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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자 취업시장의 미스매치

대졸자 취업시장의 미스매치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던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요즘 대졸 취업시장이 딱 그렇다. 삼성그룹의 올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합격자 통계는 놀랍다.

전 계열사의 4000명 합격자 중 이공계 출신이 80~90% 수준이다. 지방대 비중도 35%나 된다. 현대자동차와 LG 등 다른 그룹들도 비율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큰 흐름은 비슷하다.

요즘 공대 졸업생은 취업 걱정은커녕 원하는 직장을 골라서 간다. 중소·중견기업은 이공계 졸업자를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연봉도 인문계 졸업자의 직종을 속속 뛰어넘고 있다. 지방 근무 가능성이 흠이지만 편해진 교통망과 생활시설, 싼 물가 덕분에 “지방에 좀 살면 어때” 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반면 상경(경영·경제) 등 인문계 출신자는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 때문에 속이 탄다. SKY(서울·고려·연세대)를 나와도 직장을 잡지 못해 취업 재수를 하기 일쑤다. 인문계 해외 유학생들의 고민은 더 크다. 큰돈을 들여 해외에서 공부한 게 오히려 감점 요인인 것 같다고 불만이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것일까? 한마디로 노동시장의 수요가 이공계의 고급 기술·디자인 인력을 많이 요구하는 쪽으로 급선회하는데, 공급은 거꾸로 가도 너무 멀리 갔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과거 패턴이 미래에도 계속되리라고 철석같이 믿었다가 철퇴를 맞은 꼴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일시적인 이공계 인력 홀대 현생이 쏠림을 증폭시켰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이었던 시절에는 뭐든 선진 제품을 모방해 찍어내기만 하면 날개 돋친듯 팔렸다. 기술에 대한 다급함은 크지않았고, 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과 재무, 해외마케팅 등 경영 전문 인력이 한 명이라도 더 필요했다. 회계 장부를 알고 외국어 좀 한다하면 우대를 받았다. 증권시장 호황과 금융시장 팽창도 상경계 졸업생의 몸값을 한껏 올렸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한국 기업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누구도 만들지 못했던 1등 제품이 아니고는 생존하기 힘든 경지에 도달했다. 최고의 기술력과 최초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선 이공계 고급 인력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키우냐가 관건이다. 기술을 알아야 임원과 CEO 자리에 오르기도 수월하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면서 해외 마케팅 등 경영 분야 인력은 아예 외국인을 현지 채용하는 추세다. 경영 프로세스의 전산화와 효율화로 범용 경영 인력의 수요는 더욱 줄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 저하와 증시 침체, 저금리 등으로 은행·증권 등 금융회사들은 사람 줄이기에 혈안이다. 최근 1년 새 금융산업 종사자 수가 3만 명이나 줄었다. 인문계 졸업생을 대거 흡수하던 금융회사들은 신입사원 채용의 문을 거의 닫아둔 상태다.

대세는 그렇게 흘러가는데, 학부모들은 자녀가 공부 좀 한다 싶으면 여전히 경영·경제등 인문계 학과로 보내기 바쁘다. 과거처럼 일단 졸업하면 취업이 보장될 줄 안다. 학생들도 이공계 공부가 힘들다며 인문계를 선호한다. 대학은 장삿속에 경영 등 인기 학과 정원을 대폭 늘리고, 이공계와 기초 학문 학과들은 축소했다. 그렇게 대졸자 취업시장의 미스매치는 커졌다.

주식시장에 역발상의 투자라는 게 있다. 사람들이 앞다퉈 사는 종목을 따라가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보고, 남들이 외면하는 ‘진흙 속 진주’를 찾아 끈기있게 기다리는 투자 기법이다. 투자의 역사는 눈앞에 화려한 테마주에 올라탔다가는 쪽박 차기 일쑤고, 숨은 가치주를 찾아 나서는 게 대박의 지름길이란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경영·경제 학과의 퇴조와 공대의 부상은 이제 시작이다. 희비의 쌍곡선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렇다면 공대 이후의 미래 유망주는 무엇이 될까? 기술력과 창의력을 강화시키는 기초 학문이 되지않을까? 물리·화학·생물 등 자연과학과 역사·철학·인류 등 기초 인문·사회과학이 그것이다. 최근 대박을 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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