에 가능한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롯데월드에서 놀다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갈 계획이에요.” 롯데월드와 인접한 롯데마트 잠실점은 밤 12시까지 영업해 야간개장까지 즐긴 뒤에도 쇼핑이 가능하다.

서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서울 시내에 위치한 롯데월드도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롯데월드 해외마케팅 담당자는 “롯데월드 어드벤처를 포함해 요즘 서울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대폭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2013년 기준 롯데월드를 방문한 외국인 입장객은 93만명이며 그 중 53%에 해당하는 50만 명이 중국 단체 관광객이다. 리 씨 같은 개별여행객까지 포함하면 약 67%에 달한다. 중화권에 해당하는 대만 관광객도 12만 명으로 총 외국인 관광객의 13%나 차지한다.

롯데월드에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주된 이유는 한류다. 롯데월드에서 촬영한 ‘천국의 계단’ ‘풀하우스’ 등 한국 드라마가 중국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롯데월드도 단순 테마파크를 넘어 한국의 필수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한국관광공사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가장 방문하고 싶은 강남 지역 관광지 1위로 꼽혔을 정도다.

중국 내 롯데월드의 인기는 인터넷에서 단적으로 확인된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에 게재된 롯데월드 관련 페이지 조회수는 2014년 6월 기준 22만 건으로 에버랜드(9만 건)를 압도한다. 온라인에 게재된 한국여행 후기에서도 롯데월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롯데월드 측은 중국의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공식 계정을 만들어 중국인 관광객과 직접 소통하고 방문 후기를 공유해 중국인들의 신뢰도를 높인다. 상하이에서 개별여행으로 롯데월드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두신(22)은 “온라인 후기를 보고 롯데월드에 오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시내에 위치한 놀이공원으로선 최대 규모라고 들었다. 전반적으로 평이 좋은 편이다. 많은 중국인들은 롯데월드에 면세점과 백화점이 함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롯데월드 측은 중국인 관광객을 잡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고 기념품을 증정하는 것은 물론, 중국 카드사나 여행사와 제휴해 혜택을 제공한다. 중국 최대 카드사인 은련카드를 사용하면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 관광업소로선 최초로 중국인 대상 티켓 직판을 실시한 덕분에 중국인 관광객도 중국 여행사를 통해 편하게 티켓 예매가 가능하다.

롯데월드는 중국인 방문객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왼쪽). 2013년 롯데월드를 찾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50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 매체 또한 효과적인 홍보수단이다. 롯데월드 측은 “중국 CCTV, 호남TV, 북경 TV, 절강 TV 등 파워 방송국 유명 프로그램 촬영을 적극 지원하며 주요 도시 매체 팸투어로 언론 홍보도 적극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그밖에도 한국관광공사를 통해 수시로 중국인 개별 여행 전문가나 인기 블로거를 초청하고 그들의 여행 후기를 통해 인지도를 높였다. 롯데월드를 가득 메운 중국인 관광객은 이같은 홍보전략의 결과다.

롯데월드를 방문한 중국인을 위한 전용 서비스도 있다. 모든 출입구와 창구에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있으며, 곳곳에 중국어가 가능한 안내요원이 약 30명 배치됐다. 가이드맵과 안내판, 식당 메뉴에도 중국어가 병기됐다. 그럼에도 한국 직원이 중국인 고객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를 대비해 중국어 통역 콜센터까지 마련했다. 직원이 응대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곧장 콜센터에 전화해 고객 응대에 도움을 받는다.

롯데월드는 중국에서 더 큰 가능성을 본다. “지금까TOURISM지는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오는 손님이 많았지만 작년부터 중국 내륙지방에도 홍보를 시작하면서 내륙에서 온 관광객이 늘고 있다”고 롯데월드 해외영업부 진홍권 지배인은 말했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여름에 중국 내륙 지방과 서울을 오가는 전세기를 띄워 롯데월드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기자가 찾아간 날에도 내륙 지방에서 온 단체여행객 한 팀을 만날 수 있었다. 윈난성에서 가족과 함께 롯데월드를 방문한 징야는 “한국드라마에서 롯데월드를 처음 접했고 중국 TV 프로그램에서도 종종 봤다”며 “3시간 동안 머무르는데 단체여행이라 시간이 짧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가능성은 노인 방문객의 증가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중에는 젊은 사람보다 나이든 사람이 더 많이 보인다. 진 지배인은 롯데월드에 “젊은 고객뿐 아니라 나이든 고객도 적지 않다”며 “중국엔 교통이 편리한 시내에 놀이공원이 별로 없다 보니 한국에 왔을 때 방문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나이든 고객은 주로 공연 관람이나 민속촌을 좋아하며 다양한 캐릭터에도 흥미를 보인다. 롯데월드는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트를 갖추려 노력해왔다.”

중국인 관광객이 서울로 몰려온다고 해서 앉아만 있을 작정은 아니다. 롯데월드는 이미 수 년 전 중국 선양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매력 높은 중산층 인구가 늘어나고 관광객이 몰려드는 중국 본토는 이미 유망한 놀이공원 투자처로 알려져 있다. 미 컨설팅업체 에이컴은 중국 내 놀이공원 방문객이 급속도로 성장해 2020년이면 미국 시장을 넘어선다고 전망했다. 에이컴에 따르면 2012~2013년 중국 본토에 신규 개장한 놀이공원은 총 12곳이며 추진 중인 개장 계획만 무려 59개에 달한다.

롯데월드가 선양에 확보한 부지는 약 16만5943㎡다. 이 부지에 연면적 1.52㎢ 규모로 롯데월드와 더불어 백화점, 영화관, 호텔, 쇼핑몰, 마트, 아파트를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백화점은 이미 올해 5월 31일 개장했으며 영화관도 영업 개시를 앞두고 있다. 나머지 사업은 3년 후에 차례로 완성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이 지역은 잠실 롯데월드처럼 롯데의 모든 것을 한 자리에서 누리는 선양 롯데월드로 거듭난다.

선양은 롯데월드가 경쟁력을 발휘하기 가장 좋은 지역이다. 중국 동북 지방 교통의 요지이자 중심도시로 인구가 800만이 넘고 젊은 층의 비율도 높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선양의 길고 추운 겨울, 무더운 여름은 롯데월드와 같은 실내 테마파크에는 가장 큰 경쟁력 확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에 비해 롯데가 제공할 수 있는 유통, 서비스 측면에서 충족되지 못한 수요가 높다는 점”도 고려했다.

롯데월드는 선양을 시작으로 향후 청두, 난징에도 복합단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선양 롯데월드와 마찬가지로 백화점 등 유통, 호텔·월드 등 서비스, 아파트 등이 포함된 대규모 개발 사업이 될 전망이다. 롯데월드 측은 “시너지 창출을 위한 복합 사업 전략은 롯데 그룹 해외진출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롯데 그룹의 브랜드를 제고함으로써 제과, 음료 등 기타 사업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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